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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디 Jan 29. 2022

모두에겐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정세랑의「피프티 피플」을 읽고



딱히 고단한 삶을 사는 건 아니지만 업무에 에너지를 쓰다 보면 금세 여유가 사라진다. 그러다 보면 타인을 생각할 파이가 작아진다. 언젠가부터는 에너지를 쓸 일과 쓰지 않을 일을 구분해서 후자의 범위에 들어오는 사람에겐 신경을 뻗치지 않았다. 이 방법을 택한 후 나에게 닿아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분투했던 시절에 받았던 스트레스는 이제 더 이상 받지 않는다. 대체로 더 행복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문득문득 스스로 어딘가 결여된 것처럼 느껴졌다. ‘타인에게 불필요한 에너지를 쏟지 않는다’라는 법칙이 ‘타인을 생각하지 않는다’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게 문제가 안 되었다면 좋았겠지만 얼마 전 회사에서 업무를 두고 동료와 트러블이 있었다. 다행히 대화로 금방 서로의 오해를 풀었다. 그리고 똑같은 문제가 또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상대방이 바뀌어야 할 게 아니라 내가 생각을 달리하려고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어떻게?




그러다가 피프티 피플을 3년 만에 다시 꺼내 읽었다. 예전에는 특별히 뭐가 느껴지지 않는 참 심심한 책이었는데. 겹겹이 엮인 사람들 각각의 그럴 만한 이유를 읽으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간 나는 나와 마주한 사람의 그럴 만한 이유를 생각하기에 앞서 내 감정과 생각을 전달하는 데에 집중했다. 피프티 피플이 말하고 있듯 사람들에겐 각자의 인과가 있다. 그것들을 다 알 수는 없겠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그 사실만이라도 염두에 두고 사람을 대하자. 우리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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