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몰아치는 추운 겨울날, 겨울 철새들을 만나기 위해 주암호를 찾았다. 주암호는 화순과 보성, 순천 일대에 걸쳐 형성된 인공호수로 겨울철이 되면 다양한 종류의 겨울 철새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호수에는 비오리, 쇠오리, 논병아리 등이 헤엄치고 있었다. 한쪽에 자리를 잡은 후 녀석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주변 숲에서 경쾌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자, 울긋불긋 화려한 깃털로 온몸을 치장한 큰오색딱다구리 한 마리가 보였다. 녀석은 내가 오는 것을 별로 신경 쓰지도 않은 채 열심히 부리로 나무를 두들기고 있었다.
우리나라에 사는 딱다구리 종류에는 까막딱다구리, 쇠딱다구리, 큰오색딱다구리, 청딱다구리, 크낙새 등이 있다. 딱다구리면 다 같은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그 종류가 다양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중 오색딱다구리는 우리 주변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녀석이다. 공원이나 숲에 가면 먹이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오색딱다구리라는 이름처럼 5가지 깃털의 색깔이 온몸에 나 있어서 쉽게 녀석을 발견할 수 있다. 혹여 녀석의 모습이 보이지 않더라도 조금만 귀를 기울이면 나무를 두들기는 녀석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겨울은 야생 동물들에게 힘겨운 계절이다. 먹을 것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대부분의 새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녀석들은 풍성한 수확의 계절인 가을이 지나면 힘든 시기를 보내야 한다. 먹이가 되는 열매나 곡식은 온데간데없고, 곤충이나 양서류 등의 동물 역시 겨울잠을 자면서 자취를 감춰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딱따구리 만큼은 다르다. 녀석들은 숲이 꽁꽁 얼어붙은 한겨울에도 신선한 먹이를 찾을 수 있다. 튼튼한 부리로 나무 속에 숨어 있는 애벌레를 잡아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녀석들은 추운 겨울에도 다른 새들보다 훨씬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먹이를 찾아 나설 수 있다.
큰오색딱다구리는 나무 위를 자유자재로 이동해 다닌다. 날갯짓으로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통통거리듯 나무를 상하좌우 가리지 않고 뛰어다닌다. 마치 발가락에 접착제라도 칠한 듯 거침이 없는 모습이다. 녀석이 나무 위에서 이런 몸놀림을 보일 수 있는 것은 날카로운 발톱 덕분이다. 갈고리 모양의 발톱을 나무에 걸치면 단단히 몸을 고정시킬 수 있다. 또 큰오색딱다구리는 나무에 수직으로 매달릴 때 꽁지깃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꽁지깃을 나무에 기댄 채 버티면서 균형을 잡는 것이다. 그 모습이 마치 다리가 하나 더 달린 듯한 느낌을 준다. 덕분에 녀석은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고 나무를 두들기며 먹이 활동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