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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김나영 Apr 27. 2021

38 < 의외성이 주는 기쁨 >

나의 마음은 언제나 이 세상 모든 것에 대해 활짝 열려 있습니다.

나의 두 눈은, 카메라가 멋진 순간을 포착하려고 앵글을 잡듯 시선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늘 돌아갑니다.

그리고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의 한계가 일정량의 헤르츠와 데시벨로 정해져 있어 너무 높거나 큰 소리는 들을 수 없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더 많은 것을 들으려고 나의 귀 또한 언제나 쫑긋 세워져 있습니다. 

그런 마음 덕분에 나는 의외적인 기쁨을 발견하게 될 때가 참 많습니다.

그러나 내가 앵글을 잡고 마이크를 설치하려는 것이 맑고 산뜻한 것들이어서인지,

나의 눈과 귀에 맑고 아름다운 것들이 선택적으로 골라져 포착되는 것이 참 다행스럽게 여겨집니다.

나는, 나에게 기쁨을 가져다주는, 작지만 뜻밖의 현상과 모습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런 모든 것들을 나는 사랑합니다.


물방울에 여울진 무지개의 아름다움도,

아파트 베란다에 매달려 연시가 되어가는 노란 감도 나는 사랑합니다.


달리는 차 유리창에 미끄러운 발로 간신히 매달려 있던 베짱이가 안타깝고,

바람에 휘날리는 그의 더듬이가 애처롭지만 너무도 사랑스러운 그림입니다.


과일장수의 트럭이 멈추었는데,

과일을 담아 파는 색색의 작은 바구니들이 우르르 길가로 쏟아져 뒹구는 모습이 경쾌한 삶의 리듬 같아 즐겁습니다.


버스에서 만나 눈길을 나눈 꼬마 아이가 버스에서 내려 저만치 멀어지는데도 계속 돌아보며 수줍은 미소를 짓는 모습이 귀엽고 앙증맞습니다.


비가 내린 후 노란 은행잎이, 지나가던 여인의 양쪽 구두 밑창에 똑같이 한 장씩 달라붙어,

그녀가 뚜벅뚜벅 걸어갈 때마다 노란 은행잎이 허공을 둥둥 떠다니는 듯해서 마치 코미디를 볼 때처럼 청량한 웃음이 터져 나옵니다.


어느 여인의 스카프가 바람에 날려 추위로 웅크리고 걸어가던 어떤 노인의 목을 감싸주는 광경은 추위 속에서도 나에게 훈훈함을 안겨주었습니다.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는 봄날, 시골 토담집의 툇마루에 앉아 졸고 있던 고양이가 생선을 먹는 꿈이라도 꾸는 듯 달게 자다가 그만 앞으로 고꾸라지던 모습은 유쾌함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끼게 했습니다.


비가 내린 다음이라 당연히 젖어 있을 것만 같았던 나뭇잎이 바람이 불 때마다 보도블록 위에서 조그맣게 사각거리는 소리를 내며 뒹굴던 모습은 정말로 나에게 의외의 청각적 심상(image)을 가져다주며 즉석에서 한 편의 시를 짓게 했습니다.


짓궂게 동생을 약을 올리고 까불며 달아나던 꼬마 형이 바로 앞쪽의 모퉁이에 세워져 있던 전봇대에 부딪혀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르고 서있던 모습에서 나는 통쾌함과, 또한 그 아이에 대한 연민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런 아이의 모습조차 너무나 사랑스러웠습니다.


개미들이 저희가 다니는 길만을 오가며 서로 만나면 잠시 무언가를 교류하는 듯 멈칫거리다가, 알았다는 듯 제 갈 길로 돌아서 빠르게 기어갑니다. 그것을 보면 미시적 세계가 가만히 들여다보이는 것 같아 흥미로워집니다. 그 작은 세계에도 질서가 있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다가옵니다.


시골 친척집 앞마당에서 노란 병아리들이 오리를 제 어미로 알고 졸졸 따라다니던 모습은 나의 마음이 간드러질 정도로 유쾌하고 흐뭇했습니다.


심부름으로 붕어빵을 사러 간 아이가 한참 만에 돌아와, 붕어빵의 꽁지마다 야금야금 베어 먹고는 머리와 몸통만을 가져온 것을 바라보며 한 길에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깔깔 웃던 아이의 엄마를 보며, 그 천연덕스러운 아이나 그것을 보고 웃을 줄 아는 맑은 마음을 가진 아이의 엄마나 모두 어여쁘게만 보였습니다.


이렇듯 우리의 세상에는 아름다운 것을 보려는 마음만 가지면 얼마든지 아름다운 광경이 넘쳐납니다.

아름다운 것을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도 않습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무심하게 흘려버리며 사는 사람은 그만큼 좋은 것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잃고 사는 것입니다. 

순수함과 동심을 잃지 않은 사람은 작은 것 하나에서도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인생의 보너스와도 같은 의외적인 기쁨과 의외의 아름다움을 언제나 만끽하며 산다면 우리의 삶이 아주 맛깔스럽게 변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의외의 기쁨이 느껴지는 순간 나의 영혼도 반짝, 하고 빛을 내게 될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우리의 영혼이 맑아진다는 사실을 늘 기억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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