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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영 Dec 19. 2020

당신의 스물여섯은 어땠나요?

여는 글

 

중학교 하굣길엔 작은 분식집이 하나 있었다. 두 팀 정도 들어갈 테이블이 있고 계절마다 바뀌는 메뉴가 있는 동네 분식집. 겨울에는 따뜻한 어묵, 여름에는 슬러시를 친구들과 먹는 시간이 하루의 즐거움이었다용돈이 조금 남은 날엔 천 원짜리 컵떡볶이를 먹었다. 오래 끓여 양념이 잘 밴 밀떡을 입에 넣으며 생각했었다. 나중에도 컵떡볶이를 자주 사 먹을 것이라고. 하지만 스물여섯의 나는 퇴근 후 만들어먹는 떡볶이 밀키트를 좋아하게 되었다. 십 년이 지나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스물여섯의 나는 꽤 많이 변해있었다.


성공한 사람이 되고 싶다며 일기장에 쓴 기억이 난다. 지금은 가족, 회사처럼 어디라도 속한 사람이면 충분하다. 지겨웠던 교복을 졸업한 지 벌써 6년째, 기대했던 만큼 신나지 않다. 아침마다 무엇을 입을지 고민거리가 하나 더 늘어났다.1박 2일과 개그콘서트를 보고 잠들던 일요일 밤, 토요일마다 가족끼리 저녁 먹으며 봤던 무한도전은 이제 없다. 뭐든 100의 최선을 다 하는 게 정답인 줄 알았다. 때론 힘을 빼고 80 언저리만 해도 된다는 걸 이제 안다. 여유를 사치라 여겼는데, 지금은 왜 그랬었나 싶다.


십 년 전 열여섯의 아이는 20대의 일상이 즐거울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즐거운 게 아니라 일상을 살아갈 즐거움을 계속해서 찾아가야 한다는 걸 그땐 몰랐다. '스물여섯'. 반 오십을 갓 넘긴 나이이자 한창 젊을 때, 도전하기 좋은 나이. 어느새, 스물여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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