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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모 May 24. 2022

니모의 상담 일기

아빠가 해준 말

나 : ㅇㅇ이랑 함께 지내면서 뭔가 왜 이 사람을 사랑하게 된 걸까..?라는 생각도 들고 ㅁㅁ이나 ㅂㅂ이랑 사귈 때도 그랬지만 막 엄청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누군가가 좋아지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느 정도 관심사가 공유 가능한 사람이랑 연애라는 관계를 통해서 가장 마주하고 싶지 않은 내 안의 것들을 보게 되는 것 같고 성장을 위한 연습 상대로 누군가를 만나게 되는 것 같아요.


아빠 : 그런 마음이 드는 건 네 앞에 있는 사람이 소중하고 매력적이고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고 그래야만 의지하고 싶고 내 마음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되지. 내가 항상 웃으면서 좋은  말만 해줘야 하는 대상은 내가 위로받고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야.

함께 기쁨만 나누는 것이 아니라 아픔, 두려움, 슬픔, 외로움 모든 복잡한 감정도 함께 나누어야 건강하고 평생 지속되는 관계로 발전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마주하고 싶지 않은 내 안의 것들을 보게 되었다면  네가 엄청 소중한 기회를 얻은 거란다.

바로 이런 순간을 정신분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순간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감정을 경험하기가 너무 두려워서 본능적으로 회피하면서 살게 되기 때문이란다. 자기도 모르게 평생 방어적인 삶을 사는 것이지.

성장을 위한 연습 상대로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인생의 필수 요소야.  아빠는 바로 이런 연습을 하지 않아서 인생의 고통을 오지게 당했지.

아빠가 엄청난 인생의 대가를 치렀지만 그  덕분에 어머니를 만나서 행복을 되찾을 수 있게 되었으니 인생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 볼 가치가 충분하구나.

사람은 누구나 소중한 사람에게 공감받고 인정받고 싶어 한단다.  즉 성장을 위한 연습 상대는 꼭 그 시점에 의미 있고 소중하게 느끼는 사람이어야만 한거야.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내 마음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고 내가 위로받고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게 된다면 성장을 위한 연습 상대를 바꿔야 하는 것이지.


나: ㅇㅇ이랑 있으면서 재밌고 행복한 순간들도 많고.. 그런 시간들이 있어서 또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견딜 수 있게 되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어제는 기억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저는 진짜 어릴 때 뭔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잊어버리려고 노력하다 보니까 이젠 정말로 기억하고 싶은 것도 잘 기억이 안나는 것 같다고 많이 느끼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뇌에서 기억이 지워진 건 아닌 것 같고 무의식적으로 억압하다 보니 그 기능이 상실된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기억을 다시 되돌리면 기억력이 좋아지려나? 같은 의문도 들고요. 아빤 어떻게 생각해요?   


아빠 : 100% 네 말이 맞다.  이런 것들을 느끼는 걸 보니 네가 엄청 많이 건강하게 성장했구나.

하지만 너무 서두르면 안 돼. 네가 견디는 힘이 생길 때까지 천천히 기다려 줘야 해. 배고프다고 고기를 센 불에 구우면 재가 되듯이.


나 : 아직도 저 밑바닥에 있는 보고 싶지 않은 찌꺼기들을 생각하면 왠지 속이 울렁거려요. 그런 것들이 다 괜찮아지는 날이 오면 그땐 기억력도 괜찮아질까요?


아빠 : 당연하지. 너의 울렁거림이  성장시키는 원동력이지. 보통 사람들은 울렁거림을 피해 평생 도망 다닌단다.

그 울렁거림을 네가 견딜 수 있을 만큼 잘게 쪼개서 천천히 다가가렴.


나 : 언젠가 엄마를 봐도 마음이 아주 평화로운 날이 오면 ㅇㅇ이랑 힘든 것들도 없어지려나 싶기도 하고..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아빠 : ㅇㅇ이나 혹은 또 다른  누군가랑 힘든 것이 없어지는 날이 훨씬 빨리 찾아올 거다.

아빠가 늘 나부터 살고 봐야 된다고 말하고 이 세상에 가장 소중한 존재는 나 자신이라고 말했지?

아빠에게 평화로운 날들을 가져다준 사람이 바로 어머니시고 아빠가 살아나니 너에게 조금이라도 더 잘할 수 있게 되었잖니.  네가 행복해지면 평화로운 마음으로 엄마를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게 될 거다.


나 : 아빤 어머니랑 있으면 편안하기만 해요..? 아니면 불편한 것들이 있어도 서로 잘 풀어갈 수 있는 그런 관계인 거겠죠..?

가끔은 정말 아무 고통도 없는 세계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ㅋㅋㅋ 휴.. 어렵다. 인생은 진짜 어려운 건가 봐요! ㅠㅠㅋㅋ


아빠 : 아빤 어머니랑 있으면 90% 이상 편안하다. 100%는 좀 비현실적인 거 같아서 아빠 마음으로 최고점을 드린 거야. 물론 불편한 것들이 있어도 서로 잘 풀어갈 수 있는 그런 관계인 거 맞다.  너무 쉽게 술술 잘 풀어나가고 있단다.

아빠는 네 마음이 얼마나 힘든지 이 지구 상에서 가장 잘 알 수 있는 사람이겠지.

가끔은 정말 아무 고통도 없는 세계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네 말의 무게도 진정으로 공감하고 인정한다.

그래서 항상 너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고 애쓰고 있단다.  

물론 아빠의 노력이 너에게 충분하지는 않겠지만

아빠가 너와 약속했듯이 아빠가 이 세상 사는 날까지 영속 가능하고 변함없는 도움을 줄 거다.  네 인생에 내일이 어제보다 못한 날이 생기지 않게 해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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