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리언달러 패밀리
일주일에 세 번 전화영어를 한다.
언젠가 이 부분도 좀 더 자세하게 분석을 해볼 요량인데,
전화영어를 할 때 '나 둘 째 태어났어!'에 대한 리액션들이 나라들마다 사뭇 다른게 신기했다.
마치 친구의 일처럼 호들갑스럽게 축하해주는 사람들은 대부분 캐나다인이었고,
아, 미국도 미국 남부 쪽은 리액션이 좋았다.
그 외 아일랜드나, 영국, 미국 서부 쪽은 비교적 덤덤했다.
오 축하해, 그럼 우리 교재 볼까. 이런 드라이한 분위기랄까.
(우리는 딸 하나 아들 하나이면 100점이다, 혹은 200점이다 이렇게 표현하는데
미국은 밀리언달러 패밀리라고 표현한다고 한다.)
그리고, 넷 이상의 가족 구성원을 꾸리고 있는 쪽은 대개 캐나다,
이혼하거나 자녀가 멀리 외국에 가 있거나 좀 자유로운 가족 구성원들의 형태를 보이면 대개 미국과 유럽 쪽이었다.
이 표본은 내가 아이를 낳은 이후, 이 소재를 가지고 지난 3개월 간 60여차례의 영어 수업에서 만난, 약 30여명의 선생님들로 부터 얻은 지극히 개인적인 통계치이다.
대화를 하다 보면 캐나다인들은 가족을 일구고 가족을 위해 일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게 당연한 사명이자 의심의 여지 없는 인생의 수순이라 생각하는 듯 했다. 반면에, 미국이나 유럽인들은 결혼과 출산에 대해 좀 더 보수적이고 조심스럽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언젠가 캐나다의 프레데릭턴에 가서 몇 달을 머물 생각이다. 프레데릭턴 거주 선생님들로부터 열렬한 축하와 때론 깊은 위로를 받아 한 번도 듣도 보도 못한 그 동네에 깊은 애정이 생겼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조승연의 유튜브를 보면서 출근을 했는데, 그가 전세계의 출산율 통계와 각 나라 별 기사를 바탕으로 분석한 내용을 보면 출산율 감소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전 세계의 출산율의 변화 추이는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 갔는데, 애초에 시작부터 낮게 출발했던 한국이 더 도드라지게 보인 이유는 출산율 1.0이라는 어떤 암묵적인 기준선을 훨씬 밑돌아서 주목을 받는 듯 하다.
출산율 저하에 대한 여러 인상적인 분석들이 있었다.(조승연 유튜브 참조) 그 중에, 젊은이들이 남여 간의 연애 감정과 연애에 쏟는 에너지를 영상이나 인터넷, SNS를 통한 관음 등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이 생김에 따라, 물리적인 남여간의 연애가 줄어든 것이 출산율 저하의 하나의 원인으로 분석한 내용이 신선했다. (연애를 위한 에너지는 동일한데, 그 에너지가 다른 곳으로 분산된 것이다.)
오랜 시간 바빠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연재를 지속하지 못했다.
바쁜 이유는 회사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출시가 임박했고(지금은 출시 완료!!), 강서구에서 일산으로 이사를 했고, 둘 째가 짠! 태어났다. 이 일련의 일들을 준비하면서 결국 작년 12월 말엔 거의 쓰러질 뻔 했다. 회사에서 링거 맞고 꾸역꾸역 기력을 차릴 정도였으니까.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시리즈의 첫 에피소드에서 선언하듯 또는 다짐하듯 기술한 것과 같이 '둘째는 사랑이다' 이 명제는 참말이었다. 둘 째는 발로 키운다고 우스갯소리로 애 엄마들이 말하곤 하는데 그 말의 의미를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둘째에겐 손이 덜 간다. 심지어 둘째가 채 100일도 안되어 RSV 바이러스에 걸려 응급실에 갔는데도, 첫째때보다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젖병을 삶고, 우유를 타고, 우유를 먹이고, 트름을 시키고 이 일련의 과정들이 첫 째를 키우면서 몸에 익었는지 잠에서 덜 깨 헤롱헤롱하면서도 순식간에 그 동작들을 자연스레 하고 있는 나를 보며, 이건 마치 제임스 본이 기억은 잃었지만 몸이 기억하는 그 어떤 숙련공의 모습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금의 육아템들은 첫째때보다 훨씬 진화했다. 특히 우유 타주는 기계 같은.
둘 째가 태어나서 가장 기쁜 지점은.
첫 째가 커가면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귀엽고 깜찍하고 앙증맞고 사랑 그 자체인 유아시기의 그 아까운 순간과 모습들을, 둘 째를 통해 한 번 더 경험할 수 있게 된 점이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시리즈는 보는 사람은 없지만,
추후 이 시기의 나의 감정과 생각들이 어떻게 흘러왔는지 반추하기 위해
기록으로써의 의미를 가지고 계속 써 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