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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성 노무사 Aug 02. 2017

부당해고 구제신청 이후 원직복직 명령 통보를 받았다면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사례

인생을 살다 보면 예전 일을 회상하면서 그때는 이렇게 하면 됐었는데, 그때는 왜 이렇게 했지?라고 후회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당시로 돌아간다면 과거의 나에게 그렇게 하지 말라고 조언을 해 줄텐데, 이런 생각들 말이다.


해고당한 근로자와 상담을 하고 근로자에게 어떤 점이 문제였는지를 이야기하면 근로자는 스스로를 자책하며 소위 말하는 '멘붕'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1. 근로자와의 전화상담


외근 중에 사무실과 연결되어 있는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 핸드폰 넘어의 앳된 목소리는 사회경험이 적은 초년생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전화상의 상담내용은 대표이사가 일방적으로 "회사와 맞지 않다"라고 하며 나가라고 통보를 했고 추후에 근로자가 문자로 억울하다고 항의를 했는데, 다시 "수습기간 중 계약해지를 한 것이고 이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도 있다"라는 문자를 보내왔다는 것이다. 근로자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며 상담 요청을 했다.


당시 전화상담으로 간단하게 문제가 될만한 부분을 짚어주며 이야기를 해주고 월급여 수준을 물어봤다.(종종 노무사들이 상담 도중 월급여 수준을 물어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일정 수준 이하의 월급여를 받는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에서 무료로 국선노무사를 선임해 주기 때문에 이 부분의 안내를 위한 것이다. 2017년 8월 2일 현재 기준으로 월급여가 250만 원 미만인 근로자는 국선 노무사를 선임할 수 있다. 당시 상담했을 때는 국선 노무사의 선임 조건은 월급여 200만 원 미만이었다.)


근로자의 월급여 수준은 150만 원. 그래서 나는 국선노무사를 선임할 수 있으니, 노동위원회에 찾아가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면서 국선노무사 선임 신청서를 작성하면 된다고 이야기해줬다.

노동위원회에 비치되어 있는 국선노무사 선임 신청서


상담을 받은 근로자는 연신 고맙다고 하면서 전화 통화를 마무리 지었다.



2. 한 달 뒤에 걸려온 전화


전화통화를 마치고 한 달 정도가 지났을 때였다. 근로자가 울먹이는 말투로 전화를 걸어왔다.

"노무사님 노동위원회에 갔는데 회사 측에 해고통지서를 받아오는 게 좋다고 해서 회사에 해고통지서를 보내달라고 했는데... 원직복직명령서? 이런 게 왔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근로자의 전화를 받고 상담을 해준 노동위원회 공무원에 대한 허탈감이랄까 분노감이랄까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들었다.


회사는 이미 근로자를 해고시켰다. 그런데 회사를 나간 근로자가 난데없이 내용증명으로 해고통지서를 요구해오면, "알겠습니다"라고 하면서 통지서를 곱게 내줄리가 없다. 순진한 근로자는 노동위원회 공무원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니, 해고통지서를 달라고 요청하면 줄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내용증명이라는 것은 법적인 분쟁을 알리는 신호탄, 선전포고와도 같은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 해고통지서를 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증명서를 받으면 당연히 회사 측에서도 법적 대응을 시작한다. 처음 근로자를 해고시켰을 때는 미숙하기 짝이 없는 방식의 해고였지만, 원직복직 명령 통보는 전문가의 손길을 많이 탄 내용증명서였다. 회사는 법적인 대응을 시작하고 있었다.



3. 사건의 수임과 이유서의 작성


근로자로부터 일련의 과정을 듣고 사건에 개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덧붙여서 이 사건을 끝까지 끌고 가서 이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회사의 원직복직명령 때문에 인용 가능 여부를 쉽게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합의로 이끄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을 해 주었다. 사실 이 부분은 상당히 도박에 가까운 시나리오였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부당해고 구제신청은 올림픽 정신처럼 신청 자체에 이의가 있는 것이 아니다. 수용 가능한 혹은 만족할 만한 결론에 이르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사건을 접할 때에는 법적 쟁점이 어디에 있는지 판단하고 대비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사건에서 문제점이나 법적 쟁점은 무엇일까? ①해고가 존재하는지 여부, ②해고사유가 정당한지, ③원직복직 명령에 진정성이 있는지가 법적 쟁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근로자로부터 위임장을 받고 먼저 했던 조치는 회사 측에 다시 내용증명을 보내라는 것이었다. 내용증명에는 간단한 사실관계를 작성하고, 원직복직명령에 진정성이 있는지를 지적하며, 근로자가 요구하는 사항을 이행해 줄 것 등의 내용을 작성하였다.

