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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튜디오 오공육 Aug 09. 2017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하는 일 사이

부부의 창업기 1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하는 일 사이  

스튜디오 506 부부의 창업기, 첫 번째 이야기
















행복의 기준



스튜디오 506의 부부 포토그래퍼 썬데이와 마르코의 첫 만남은 회사에서였습니다. 직장 동료였던 두 사람은 얼마 후 사내커플이 되었죠. 1년 남짓이 흐른 뒤 두 사람은 각기 다른 회사로 자리를 옮겼지만요.


직장인 시절 저희 두 사람이 부딪혔던 장애물은 ‘관계’가 아닌 ‘일’ 그 자체였습니다. 회사에서 주어진 일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개인의 존엄, 정치적 신념 등 많은 부분의 마지노선을 무너뜨렸어요. 다행으로 또 감사로 여기는 한 가지는, 여러 회사에 다니며 소중한 사람들을 만났다는 거예요. 동료를 넘어 친구가 되어준 사람들과 쌓은 즐거운 장면들은, 다행히도 직장인 시절을 행복한 추억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청춘이 그렇듯 해야만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의 방황은 바람 잘 날이 없었죠. 야근의 기준 시간은 자정이 된 지 오래. 평소처럼 지하철이 끊긴 어느 밤이었어요. 당시만 해도 아직 연인이었던 저희 두 사람은 카페에 마주 앉아 이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일에서 느끼는 무리한 감정을 어디까지 용인할 것이며, 어디서부터 거절할 것이냐.”



저희 부부는 내 입에 들어갈 쌀을 사고, 비와 바람을 피해 쉴 곳 마련해주는 일. 일명 ‘먹고 사는 일’을 위한 그 어떤 노동도 남루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건 생존과 직결된 문제니까요. 그런데 ‘생존 = 화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가치관 역시 저희 두 사람이 마주한 또 다른 문제였습니다. 화폐를 안겨주는 일이 나의 존엄과 신념을 해칠 때마다 연약해지는 마음. 즉, 정신적 면역력이 약해질수록 삶의 기반이 흔들린다는 걸 몸소 체험한 까닭이겠죠.


그리하여 야근을 마친 그 어느 날 밤, 존엄이나 신념 혹은 철학이라는 단어가 삶에 있어 무척이나 중요하다고 여기는 이 성정을 더는 모른 척하지 말자는 결론에 도착했습니다. 이래도 저래도 불안한 것이 삶이라면, 차라리 마음만은 편안한 불안의 리듬을 따르겠다고 말이죠. 









프리랜서 입성


이윽고 두 사람은 차례대로 사직서를 내고 프리랜서의 길로 입성했습니다. 회사라는 울타리 밖으로 나오니 곧바로 정글이 나타나더군요. 각자 할 수 있는 일은 뭐든 해야만 했던 시기였습니다. 사진을 찍거나,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획서나 제안서를 작성하기도 하고, 인터뷰를 하거나 기사를 쓰기도 하면서요. 


느닷없이 나타난 정글숲을 지나서 가야 할지 기어서 가야 할지 좌충우돌하던 저희에게 동아줄 하나가 주어졌습니다. 이전 회사에서 만난 인연이 정부 부처에서 기획한 단행본 작업을 제안한 것이죠. 도시가 아닌 곳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사람들. 썬데이는 그들을 인터뷰해 글을 쓰고, 마르코는 그들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일명 귀농 귀촌인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만드는 작업이었어요.


여러 달에 걸쳐 함께 전국을 누볐던 시간도 좋았지만,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저희에게 커다란 자극이 되었습니다. 마치 프리랜서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는 저희 두 사람이 반드시 들어야 하는 수업 같았어요. 특히 당시 인터뷰한 사과 농부의 말씀이 유독 깊은 울림을 주었어요. 여러분께도 들려드리고 싶어요.



“도시에서 살 때는 부부가 각자 다른 회사로 출근했기 때문에 당연히 서로의 일과를 정확히 알 수가 없었어요. 아내가 집에 와서 오늘 회사에서 화가 났던 일을 얘기해줘도, 그게 무슨 일인지 어떤 상황이었는지 제대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제대로 된 위로도 해줄 수가 없었어요. 그러다 보면 부부 사이가 원만하지 않을 때도 있죠. 여기 와서는 많은 게 달라졌어요. 무엇보다 하루 종일 함께 있으면서 저 사람이 왜 화가 나는지, 뭐 때문에 기분이 좋은지, 아내의 감정이 흘러가는 리듬을 파악할 수 있으니까 부부 사이가 훨씬 좋아졌어요.”









당신의 성장을 곁에서 지켜보고 싶은 마음



두 고등학생의 아버지이자 과수원을 가꾸던 이 분의 이야기는 마르코에게 굉장한 영감을 주었나 봅니다. 단행본이 완성되고 뿌듯해하던 무렵 이런 이야기를 건네더군요.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요지는 이렇습니다. 



“우리 이럴 게 아니라 같이 일을 해보면 어떻겠냐. 나는 당신과 함께 일하며 당신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 그게 우리에게 맞는 리듬이 아닌가 한다. 우리는 지금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과정에 있다. 그런데 우리가 같은 공간에서 일한다면 해야만 하는 일도 하고 싶은 일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당신의 성장을 지켜보고 싶다는 한 마디. 바로 이 진심 덕분에 훗날 부부가 된, 그러나 당시만 해도 아직 연인이었던 두 사람의 험난한 창업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지인들에게 창업 결심을 들려주었을 때 황당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었어요. 현실적이지 않다는 이유였죠. 한 사람은 직장을 다니며 월급을 받아야 한다거나 그러다 실패할 수도 있다는 직언도 피해갈 수 없었어요. 그리고 그 의견에 무척이나 동의하는 저희 두 사람이었지만, 네, 거기까지도 우리의 인생으로 끌어안기로 했습니다. 저희가 언급했던 ‘하고 싶은 일’은 꼭 직업만을 가리키는 건 아니었거든요. 그건 ‘사랑하는 두 사람이 서로의 성장을 지켜보는 단 한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는 바람’까지 수렴하는 명제였습니다.


때로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도 합니다. 저희 두 사람이 직장인에서 청년창업자이자 자영업자가 된 것처럼, 혹은 연인에서 부부가 된 것처럼요.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 오늘은 곁에 있는 사람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주세요. 그건 위로이자 격려이자, 당신이 내게 소중한 사람이라는 뜻도 포함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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