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프로젝트>를 보고
구글 문서를 훑다가 예전에 써두었던 감상문을 발견했다. 발견한 김에 브런치에 올려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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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제도의 문제점을 고발하면서도 선과 악이 대립하지 않는다. 대신 천진한 아이들의 일상과 어른들의 답답한 일상이 밀도 높게 포개져 있다. 빛과 그림자 같기도 하다. 아이들의 천진함에 마음이 시리다. 무니와 핼리가 처한 문제를 명쾌히 해결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일 테다. 무니와 핼리에게 진정 필요한 건 이따금 모텔로 찾아오는 식량 지원 차량이 아닐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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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어떤 뉴스 클립을 봤다. [저는 이제 휴식의 격차가 소득의 격차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 국가는 공직이나 큰 직장에서 일하는 엄마·아빠를 둔 아이와 작은 직장과 일용직 노동자의 엄마·아빠를 둔 아이를 차별합니까?]
8월 1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고 출근하지 않음에 들떠있던 나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휴식의 격차라니. 한 번도 엮어보지 못했던 조합이다. 나는 얼마나 많은 특권을 누리고 있으며, 얼마나 많은 것을 외면하고 사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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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니와 핼리를 보기 전이었다면, 아이를 욕실에 두고 성을 판매한 엄마에게서 아이를 분리하는 것에 대해 응당 그래야 할 일이라고 판단했을 것 같다. 날 때부터 특권을 누린 사람은 특권을 인식하지 못하듯, 날 때부터 폭력에 노출되어 자라온 사람은 폭력이 폭력인지 모른다. 사회는 보이지 않는 폭력에 노출되는 아동을 바라보아야 한다. 무니가 핼리의 삶을 살지 않게 하기 위해서. 나무는 쓰러지더라도 계속 자랄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