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정말 오랜만에 이곳에 들어와 글을 쓴다.
사람 인연이라는 것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누군가를 가까이서 들여다보는 과정을 통해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 조금씩 더 알게 되고 있다.
너무 깊은 상처를 받아 글쓰기를 중단했었다. 내게 의미 있다고 느껴지는 일을 가까운 누군가에게 털어놓았을 때 그것이 온통 부정당하고 나니 나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보다 무엇을 해야 부정당하지 않을 수 있는지에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해보고 싶었던, 또 세상에 인정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공부를 하고, 시험을 준비하면서 새롭게 누군가를 곁에 두게 되었다. 수험생활이라는 지난한 시간 동안 상대는 나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내가 너무 오아시스가 다 말라버릴 정도로 물을 마셨던 걸까. 관계가 시작되고 1년 반 남짓 지난 어느 날 그가 내게 말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내게 거짓말을 하고 몇 번을 깊게 만났다고.
1차적으로는 정말 말로 다 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일이었고 그럴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갑자기 나는 발밑의 땅이 다 무너져 지하 오천 미터 정도 아래로 꺼져가는 것 같았다. 상대에 대한 분노보다 나에 대한 자책이 오랜 습관처럼 나를 뒤덮기 시작했다. 내가 또 뭘 잘못해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당장이라도 지나가는 차에 뛰어들어 목숨을 끊고 싶은 충동이 강렬하게 일었다.
2년 넘게 해 왔던 공부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고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 의해 벼랑 끝에서 대차게 밀려버린 나는 목숨만 건진 채 침대에 누워 암흑 같은 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아무리 해도 나아지지 않는 하루하루. 애써 정신줄을 붙잡아 보려 해도 무시무시한 중력이 나를 끝도 없는 나락으로 잡아 끄는 것만 같았다. 어떻게든 살려고 발악을 하며 명상, 상담, 운동, 정신과 약물 등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해보기 시작했다.
가장 처참했던 건 이런 사건이 발생하니 갑자기 과거에 묻혀있던 오랜 트라우마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딸려 나와 나를 괴롭히고, 주위 사람들을 공격하게 만들었다. 대뇌피질이 전혀 기능을 하지 않고 나는 오직 싸우거나 도망가거나 둘 중 하나인 편도체만 노출된 미친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렇게 한 달을 보내고 나니 더 이상 이런 식으로는 살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를 죽이고 또 타인을 죽일 수는 없지 않은가? 이렇게 파괴적으로 살기 위해 그토록 명상을 하고, 수행을 하고, 심리학을 공부하고, 예술에 몰두했었던 것이 아니지 않은가? 유튜브에 있는 수많은 구루들의 이야기를 찾아들으며 도를 닦기 시작했다. 역시 모든 도는 한 가지로 귀결된다. 그것은 바로 과거나 미래에 메이지 않고 현재로 돌아오라는 것.
현재로 돌아오기 위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방법 중 하나는 몸을 쓰는 것, 특히 발레, 그리고 기도였다. 누굴 믿지 않아도 내 안의 힘을 발견하기 위한 기도. 매일 아침 기도했다. 오늘도 나를 사랑하고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게 해달라고.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상으로 명상을 했다. https://youtu.be/Y4 waE257 hqI? si=MDjV3 eusAEHfdANd
영상 속의 주인공은 나의 스승님이시다. 내게 명상을 가르쳐주시고, 또 어떻게 내 안에 있는 힘을 발견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신 분. 이어지는 수많은 가르침들을 들으며 나를 다잡았다. 그중 핵심은 앞서 말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피해의식에 머물러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 과거는 과거일 뿐 그대로 두고 나는 현재를 살아야 한다는 것.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 중 하나는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은 하늘이 허락한 일이라는 것'과 '사실 선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말이다. 나는 이 문장들이 더할 나위 없이 참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에게는. 왜냐하면 이 문장들이 내게 참이 되었을 때 비로소 내 인생이 진짜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세상에 용서하지 못할 것은 없다고. 매일같이 어린 나를 사지로 내밀었던 부모를 용서했기 때문에, 세상에 사실 두려울 것이 없었다. 그 안에서 나는 내 안에 잠재된 엄청난 사랑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가장 어리고 힘없던 시절 가장 사랑하는 이들로부터 받았던 심각한 수준의 학대와 방임은 내게 삶의 가장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주었다. 왜 살아야 하는지, 왜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 그리고 나는 어디로 가고 싶은지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게 했던 계기가 바로 그것이었다. 죽도록이란 말로 다 설명이 되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결국 나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서 비롯된 상처를 통해 내 안에 잠재된 엄청난 포용력을 발견하게 되었다.
다시 그 포용력으로 돌아가 나는 파트너를 용서했다. 그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찾았고, 이해했고, 나 스스로를 위로했다. 내가 용서하면 그때부터 모든 것이 편안하게 돌아간다. 그것은 누군가를 위한 일이 아니라 그 누구보다 나를 위한 일이기 때문에. 엄마를 용서하고, 아빠를 용서하던 그 힘으로 나는 파트너를 용서했다. 우리 관계는 지금 어떤 단어로 정의 내리기 어려운 상태이긴 하지만 그 또한 섭리대로 흘러갈 것임을 나는 믿는다. 무엇에도 집착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매일매일 새로운 삶을 맞고, 매일매일 잠에 들며 새로운 죽음을 맞는다. 하나의 고민이 끝났다고 해서 그다음 고민이 없는 것이 아니다. 내가 정말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는 만큼, 하나의 퀘스트를 깨면 그다음 더 어려운 퀘스트가 등장해 나를 흔들어 놓는다. 그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지금 여기에서 중요한 게 뭘까? 내가 진짜 원하는 건 뭘까?
그 질문의 답은 항상 사랑이다.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은 사랑. 경계 없이, 숨 쉬듯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존재하는 사랑. 끝없이 끝없이 흘러넘치는 화수분 같은 사랑. 내 앞에 놓인 모든 것들은, 내 삶에서 펼쳐지는 모든 일들은 사실 그 사랑을 인식하고, 받아들이고, 제대로 쓰기 위한 게임의 단계들 같은 것이다. 그러니 즐기자! 나는 사랑이 가득한 사람이니.
지금도 나는 내 삶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지금 이 순간 행복하려고 한다. 오늘도 참 아름다운 날씨를 경험했고, 행복하게 발레 했고, 사랑하는 가족과 맛있는 밥을 먹었고, 나를 힘들게 하긴 했지만 너무나 소중한 나의 옛 연인과 대화를 나눴다. 너무도 충만한 날이다. 감사하게 나는 나아가고 있다.
살아있는 생명이기에 당연히 흔들리고 파도가 있지만 그 파도를 잘 타는 서퍼가 되는 것 그게 나의 꿈이고 현실이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에게 축복과 사랑이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추천할 만한 명상 https://youtu.be/g6DGvAoiDeM?si=5Y26cnU7Sh9kH6v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