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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권일 Nov 21. 2022

놀랍고 신비로운 도요새의 부리

노랑발도요 먹이 활동 모습 ⓒLim kwonil

도요새

우리나라에는 200여 종이 넘는 많은 새가 살고 있어요. 녀석들은 숲이나 습지 등 살아가는 환경에 따라 생김새가 각각 달라요. 그중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게 차이가 나는 것이 있어요. 그것은 바로 부리에요. 녀석들은 다양한 생김새만큼이나 독특한 부리를 가지고 있어요. 독수리처럼 갈고리 모양의 부리를 가진 녀석들도 있고, 참새처럼 짧고 뾰족한 부리를 가진 녀석들도 있어요. 또 오리처럼 납작한 부리를 가진 녀석들도 있고, 저어새처럼 주걱처럼 생긴 부리를 가진 녀석들도 있죠. 그중에서도 도요새는 유난히 길게 휘어진 독특한 부리를 가진 녀석이에요. 갯벌 속에 숨은 갯지렁이나 게를 편리하게 잡아먹기 위해서 그런 형태로 진화해 온 것이죠. 

큰뒷부리도요 모습 ⓒLim kwonil

도요새는 특정한 한 종의 새만 말하는 것은 아니에요. 꼬까도요, 노랑발도요, 마도요 등과 같이 도요새 과에 속하는 무리의 새들을 통틀어 도요새라고 하죠. 도요새는 워낙 주변 환경에 매우 예민해서 사람들이 주변으로 접근하는 것을 조금도 허락하질 않아요. 그래서 도요새를 관찰하려면 망원경이나 고배율의 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를 이용하는 것이 좋아요. 녀석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최대한 먼 거리를 유지한 채 관찰하는 것이죠. 최근에는 값이 저렴하면서도 성능이 좋은 카메라가 많이 나오고 있으니 이를 활용하면 훨씬 더 편리하게 관찰할 수 있어요.   

   

마도요의 기다란 부리 ⓒLim kwonil

부리는 무슨 역할을 할까?

부리는 보통 딱딱한 물질로 이루어진 새의 주둥이를 말해요. 한 가지 관점에서만 보면 부리는 먹이활동을 하는데 쓰이는 부위에 불과해요. 사람으로 치면 입을 대신하는 역할만 하는 거죠.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살펴보면 먹이 활동 이외에도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어요. 새들은 짝짓기를 하거나 먹이를 차지하기 위해서 종종 싸움을 하는데, 이때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것이 부리에요. 녀석들은 부리를 이용해서 상대를 공격하거나 쫓아내요. 마치 사람들이 싸움을 할 때 손이나 다리를 이용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또 새들은 부리를 이용해서 나무에 구멍을 내거나 진흙으로 둥지를 만들기도 해요. 이때에는 부리가 손뿐만 아니라 도끼나 망치와 같은 도구의 역할까지 해요. 부리가 단순히 먹이를 쪼아 먹는 역할만 하는 줄 알았는데 다른 관점에서 들여다보니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관찰을 할 때에는 다양한 관점에서 대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새의 부리가 먹는 역할만 한다고 생각하면 먹이 활동을 하는 모습에만 치중하게 돼요. 하지만 새의 부리가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는 사실을 알면 훨씬 더 다양한 관찰이 이루어질 수 있어요. 이처럼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할 때에는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좋아요.     

 

흑꼬리도요의 먹이 활동 모습 ⓒLim kwonil

도요새 부리의 활용

바닷가에서 활동하는 도요새를 관찰하다 보면 길게 휘어진 부리로 갯벌을 마구 들쑤시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예요. 녀석이 이런 행동을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갯벌 속에 숨은 갯지렁이나 게, 조개와 같은 바다생물을 잡기 위해서예요. 쉴 새 없이 갯벌에 부리를 넣었다 뺐다 하면서 먹이를 잡아먹는 것이죠. 이때 기다랗게 휜 부리가 먹이를 사냥하는데 큰 역할을 해요. 도요새가 가진 독특한 부리는 창의적인 발명품을 만드는 데에도 커다란 영감을 주었어요.


대표적인 것이 실험을 할 때 사용하는 핀셋이에요. 부리를 이용하여 조개를 잡는 모습은 손으로 집기 힘든 작은 물체를 집을 수 있는 핀셋을 발명하는데 도움을 주었어요. 뿐만 아니라 수술실에서 사용하는 특수 가위도 도요새 부리로부터 나왔어요. 수술용 가위는 일반적인 가위와는 달리 양 날이 서로 대칭을 이루고 있지 않은 경우가 있어요. 수술이 필요한 부위만을 정확히 붙잡거나 잘라야 하기 때문이에요. 부리 끝이 휜 도요새의 부리가 손이 닿지 않는 부위를 수술할 수 있는 특수 가위를 발명할 수 있게 해 준 거예요. 지금 여러분에게는 발명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제공해주는 생물들이 있나요? 만약 없다면 관찰할 수 있는 생물들을 찾아보고, 그 생물로부터 어떤 영감을 받을 수 있을지 계속 관찰하고 고민해 보세요.     


흑꼬리도요 무리의 비행 모습 ⓒLim kwonil

긴 여행의 비밀

도요새는 해마다 수천~수만 km에 이르는 먼 거리를 비행해요. 사람은 고작 몇 km만 걸어도 힘들어서 쩔쩔매는데, 녀석들은 쉬지도 먹지도 않고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어요. 그것도 나침판이나 지도, 내비게이션도 없이 말이에요. 녀석들은 어떻게 목적지를 정확하게 찾아오는 것일까요? 가장 널리 알려진 설명은 도요새가 지구의 자기장을 이용해서 비행하기 때문이라는 거예요. 녀석들의 부리에는 자기장 센서 역할을 하는 기관이 들어 있어서 방향을 잃지 않고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는 거죠. 


마도요 무리 ⓒLim kwonil

또 오랜 시간에 걸쳐서 비행을 하다 보니 이동 경로가 DNA 속에 각인이 되어 있다는 주장도 있어요. 굳이 이동경로를 배우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번식지와 월동지를 찾아갈 수 있다는 거예요. 이유야 어쨌든 간에 수천~수만 km에 이르는 먼 거리를 길을 잃지 않고 비행을 한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능력에요. 사람들은 땅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작고 좁은 시선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폭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눈앞의 보이는 대상만을 좇는 것이죠. 창의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여러 퍼즐 조각들을 모아서 하나의 그림으로 합치는 능력이 필요해요. 높은 산봉우리 위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듯이 도요새의 시선으로 세상을 관찰해 보세요. 좁은 범위 안에 갇혀 있던 생각에 물꼬가 터지기 시작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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