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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미숙 Oct 19. 2021

21편.  '1만 시간'의 법칙과 배신

리더십이 어려운 당신에게

일잘러로 육성하기① '1만 시간'의 법칙과 배신




"코치님, 공부를 제대로 해본 적 없으시죠"

이 말은 십여 년 전, 어떤 팀장님을 일대일로 코칭하던 중에 들었던 말입니다. 대체로 코칭 첫 세션에서는 리더의 강점 요소를 도출해내는 것이 중요한 목표 중의 하나입니다. 이 날도 첫 세션이었기에 인생에서의 성공 스토리 3가지를 여쭙고, 그 속에서 이 팀장님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도출하고자 했습니다.


팀장님이 이야기한 성공 스토리 중에 하나가 ‘1년 공부해서 서울대에 입학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야기 즉슨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는 동네 일진들과 어울려 다니며 방탕하게 살다가, ‘이대로 살면 미래에 정말 소망이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그 길로 회심하고 고3 기간 동안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서울대에 합격했다는 것입니다. 기초가 전혀 없었는데 겨우 1년간 공부해서 서울대라뇨. 그것도 경쟁률이 매우 쎈 전공 분야였는데, 놀랍지 않습니까?


그래서 놀랍고 대단하다고 칭찬하면서, “팀장님이 열심히 한 덕도 있겠지만, 똑똑한 유전자를 물려주신 부모님께 감사해야겠는데요?!”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코치님, 공부를 제대로 해보신 적 없죠?!”하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어떻게 아셨어요? 그게 보이나요?” 했죠. 그랬더니, 서울대 가는 것은 똑똑한 유전자보다는 몇 가지 테크닉과 기술이 필요하며, 그걸 알기 위해 공부하는 법을 먼저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그러니까 제가 공부를 제대로 했다면 ‘똑똑한 유전자’라는 말 대신 ‘공부 비법을 빠르게 터득하셨군요~!’라고 말해야 했던 거죠~. 윽 ^^.)


이 대화에서 두 가지를 챙길 수 있었습니다. 하나는 이 분의 강점은 '과제를 시작하기 전에 과제를 잘하기 위한 방법론이나 패턴을 먼저 분석'하는 역량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하나는 자신의 관점으로 옳고 그름을 따져, 상대방의 정서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피드백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분의 강약점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더불어 의미 있는 두 가지 인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는, 제가 서울대를 못 가게 된 이유를 알게 된 것입니다(^^;) 둘째는 일잘러의 특성이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라, 삶의 연령대에 따라 '주어지는 과제'를 어떻게 바라고 해결했느냐의 ‘누적된 결과’라는 깨달음입니다.



‘1만 시간’ 법칙과 배신

‘1만 시간의 법칙’은 미국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K. Anders Ericsson)이 1993년도에 발표한 논문에 처음 등장한 개념입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최소한 1만 시간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이 논문에 영향을 받아 말콤 그래드웰이 [아웃라이어]라는 책에서 이 용어를 소개하였고, 그 이후 ‘1만 시간 법칙’과 관련된 여러 권의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이 책의 제목만 보고 ‘1만 시간이요? 저는 2만 시간, 아니 3만 시간은 이 일을 했어요~. 제가 뭘 더 배워야 하죠?’ 합니다. 한 분야에 1만 시간 이상을 썼는데도 그 직무에서 인정을 받지 못했다면, 그 1만 시간은 나를 배신한 것일까요? 아니면 ‘코치님, 공부 제대로 해본 적 없으시죠?’라고 물었던 팀장처럼, 1만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고 시작했기에 초래한 결과일까요?


아마 후자가 답이 아닐까 합니다.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이 시간들을 어떻게 써야 할지 전략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거죠. 왜냐하면 제대로 된 1만 시간이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의식적인 연습(deliberate practice)”입니다. 이는 목표 지점의 끝그림(end picture)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끝그림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파악한 후, 목적을 이루겠다는 의식을 지속적으로 가지고 진행하는 연습을 의미합니다.


의식적인 연습(deliberate practice)이란 
‘목표지점과 도달 방법을 알고 있는 목적의식 있는 연습’
출처 [1만 시간의 재발견]

물론 획기적인 성공을 하려면 개인의 1만 시간만으로는 되지 않습니다. 시대적 흐름과 운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직무에서 인정받는 차원이라면, 개인적 차원에서 ‘의식적인 연습(deliberate practice)’을 설계함으로써 인정받고 기여하는 삶이 될 수 있습니다.



