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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권일 Aug 28. 2023

관찰이란 우연한 만남의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것


관찰은 목적을 갖고 계획을 세워서 진행하는 것이 좋아요. 하지만 관찰 과정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된 대상을 기록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에요. 특히 그런 장면이 평소에 쉽게 만날 수 없는 보기 드문 현상이라면 말이죠. 예컨대 먹이를 사냥하는 장면이라든가 허물을 벗는 장면 등은 관찰하기 위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 주어진 훌륭한 관찰의 기회가 될 수 있어요. 


관찰 목적을 세우고 일일이 관찰하러 다니면 결코 쉽게 만날 수 없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이때에는 그러한 장면을 먼저 관찰해 두는 것이 좋아요. 관찰하고 기록으로 남겨두면 언젠가는 소중한 정보로 활용될 수 있으니까요. 자연 속에서 마주하는 장면은 매우 짧은 시간 동안에 지나가는 경우가 많아요. 또 작은 움직임에도 쉽게 도망쳐버리기 쉽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지요. 


짝짓기중인 큰밀잠자리 암컷

물가에 정지비행을 하고 있는 이 녀석은 큰밀잠자리 암컷이에요. 이렇게 수면 가까이서 정지비행을 하는 까닭은 알을 낳기 위해서에요. 녀석을 자세히 관찰하다 보면 독특한 행동을 발견할 수 있어요. 바로 물가를 비행하면서 배 끝으로 물을 툭툭 치는 행동이에요. 암컷이 배끝으로 물을 때리는 이유는 알을 낳기 위해서에요. 알을 낳는 방법이 아주 독특하죠? 이렇게 수면을 때리면서 알을 낳는 이유는 산란판의 알을 물속으로 떨어뜨리기 위해서에요. 암컷은 물가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면서 수 천 개의 알을 물속에 낳아요. 


암컷을 지키는 수컷 큰밀잠자리

이때 관찰력이 좋은 친구라면 암컷 주변을 날아다니는 또 다른 잠자리 한 마리의 움직임도 놓치지 않을 거예요. 암컷 주변을 날아다니는 큰밀잠자리 수컷을 말이에요. 이렇게 수컷이 암컷 주변을 날다니는 것은 알을 낳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하는 암컷을 보호하기 위해서죠. 혹시라도 근처에 천적이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면서 말이에요. 무사히 알을 낳고, 알을 낳고 종을 유지하기 위한 녀석들의 노력이 참 대단하지 않나요?     


큰밀잠자리 부부가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는 데까지 대략 10분 정도가 걸렸어요. 일상생활 속에서 10분이라는 시간은 매우 짧은 시간으로 여겨질 거예요. 시험 문제를 몇 개 풀지도 못하고, 게임도 시작하자마자 그만 둬야 하는, 결코 충분하지 않은 시간이죠. 하지만 그렇게 짧은 시간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아주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해요. 이렇게 생물 관찰을 할 때처럼 말이죠. 비록 그 시간이 짧더라도 온 정신을 집중해서 대상을 관찰하다 보면 의미 있는 발견을 할 수 있을 거예요. 


-도서: 관찰은 나의 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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