사건수임과 동시에 근로자에게 보내도록 한 내용증명 우편


근로자에게 내용증명을 보내도록 하고, 노동위원회에 대리인 선임신고를 하면서 이유서를 함께 작성·제출하였다. 이유서에는 다음과 같은 법적 쟁점을 나열하며 해고의 부당성을 주장하였다.


법적 쟁점-1: 해고 사실

회사 측의 원직복직명령서의 내용에서 언급되는 단어를 보면 '사직', '급여 정산', '상실신고 취소', '원직복직' 등이다. 해당 단어들은 모두 해고를 부정하는 단어들이며 근로자에게는 모두 불리한 단어들이다. 따라서 회사에서는 당연히 해고에 대한 사실을 부정할 것이 예상되었다.

그러나 해고 사실에 대한 부분은 이미 대표이사가 근로자에게 문자로 통보한 사실이 있었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법적 쟁점-2: 해고사유의 정당성 여부

대표이사는 근로자를 해고시킬 때 "수습기간 중 계약해지"라고 하면서 문자를 보냈었다. 그런데 수습기간 중이라 하더라도 근로자를 해고시키려면 해고사유가 합리적이어야 한다. 당시 서면에는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 사례를 들면서 해고 사유의 부당성을 주장하였다.




법적 쟁점-3: 원직복직명령

사실 첫 번째와 두 번째의 법적 쟁점은 모두 근로자 측면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 해고 사실이 존재하며, 해고사유도 부당하다. 문제는 세 번째로 회사가 원직복직명령을 내렸다는 것에 있었다.


부당해고 구제신청에서 원직복직명령과 구제이익은 아직도 칼로 무썰듯이 판단이 내려지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는 원직복직명령이 있다 하더라도 근로자의 주장을 들어주는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원직복직명령이 있기 때문에 근로자의 주장을 배척하는 경우도 있다.


이 부분은 아마 별도로 글을 작성해야 할 정도로 분량을 할애해야 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기본적으로는 원직복직명령이 내려지면 근로자가 사건에서 질 가능성이 높다 정도로만 언급하고 그쳐야 한다. 다만, 밑에 판례처럼 원직복직명령이 내려진다고 해도 근로자가 무조건 지는 것은 아니라 사안별로 달리 판단이 된다.



위의 2012구합8458 판결은 회사 측(이○○)에서 업무복귀 요청을 하였기 때문에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구제신청을 할 구제이익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에서는 어떻게 결론이 났을까?



4. 상대방 노무사의 연락, 그리고 합의


사건을 진행하면 근로자가 이기거나(인용), 사용자가 이기거나(기각 또는 각하)하는 경우만 있지는 않다. 화해나 합의로 끝나는 경우가 더 많다.

노동위원회 심판사건 처리 내역별 현황 (중앙노동위원회 홈페이지)

2017년 6월 말을 기준으로 (일부·전부) 인정과 기각·각하의 합은 2,069건인데, 취하·화해는 3,418건이다. 여기서 취하는 단순히 취하하는 경우도 있지만, 합의로 취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취하와 화해는 법적 성질이 조금은 다른데, 취하의 경우에는 양 당사자가 합의의 결과로 근로자가 사건을 취하하는 것이고, 화해는 양 당사자가 합의로 화해조서를 작성하여 사건을 종결시키는 것이다. 취하는 양 당사자의 계약의 성질을 갖지만, 화해는 법적으로 소송상 화해의 성질을 갖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심판사건은 양쪽 당사자가 양보를 하지 않고 끝까지 대립을 하게 되면 결국 모 아니면 도가 되는 싸움이 되기 때문에 이런 극단적인 상황을 피하기 위해 합의하에 취하를 하거나 화해를 경우가 종종 있다. 취하와 화해를 하는 경우에는 누가 어느 정도로 '양보'를 하느냐의 기싸움을 펼치게 된다.


이번 사건에서는 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이유서가 사용자 측에 도달한 뒤에 며칠이 지나서 상대방 측의 노무사 쪽에서 합의제의가 들어왔다. 근로자로부터 합의 조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받고 상대방 노무사와 합의 조건에 대해서 협의를 하였다. 이후 2개월분의 임금상당액으로 해당 사건은 합의가 되었다.


합의 이후 근로자가 문자를 보내왔다.

근로자는 처음 전화상담을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연신 감사하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 사건이 있은지 1년 반 정도가 지났다.

만약 그때 처음부터 내가 사건을 담당했더라면 사건이 조금 더 나아졌을까? 아니면 그때 그 결과가 최선의 결과였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원직복직명령은 원직복직명령을 내리는 회사도 원직복직명령을 받는 근로자에게도 그리고 사건을 담당하는 노무사에게도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게 한다.

아마도 이 부분은 중간에 언급했듯이 이 부분만을 주제로 다룰 일이 있을 것 같다.


해당 사건에 관한 자세한 글

http://blog.cpla.co.kr/14

간략한 글

http://naver.cpla.co.kr/221065205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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