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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 인간 Mar 19. 2024

29살 대기업 직장인 '장사' 시작하다#2

나는 나가서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 아이템 정하기 

나는 내 직장 7년 차의 모든 경험을 부정하지 않는다. 분명 무언가를 배우고 느끼고 얻었다. 


하지만 '장사'를 준비하는데 나는 정말 이 밖의 세상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는 바보였다. 


나는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보였다. 장사를 준비하기 전 나는 나름 내 삶을 발전시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 대학, 직장, 투자 등등 모든 게 큰 성공은 아니지만 작은 성공들을 꾸준히 이뤄냈었다. 대학생 때부터 꾸준히 투자를 공부했고, 직장을 다니면서도 매일 퇴근하고 집에 가자마자 노트북을 켜고 공부를 했다. 주말이면 또 공부를 했다. 그리고 지금은 트레이딩 관련 강의도 간간히 하며 누적 수강생은 2000명이 넘는다. 주식뿐만 아니라 모든 대한민국 2030의 관심인 부동산도 공부했다. 그 결과 우연하게 서울권 입지 좋은 오피스텔 분양에 당첨되었고, 몇 년간 빵 한 조각도 아껴먹으면서 계약금을 넣고 소소한 시세차익과 함께 서울에 등기도 쳐보는 경험을 20대에 모두 해냈다. 


그러니 나는 내가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남들처럼 비트코인으로 거액을 벌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큰 실패 없이 꾸준히 월급 이외의 파이프라인을 만들려고 노력했고, 내 삶이 전부인양 만족과 불만족의 혼동 속에서 살아갔다. 


그러다가 불안함은 스멀스멀 올라왔고,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내 마음속 깊숙이 또 다른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열정이 있었고, 40-50대에 퇴직을 하거나 애를 낳아서 경단녀가 되었을 때 마트 캐셔만이 가능한 내가 되고 싶지 않았다. (내 나이 40-50일 때는 마트 캐셔도 AI한테 뺏길 판국이긴 하다.) 


그래, 29살 지금이다. 


근데 무엇을 해야 하지? 네이버 스토어팜을 해야 하나? 물건을 팔아야 하나? 중국에서 소싱을 해야 하나? 하며 유튜브에 이런저런 부업을 검색했고 다 그럴싸해 보였다. 그러나 마음속 깊숙이 저게 정말 돈이 되는 거라면 왜 저렇게 나와서 홍보를 할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행여나 저런 곳에 강의비를 주었다가는 돈이 아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유튜브에 나온 성공신화를 보며 부러움만 가득해졌다. 그리고 스스로 이런 거에 부러움을 가지고 혹한다는 생각을 인지하고 나니 내가 정말 세상물정을 모르는 순수한 소녀임을 알았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고상한 곳에서  덜 치열하게 일하고 있음을 모른다.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시간이 없어서'인데, 사실 직장인만큼 시간이 확실하게 확보되는 직업도 없다. 내 사업을 하는 순간 24시간 주 7일 근무는 당연한 건데, 직장인은 퇴근하면 모든 일을 잊어도 된다. 


무튼, 한참을 '무엇을 할지' 찾아보는 열정기로 보내다가 눈에 띄는 게 생겼다. '고시원' 


나는 오피스텔 투자를 하면서 임대소득의 달달함을 맛봤었다. 4-5%라는 소소한 수익률이고 한 번에 거금도 묶이고 시세차익도 크지 않다는 단점들이 있지만, 사회초년생이 투자하기에는 적당한 느낌도 있었다. 1-2억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며, 입지만 좋다면 아파트만큼은 아니더라도 시세차익도 소소하게 가능했다. 그리고 매달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월세가 너무나도 달달했다. 이런 점에서 고시원과 유사했다. 한 층을 내가 임대하고 그 임대한 층을 고시원으로 리모델링하여 방을 쪼개면 초과수익이 가능한 구조였던 것이다. 


나는 고시원에 꽂혔고, 무작정 고시원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우선 기본 지식은 유튜브와 전자책을 통해서 공부를 했다. 요즘은 전부 다 프리미엄 시설에 옛날처럼 없는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라는 인식이 강하고, 하루에 1-2시간 청소만 하면 업무는 끝난다는 좋은 내용들 뿐이다. 게다가 어떤 20대 여자는 고시원을 본격적으로 운영하여 3-5개까지 확장하고 있다고 한다. 왠지 모르게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매물을 보기 위해 여러 부동산과 인터넷에 전화를 돌렸다. 부동산이야 많이 돌아봤기 때문에 어떻게 '살 것처럼' 전화를 하는 게 기본임은 알고 있었다. 회사에서는 전화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점심시간에 틈틈이 여기저기 전화를 돌렸다. 회사와 가까운 곳부터 1시간 내외로 갈 수 있는 인천을 위주로 체크를 하였고, 좀 더 멀리 간다면 경기도권까지 알아보았다. 


처음 고시원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서울 노량진에 있는 전통 고시원이었는데, 다큐멘터리에서나 보던 쪽방보다 더 심한 어두침침하고 음침한 방에서는 휴대폰 불빛만이 보였다. 유튜브와 보던 거랑은 너무 달랐다. 너무 열악하였고 무서웠다. 두 번째는 영등포에 있다길래 안심하고 갔는데 이게 웬걸 중국사람들이 사는 신림동에 위치한 고시원이었다. 해당 고시원은 3-4층에 있는 규모가 있는 곳이었는데 여기는 넷플릭스에서 보던 스위트홈의 촬영지보다 열악했다. 장첸이 당장 튀어나와서 칼빵을 꽂고 사람을 죽여도 어느 누구도 도움을 주지 않을 것 같았다. 샤워실과 주방 모두 꼼꼼하게 체크를 하고 사진을 찍어두고 나왔기지만 '내가 이런 곳을 관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 뒤로 예산에 맞게 서울권, 인천권, 경기권에 있는 매물로 나온 모든 고시원들을 샅샅이 뒤졌다. 주중에는 퇴근하고 고시원 매물을 보러 가고, 주말에는 밤과 비교하기 위해 낮에 고시원들을 둘러보고 미팅을 하러 다녔다. 이렇게 3달 동안 고시원들을 둘러보았고 괜찮은 매물들 몇 개를 집중적으로 수익률 분석을 진행하였다. 


고시원 매물을 보다 보니 신기하게 '모텔'들 매물도 보게 되었다. 정말 신기하고 재밌었다. 모텔/호텔 사업은 그저 돈이 많은 사람만 할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적은 돈으로도 충분히 매입하여 운영이 가능했던 것이다. 번쩍번쩍한 모텔부터 시작해서 앤티크 한 분위기의 모텔들까지 둘러보았다. 보면서 느낀 점은 '아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하게 돈을 버는구나'하는 것을 알았다. 그 뒤로 무심코 지나쳤던 길거리의 간판들이 다 치열한 자영업자로 보였고 한층 더 시야가 넓어졌음이 느껴졌다. 


다음 글에서는 자세한 수익률 분석과 고시원/모텔의 수익률 분석표를 공개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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