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진단을 받으러 찾아간 세 번째 정신과
다음 날 나는 문 여는 시간에 맞춰서 병원에 갔다.
병원 대기실은 벌써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나는 예약 없이 갔기 때문에 빈 시간이 나올 때까지 기약 없이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괜찮았다. 그 병원에는 여성잡지와 신문 대신 소설과 만화책이 잔뜩 꽂혀 있었다. 나는 만화책을 집어 들었다. 만화책을 읽는 동안, 기다리는 시간이 그다지 괴롭지 않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 병원이 마음에 들었다.
두 시간을 만화책을 보며 기다린 뒤, 나는 의사를 만났다. 의사는 예민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내 이야기를 들었다.
이번에는 어쩐지 말이 잘 나왔다.
가족 이야기, 직장생활, 학창 시절, 어린 시절, 친구 관계, 가족관계. 내 인생이 쏟아져 나왔다.
어떤 말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타인에게 해본 말이었다.
나는 이십 대 초에 겪었던 우울증 이야기도 했다.
그땐 인생 플러스마이너스 계산하면, 어차피 마이너스 아닌가? 그냥 일찍 죽는 게 남는 장사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죽고 싶지도 않았어요. 죽고 싶다는 것도 감정이잖아요?
내 말에 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죽고 싶다는 감정조차 없었어요.
의사는 그저 조금 슬퍼 보이는 표정으로 내 말을 들었다. 그는 내 말뜻을 매우 잘 아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이 의사가 내가 말하는 경험을 자신도 겪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의사를 좀 믿어보기로 했다.
의사와 진료가 끝난 뒤에는 병원의 심리상담사와 다른 상담도 했다.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서면 검사도 했다. 어느새 병원 점심시간이 다 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