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하지였다.
누리호가 발사 대기 중이었고
딸아이 어린이집 행사가 있었다.
내가 집에서 근무를 하다
잠깐 짬을 내어, 어린이집에 방문하자 딸 아이는 제 자리에서 방방 뛰며,
'우리 아빠야, 우리 아빠가 왔어' 하며, 문자 그대로 뛸 듯이 기뻐 하였다.
급기야는 신난 나머지,
'재이야 너네 엄마는 안오니?' 라고 선을 넘는 말까지해서, 시무룩한 재이를 내가 대신 달래주기까지 했다.
일년 중 해가 제일 긴 날 때문이었는지 어제는 날이 몹시도 더웠다.
비좁은 어린이집에, 어린애들과 선생님 뿐 아니라 학부모님들도 방문하여 좁은 공간이 더 복작복작했다.
날은 덥고, 장소는 좁다랍고 땀은 연신 흐르고, 그래서 현기증이 났다.
그래 이런 날엔 짬뽕이지 하고 어린이집 행사가 마치자마자 평소 즐겨찾는 중국집을 찾았는데,
한 달 전 성시경이 본인 유튜브 '먹을텐데' 촬영한 곳이라 그런지, 대기줄이 어마어마했다.
한달 간 줄이 긴 건 이해할 수 있었는데, 아직도 이렇게 줄이 긴 건 너무 하잖아.
결국 내 최애 짬뽕을 먹지 못했다. 언제까지 먹지 못할까.
대안으로 중국집 옆 뼈다귀해장국집에서 뼈해장국을 먹고 돌아섰다. 땀이 많이 났다.
집에 돌아왔는데
에어컨을 틀지 않은 집은, 업무에 적합하지 않았다.
수분을 섭취하고, 커피를 마시고, 복숭아를 먹었다. 복숭아 과육이 터져 나왔다.
머리가 아팠다. 어지럽고, 현기증이 계속 났다.
하지만, 두통약을 먹고 업무를 하고, 업무 중간에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려와서 가까운 근린공원에서 함께 놀았다. 모래놀이를 하다, 아내 퇴근길에 맞춰 미리 소바집에 아이와 도착을 했다.
가족과 소바와 만두를 먹고, 집으로 돌아와 아이를 씻기고 다시 업무로 복귀해 해야할 일을 기한 내 마감했다.
두통약을 하나 더 먹었다.
아내가 퇴근길에 "여보 생일인데 저녁에 뭐 먹을까?" 물었을때
"응, 동네에서 간단하게 메밀 소바에 만두를 먹자."하고
작은 식당에서 가족끼리 옹기종기 앉아 식사를 하는데 뭔가 담담하고 이 대수롭지 않은 일상이 대견한 느낌이 들었다.
임신한 아내와, 배고파 하는 딸 아이를 위해
간단하게 먹고 나올 수 있는 편한 음식을 시키고, 집에까지 도란도란 걸어오는 길이 특별할 것 없이 평범했다.
그래서 좋았다.
어제는 하지였다.
내 생일이었고, 누리호는 무사히 우주로 발사되었다.
특별할 것 하나 없는 하루였다. 그래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