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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바나나 주스는 여름 맛

오늘 아빠랑 한 얘기.

내일은 엄마 생일인데 이렇게 무슨 날이나 명절 때마다 마음속에서 항상 고민이 돼요. 연락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사랑하는 유경, 너의 고민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건강한 고민이야. 이 세상 어느 누구라도 심각하게 괴로운 고민인 게 당연하지. 지금 네 마음은 건강한 상태에서 나오는 정상적 불안이란다.

불나방 같다는 걸 아는데도 여전히 마음속에서 완전히 지울 수 없는 사람인 것 같아요.

너의 마음은 불나방이 아니라 푸르고 싱싱한 나무와 같고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새와 같다. 하지만  엄마는 활화산이잖아. 너의 불안과 갈등은 폭설에 조난된 등산가의 마음과 다를 바 없겠지.

이 세상에 자식을 버리는 부모가 정상일까? 자식 걱정에 평생  힘들어하는 부모가 보통의 건강한 부모 이듯이 부모를 필요로 하지 않는 자식은 더더욱이나 적겠지. 자식은 보호받고 존중받고 사랑을 받고 자라야 하는 존재이니까.

결혼식장에서 부모가 자식 손을 반려자에게 넘겨주는 의미는 부모처럼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주라는 뜻 아니겠니. 네게 반려자가 생기기 전까지는 지금의 불안정한 감정은 지극히 건강한 것이란다.

언젠가 엄마랑 정말 관련 없이 살 수 있는 날이 올지도 잘 모르겠어요.

관련 없이 살기보다는 네가 주도권을 가지고 살게 되어야 한다. 견주가 반려견을 건강하게 훈련시키고 사랑하는 것과 마찬가지야. 주인은 너란다.

책 제목처럼 정말 엄마를 버리는 일이 그렇게 간단하다면 좋을 텐데.

버린다는 말을 포기하는 것으로 오해하지 마라. 버리는 게 아니라 눈높이를 맞추는 거란다. 초등학생에게 고등학교 수학을 풀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엄마가 초등학생이라고 치면 네가 거기에 눈높이를 맞춰줘야 하지. 그렇지만 끌려 다니지도 않아야 하고.

100% 안 되는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포기할 수 없는 마음이 진짜 이상하죠.

아니 하나도 안 이상해. 네 마음이 지극히 정상이고 건강한 거야. 고통도 건강한 사람이 더 많이 느끼는 거란다.

이건 연애를 하면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고.. 누군가 다른 대상을 찾을 때까지 헤어진 사람을 떠올리는 걸 멈추는 게 어렵게 느껴져요. 이런 마음이 드는 게 심각한 문제인 건가 싶기도 하고.. 아빤 이런 마음을 이해할 수 있어요?

아빠는 유경이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지. 네 말이 다 맞아. 그런 마음이 정상이고 건강한 거야. 행복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지는 공통점이지. 다행히도 너의 중요한 능력이 쑥쑥 자라고 있는 것 같네.

전 나아지고 있는 거겠죠? 연애에 실패할 때마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어요.

아빠가 너를 열심히 지켜보고 있지 않니. 넌 매일매일  훈련을 열심히 잘하고 있는 거란다. 걱정하지 말고 지금처럼 꾸준히 하면 된단다.

올해는 아빠에게 여러모로 특별한 한 해인 것 같아요. 같이 축하할 수 있어서 기쁘고 기대돼요.

그래 네 말이 맞아. 올해는 아빠에게 특별하고  중요한 한 해가 되고 있어. 아빠도 네가 옆에 있어서 행복하고 의지가 되고 위로가 돼. 고맙다 우리 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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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언제나 나를 지켜보고 지켜주고 있다. 그게 아빠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이라고 했다. 내가 넘어지고 다칠 수도 있겠지만 그것조차 허락해 주는 것. 그리고 회복할 수 있는 충분한 시공간을 만들어주는 것.

언젠가 나도 그런 사랑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어.

아빠의 환갑이 정말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게 나도 준비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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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필라테스 정말 최고의 마조히즘 아닌지. 죽을 것 같고 살 것 같다. 선생님 최고의 조련사시고; 암튼 오늘도 무사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