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어딘가에 가닿고 싶었다
ADHD 약을 먹기 시작한 3일째, 미묘하게 남아있던 고양감은 완전히 사라졌다.
약을 더 먹고 싶었다. 약을 더 먹으면, 고양감이 돌아올 것 같았다.
병원에 전화해서 약을 더 먹고 싶다고 말했다.
약 먹기 싫다고 말한 지 나흘 만이었다.
ADHD 약 용량을 올리고 싶다는 내 말에 의사는 선선히 그러라고 했다.
용량을 올리자, 기분이 좋아졌다.
일에 집중이 잘 됐고, 쾌활하게 지냈다.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것 같았다.
연락이 뜸했던 친구들과도 다시 연락하기 시작했다.
나는 한 걸음 더 내딛고 싶었다.
한 걸음 더 내디뎌서 다시 굴러 떨어지지 않을 수 있는
안전한 어딘가에 가닿고 싶었다.
약을 복용하기 시작한 초기, 희망이 넘쳤다.
그때는 약을 늘여달라고 자주 요청도 했고, 또 증량을 하면 고양감도 반짝 돌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약이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았다.
다만, 약은 내가 문제를 푸는 과정을 도와주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많은 면에서 바뀔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