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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권일 Dec 12. 2022

관찰은 아무도 관심 갖지 않은 곳을 들여다보는 거예요.


물속에 사는 기수갈고둥 ⓒLim kwonil

여러분이 관찰 대상으로 삼는 생물들은 대부분 평소 알고 있거나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경우가 많아요. 예컨대 땅속이나 물속에 사는 생물보다는 땅 위에서 살아가는 생물을 관찰하는 경우가 많아요. 땅 위에서 살아가는 생물은 쉽게 눈에 띄는 만큼 관찰하기가 어렵지 않고 또 접근이 편리해요. 이에 비해 땅속이나 물속 생물은 눈에 잘 띄지 않아 만나기가 힘들지요. 하지만 관찰이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대상만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에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은 새로운 영역을 찾아 탐구하는 것도 관찰 활동의 중요한 과정이랍니다. 사람들의 관심과 손길이 닿지 않는 미지의 세계에도 수많은 관찰 대상이 존재하기 때문이에요.


일본왕개미 ⓒLim kwonil

우리는 쉽게 만날 수 있는 대상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자세히 관찰해 보지는 않았어도 오랫동안 봐 왔기 때문에 상식적인 수준의 정보를 가지고 있지요. 그렇지만 관심을 갖지 않는 곳에서 살아가는 생물에 관해서는 알고 있는 것이 별로 없어요. 기껏해야 땅속에는 지렁이와 개미가 살고 있고, 물속에는 피라미나 붕어, 가재가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정도이지요.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생물들이 자신들만의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어요.      


땅강아지 ⓒLim kwonil

먼저 땅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땅속에서 살아가는 생물 중에는 땅강아지라는 곤충이 있어요. 땅을 팔 때 머리를 흙에 처박는 모습이 개가 땅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에요. 땅강아지는 종종 땅 위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대부분 땅 속에서 살아가요. 그러다 보니 우리와 마주칠 일이 거의 없어요. 아주 수고스러운 일이지만 일단 녀석과 만나려면 땅속을 파고 안을 들여다봐야만 해요. 그래야 땅강아지가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흙에서 주로 살아가는지 알 수 있어요. 하지만 매번 땅강아지를 관찰하겠다고 흙을 파기란 쉽지 않을 거예요. 이럴 때에는 땅강아지를 채집하여 땅속 생태계와 비슷하게 사육 환경을 만든 다음 직접 기르면서 관찰하는 것이 좋아요.      


땅강아지의 머리와 앞다리 생김새 ⓒLim kwonil

땅강아지의 몸을 관찰하다 보면 가장 눈에 띄는 부위가 있을 거예요. 바로 삽처럼 생긴 넓적한 앞다리예요. 녀석은 이 앞다리를 이용해 땅속 구석구석을 파고 돌아다녀요. 게다가 머리가 계란처럼 둥근 모양이어서 땅굴을 빠르게 다닐 수 있어요. 모두 땅속 생활에 유리하도록 진화한 독특한 모습이에요. 투명한 사육 상자 안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통해 녀석이 땅속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알 수 있어요. 이렇게 우리가 자주 접하지 못하는 대상도 관찰 방법을 고민해 보면 아주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낼 수 있어요. 무엇을 알고 싶은지 관찰 목적을 분명히 하고 사육하면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관찰이 끝난 뒤에는 원래 채집했던 장소에 돌려보내 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해요.


다우리아 사슴벌레 애벌레  ⓒLim kwonil

숲길을 걷다 보면 비바람에 쓰러져 죽은 썩은 나무를 볼 수 있을 거예요. 비록 의자도 만들 수 없고, 땔감으로도 쓸 수 없는 쓰레기처럼 보이지만 이런 곳에도 관찰 대상은 존재하고 있어요. 흰개미를 비롯해 하늘소나 사슴벌레 등의 애벌레들이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녀석들은 이런 곳에 살면서 나무를 분해하고 자연 상태로 되돌리는 역할을 해요. 덕분에 숲 속 환경은 깨끗하게 유지될 수 있지요. 청개구리와 같이 겨울잠을 자는 생물들에게는 썩은 나무가 추위를 피할 수 있는 따뜻한 집이 되어 주기도 해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숲 속 생물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보금자리가 되는 거예요. 죽어서 썩어 버린 나무 하나에도 이렇게 다양한 관찰 대상을 찾을 수 있어요. 무엇을 정해서 관찰할 것인지는 이제 여러분의 손에 달려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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