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평범한 날이었다
그날도 평범한 날이었다. 집에서 일을 하다 말고 웹 서핑을 했다.
잠시만 해야지 했던 웹 서핑은 그날도 어김없이 길어졌다.
BBC 코리아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두 성인 여자가 그네를 타고 있는 동영상이 나왔다.
<성인 ADHD:유쾌하고도 슬픈 어른의 ADHD>라는 제목의 동영상 기사였다.
영상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기분이 이상해졌다.
나는 성인 ADHD 관련 검색을 좀 더 해봤다.
관련 기사와 자료를 보면 볼수록 기분이 이상했다. 어째서 이렇게 모두 다 내 얘기 같을까?
시계를 보니, 오전 11시 30분이었다.
동네의 정신과 정보를 찾아봤다. 모두 일제히 오후 1시부터 점심시간이었다.
나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정신과에 전화를 걸었다. 다른 손으로는 겉옷을 챙겨서 걸쳤다.
전화를 걸었던 첫 번째 병원은 성인 ADHD를 보지 않는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 집을 나왔다.
두 번째로 가까운 병원에 전화를 걸면서 마을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두 번째 병원도 그리고 그다음에 전화를 건 세 번째 병원도 모두 성인 ADHD는 보지 않는다고 했다.
네 번째 병원에 전화를 걸고 있을 때, 자주 오지 않는 마을버스가 지나가 버렸다.
네 번째 병원 역시 성인 ADHD는 보지 않았다.
나는 점심시간 전에 성인 ADHD 진단을 받는 걸 포기하고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도 점심을 먹을 기분 따위는 나지 않았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여전히 성인 ADHD가 뭔지 나는 몰랐다.
그러나 어쩌면 오래 찾아 헤맸던 이름을 찾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탈 때마다 지갑을 찾지 못해서 얼굴을 붉히는 나.
어떤 것도 재미가 없으면 괴롭도록 하기 싫은 나.
나는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