일잘러가 되도록 리더가 코칭하면, 1만 시간의 결과에 가속도가 붙는다

이미 일잘러의 비법을 알고 있는 리더들이, 구성원을 제대로 코칭해준다면 더 짧은 시간에 ‘전문가’가 될 수 있습니다(물론 구성원의 의욕적 태도가 동반되어야 하겠지만요). ‘의식적인 연습’에서 중요한 조건들이 있는데, ① 목표를 작게 쪼개고, ② 전문가의 패턴을 관찰해서 따라 하거나 ③ 좋은 멘토로부터 부족한 것을 피드백받고, ④ 작은 성취를 하면서 ⑤ 의욕을 잃지 않는 것들입니다. 리더는 전문가이자 멘토이기에, 조직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구성원 육성에 시간을 내는 것은 리더의 피할 수 없는 책무입니다.


다만 리더가 시간을 아끼면서 체계적으로 일잘러 비법을 코칭하려면 ‘학습원리’를 이해하셔야 합니다. 학습원리에 대해 우리에게 통찰을 주는 이론이 바로 경험학습이론(ELT: Experiential Learning Theory)입니다. 경험학습이론에서는 ‘학습은 결과가 아니다’라고 합니다. 지식이 수정(modified)되고 재형성(re-formed)되는 경험을 연결하는 과정적인 여정을 학습으로 봅니다.


이 원리를 나선형 구조라고 이야기하는데, 하단의 왼쪽 그림과 같습니다(David A. Kolb). 마치 스프링처럼 아래에서 위로 상승‧확대되어가는 나선형 곡선이 보이시죠? 나선형 곡선 중의 한 칸을 도려내어 확대해 본 것이 오른쪽 그림입니다. 제대로 된 학습이 되려면 최소 4가지 여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림출처>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316342276_The_Experiential_Educator_Principles_



<그림출처> https://www.polledemaagt.com/model/learning-spiral/



<그림설명> 

(1) 경험 학습은 나선형 형태로 이루어진다 The Spiral of Experiential Learning

(2) 나선형 구조의 한 단면을 보면 학습이 일어나는 4개의 여정이 있다


4가지 여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내가 얻고자 하는 결과(result)를 얻기 위해 적용해볼 ① 시나리오를 ‘먼저’ 그려봅니다. ② 시나리오에 준하여 실행을 합니다. ③ 실행한 것을 복기하며 성찰해봅니다. 이 과정에서 ④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개념(concept)이 적합했는지 혹은 새로운 개념이 필요한지를 평가합니다. 결과(result)를 기준으로 원인과 결과의 인과성을 따져보는 것이지요. “아, 내가 이런 생각으로 이런 실행을 했구나…. 그러나 이런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르게 생각했어야 했구나~”를 깨닫는 순간입니다. 이때가 바로 학습이 일어나는 순간입니다.


실천하기 전에 그림을 그려봐야 하고, 실행 후에 그 그림과 결과를 대조해보는 과정이 있어야 진정한 학습이 일어나는 겁니다. 이 여정이 없다면, 1만 시간 아니 5만 시간이 되어도 성장은 더디고 달인의 이미지와는 멀어지게 됩니다. 조직에서 복기(review)를 하는 이유도 이 ‘학습’ 때문일 것입니다. 제대로 된 학습이 되어야, 축적이 되고 실력이 됩니다.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책의 2부 목차를 기술하며 글을 맺고자 합니다. 다음 호에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Plan-Do-See와 이 4가지 요소가 어떻게 다른지 연계하여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1만 시간 법칙  실천 전략>

1. 머리 좋은 놈이 즐기는 놈 못 이긴다.
2. 결심· 실천·지속의 세 박자가 성공을 부른다.
3. 옷의 크기에 따라 몸도 변한다.
4. 소걸음으로 먼길을 간다.
5. 핵심에 매달려라.
6. 나는 다르다 고로 성공한다.
7. 실패는 오케이 패배는 노케이

출처. [1만 시간의 법칙] 중 제2부의 목차


당신의 리더십을 응원합니다.

                                                                                                               당신의 곁에서, 현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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