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나 식당에 가면 묘하게 기분이 좋아지는 모양이 있다.
카페나 식당에 가면 묘하게 기분이 좋아지는 모양이 있다. 가령 정갈하게 놓인 수저, 물병 안의 싱싱한 레몬, 디저트 메뉴 아래에 쓰인 히스토리처럼 사소하지만 가볍지 않은 환대가 있다. 사람들을 위해 신경 써서 준비한 부분은 잘 보이지 않아서 알아차리는 경우가 적기도 하다. 사려가 부족한 나로서는 생각하지 못할 수많은 환대를 배우고 때론 기억한다.
여러 종류의 모임 전날, 가장 마지막으로 환대 리스트를 점검한다. 중간이나 처음이 되면 좋겠지만 신기하게도 매번 모든 일은 미리 준비해도 급하게 마무리된다. 전날에는 늦게라도 큼지막한 과업을 끝내고, 머릿속의 목록에서 다음날 아침에 준비할 실천 가능한 디테일을 고르게 된다.
최근 모임에서는 80g짜리 일반용지가 아닌 은은한 미색지에 활동지를 출력했다. 이전 직장에서 중요한 계약서는 좋은 종이로 인쇄했던 경험이 생각나서였다. 오시는 분들이 헷갈림 없이 담당자임을 알아볼 수 있도록 오랜만에 사원증도 목에 건다. 여러 회차를 거쳐 만나는 프로그램이라면 첫날에 나의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질문을 건네고, 참여한 분들끼리의 공통점을 찾아준다. 다들 잘 오고 계실지 궁금하면 주저 않고 미리 전화를 한다. 좁은 공간에서 의자 너머로 끌리는 롱패딩이 없도록 겨울에는 꼭 옷걸이를 준비한다.]
솔직하게 나는 평소 다정한 사람이 아니다. 육각형 정도의 뾰족함과 유함이 공존한다. 친절과 배려나 침묵이 어려워서 뒤늦게 후회한다. 매번 후회하는 마음은 무뎌지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때로 준비하는 작은 환대 하나에 상대방은 모를 사소한 미안함을 담는다. 고마움은 가장 크게, 미안함은 아주 작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