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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ana D Dec 27. 2022

크리스마스에 연인이 아닌 다른 사람과 여행하기

우리지만 각자로도 존재하기

나는 케이크를 만드는 사람이다. 이 말인즉슨, 남들이 기념하는 모든 날은 내가 쉴 수 없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일 년 중 제일 바쁜 기간은 크리스마스다. 이 일을 시작하고는 단 한 번도 크리스마스 주간에는 멀쩡했던 적이 없다. 일출을 보며 출근해서 별들을 보면서 퇴근하는 건 당연하고, 일주일 내내 양쪽 손목은 보호대로 칭칭 휘감고 신경성 위염, 편두통, 수면부족으로 인한 만성피로와 사투를 벌여 그 시간을 버텨낸다.


그렇게 얻어낸 꿈같은 휴무가 바로 그다음 날인 26일이다. 그날은 보통 하루 종일 잠을 자고 재충전하며 그다음 주인 12월 31일과 1월 1일을 기념하는 사람들을 위해 몸을 추스른다.


그런데 5년 만에…!! 처음으로 크리스마스를 조금 여유 있게 보냈다. 같이 일하는 동생이 손가락 부상을 당해서 주문받는 양을 일정 부분이상 늘리기에는 무리였다. 그동안 일이 손에 익은 것도 있고 해서 크리스마스에 생각보다 일이 일찍 끝날 것 같은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래서 제일 친한 친구랑 갑자기 부산여행을 가게 되었다.



우리는 둘 다 남자친구가 있다. 심지어 가볍게 만나는 사이도 아닌 것이 둘 다 내년에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를 우리끼리 보낸다. 물론 이게 왜? 뭐가 문제라는 거야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사러 오는 연인들만 일주일 내내 보는 나로서는 자연히 20-30대는 연인이 있다면 크리스마스는 함께 보내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내 친구는 남자친구가 아닌 서로를 크리스마스 여행 상대로 선택했다. 다행히도 내 남자 친구도 친구 남자 친구도 크리스마스에 일을 한다. 그래서 두 분 모두 쿨하게 다녀오라 할 수 있었는 지도 모르기에 이 또한 내년에는 장담할 수는 없으리라.


1박 2일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약간은 서운할 법도 한 상황에서 남자친구들의 행동과 마음을 칭찬하고 싶다. 반대 상황에서 내가 먼저 똑같이 행동할 수 있었을지는 또 모르겠다. 내가 일을 하는데 어디를 놀러 가니 하고 잔뜩 심통이 낫을지도?



그런 어린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서라도 이렇게 가끔은 남자 친구와, 남편과 떨어져 여행을 가야겠다. 결혼을 하면 더더욱 그런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우리의 시간으로 존재하다 간간히 나의 시간을 만드는 과정이 나를 더 성숙하게 한다. 그리고 상대의 그런 시간 또한  존중해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한자로 ’ 사람 인‘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기대어 있는 모양의 글자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한 쌍으로 묶였을 때 오는 안정감이 나를 방심하게 한다. ‘우리’라는 그 소속감으로 행복한 나의 모습도 좋지만 , 그에 안주하지 않고 ‘나’라는 사람을 유지하는 독립적인 나의 모습도 참 좋다.



따로 있다고 해도 외롭지 않게 느끼도록 노력하는 나, 그 시간을 외로워하지 않고 즐기는 너. 그런 우리 둘이 만나서 함께하게 되어 얼마나 다행이고 행복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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