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이가 교보문고 로고를 보더니 왜 서점에 '참새'가 있냐고 물었다. 나도 글쎄, 새가 재잘거리듯 책이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뜻 아닐까? 하고 말했다. 그러다 궁금해져서 찾아봤는데, 이는 '새'가 아니라 '곡옥'이라고 했다. 이는 교보생명이 택한 상징으로 생명존중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나는 곡옥의 의미가 조금 더 궁금해져서 찾아보았다. 태아나 달(月)을 형상화했다는 설, 태극 문양을 나타낸다는 설 등이 다양하게 있었는데,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소리'와 관련되었다는 설이다. 공자는 군자의 '덕'을 '옥'에 비유했다 하는데 옥을 두드릴 때 나는 맑은 소리와 같은 분위기를 지니고, 그와 같은 맑은 영향을 주변에 퍼뜨리는 청아한 존재를 군자라고 보았다.
곡옥 역시 목걸이나 왕관 등의 장식에 달아두면, 걸을 때마다 옥이 부딪히며 맑은 소리가 났다고 한다. 어느 여인 혹은 군자가 산들거리는 바람에 옥을 흔들며 맑고 청아한 소리를 내며 걷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여기서 약간 제멋대로 나아가보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 주변에도 그와 같은 맑은 기운이 퍼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하루종일 스마트폰만 보면 눈이 충혈되고 어딘지 중독된 눈빛이 떠오를 것 같은데, 반면에 책을 사랑하며 항상 들여다보는 사람의 눈은 군자처럼 맑아져갈 수도 있지 않을까?
이처럼 '옥'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문득, 개인적으로 놀라운 지점이 떠올랐다. 아이의 한자 이름 자체가 '상서롭고 온전한 옥'이라는 뜻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돌아가신 아이의 증조할아버지가 남겨주신 이름인데, 이 이름은 아이에게 참으로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동그란 눈, 순수한 웃음, 책을 좋아하는 마음이 아이를 옥처럼 맑은 소리를 주변에 퍼뜨리는 존재로 성장하게 하면 좋을 듯하다.
아무튼, 청년 시절부터 마음의 고향같았던 교보문고에는 지금도 한 달에 몇 번씩은 간다. 가면 매번 책 보따리를 싸들고 오기도 하고, 아이도 서점 가자고 하면 좋아서 먼저 달려가는 곳이다. 이곳에 우리가 제멋대로 부여한 이 우연한 의미들이 쌓여, 그만큼 값진 공간으로 오랫동안 남아주었으면 한다.
* 사진출처 - 교보문고 로고이미지 / 한국학중앙연구원 금모곡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