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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래 Jun 26. 2023

8. ADHD 약을 먹기 시작했다


ADHD라고 병을 진단받았으니 약을 먹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약을 먹기 싫었다. 

정신과 약이니까.

약을 먹기 싫은 이유가 정신과 약에 대한 편견 때문이라는 생각이 그때는 들지 않았다. 

나는 상담이나 인지치료 같은 뭔가 좀 더 고상한 이름의, 있어 보이는 치료를 받고 싶었다.      

‘나는 약을 먹을 정도로 심각하지 않잖아? 

이제 병명도 알았으니, 좀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     

등등의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약을 먹지 않겠다고 우겼지만 의사는 단호했다. 

그곳이 처음 갔던 병원이었거나 내가 진단을 쉽게 받았다면, 나는 약을 먹지 않겠다고 버텼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틀 동안 헤맨 끝에 받은 진단이고 처방이었다. 그렇게 헤매고 나서 이러는 게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을 먹는 게 두려운데, 감정적인 문제겠죠?”

내 질문에 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약을 먹겠다고 했다. 


약을 받아 들고 병원을 나오자 기분이 이상했다. 

새로운 정체성이 생겼다. 

나는 ADHD 환자였고, 정신과 약을 먹는 사람이 되었다. 

조금 기뻤고, 조금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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