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꼬르따도 Jul 01. 2022

Stay or Leave

늘 결정은 어렵지

비비안 마이어라는 사진 작가가 있다. 


사실 사진 작가로 알려진 건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거였고,

본인은 사진 촬영하는 행위에 초점을 뒀지

그 사진을 누군가에게 알리거나 팔거나 전시는 일절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상업성을 배제한 순수한 창작 활동만 한 셈이다. 

그녀는 부잣집 자녀들을 돌보는 보모라는 직업의 일을 하면서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우연히 경매에 올라온 그녀의 수만장의 필름을 누군가 낙찰 받고, 

그 사진의 결과물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뒤늦게 사람들의 관심을 얻기 시작했다. 


그녀의 미스테리한 일생도 그녀의 사진이 명성을 얻는 데 한 몫 했다. 


여기까지가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들이다. 오늘 퇴근길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퇴근할 생각이다.


스타트업에서 입사 제의가 왔다. 커피챗은 간단하게 성공적으로(?) 진행된 듯 하다. 


막상 면접 프로세스를 본격적으로 진행하려고 하니까, 지금의 회사가 너무 좋게 느껴진다. 근무 제도도 좋고, 업무량도 좋고, 사람들도 좋다. 물론 처음 입사 후 비슷한 년배의 동료들의 텃새에 적응하는데 작은 부침이 있었고, 경쟁자로 견제하는 그들로 인해 심리적 어려움은 있었지만 모두 예상한 가능한 수준이었고, 전 회사에 비하면 사람들도 훠얼씬 좋아서 쉽게 털어내고, 지금은 나름 만족하고 있다. 


단, 하나의 단점이 있다면 지난 회사에서 진급을 하지 못한 채 급히 이직을 해서, 같이 일하는 다른 사람들보다 연봉이 낮다는 거다. 연봉 수준만 맞으면 더할나위 없이 좋다고 생각한다. 


장점들이 모든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지만, 가끔 어떨 때는 그 단점이 유독 뾰족하게 마음을 갉아 먹는다. 행복은 절대적인 게 아니라 상대적이니까. 상대적인 환경에서는 끊임없이 마음을 다잡는 수밖에 없다. 마음이 말랑말랑해질 때면 어김없이 불만이 나오고, 그 불만이 심할 경우엔 전에 내 진급을 가로막았던 임원에게 한 바탕 욕지거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인다. 


이직 제의가 온 회사는 내 한 몸 희생해서, 우리 가족을 흙수저에서 일으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환상을 주는 곳이다. 재테크 관련 회사고, 실제로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 회사 내 멘토들 덕에 모두 부자가 되었다는 풍문이 있다. 


와이프는 내 한 몸 희생해서, 인생을 바꿔보자고 하는데, 나는 그 말에 마음이 더 닫혀 버린다. 그 저변에 흐르는 나의 심리는 내가 더 잘 알지만, 굳이 여기서 표현하지는 않겠다. 


40대 중반을 향해 가는데, 내가 여기서 뭘 더 나아갈 수 있을까, 

스타텁에서 도전하면서 쏟을 에너지는 남아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다. 

스타텁 가서 다시 돌아오기엔 기회비용과 매몰비용도 두렵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비비안 마이어라는 사진 작가가 있다. 그녀가 보모라는 삶에서 벗어나 한 발 더 나아가 사진 작가로서 명성을 얻을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았다면 그녀의 삶이 달라졌을까. 


나는 지금 숨어서 보모로 일하는 사진 애호가일까, 사진을 적극적으로 찍고 전시하는 사진 작가일까.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는 인생과 같아 그래서 우리가 좋아하는 거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