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난 3주 동안 포르투갈에서 아침을 맞이하기로 했다.
왔다.
드디어 포르투갈에.
어젯밤 12시가 다 되어 파김치 녹초 상태로 리스본 에어비앤비에 도착했다.
호스트랑 같이 지내는 에어비앤비는 처음인데, 정말 이런 게 에어비앤비이구나 싶다.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에 충실한 그런 숙박 형태랄까?
디자이너 호스트 살로메의 취향 그대로,
구석구석 그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그런 아늑하고 코지 한 공간이다.
(그녀는 이케아 디자이너이다)
나는 오늘부터 그녀와 그녀의 어린 아들이 같이 사는 집 방 한 칸을 얻어 살게 되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도착하자마자 살로메는 날 엄청 반갑게 맞이해줬고,
간단하게 그녀의 집 사용방법(?)에 대해 이야기해줬다.
에어비앤비 이야기, 그녀의 아시아 여행 이야기, 수집 이야기, 서울 가보고 싶다는 이야기 등등 갑자기
여러 가지 이야기로 뻗어 나가다가 내가 녹초가 된 상태라는 걸 깨닫자 그녀는 이만 날 꿈나라로 보내줬다.
역시 포르투갈 사람들은 밝고 활발하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내가 살게 될 살로메의 집구석 구석을 구경했다.
아시아 문화에 관심이 많은 그녀는, 아시아의 여러 나라를 여행했었고
그곳에서 수집한 독특한 소품들이 집안 곳곳에 있었다.
그리고 여기가 내가 12일 동안 지내는 방.
천장도 높고 방도 넓다, 그리고 방에 발코니가 있다는 사실.
이렇게 아늑한 에어비앤비는 처음이다.
뭔가 긴장했던 마음이 사르르 녹는 느낌이랄까.
사실 숙소를 정할 때 아파트 전체를 빌릴지, 호스트랑 같이 사는 집을 빌릴지 고민을 많이 했었다.
단순한 여행 목적으로 짧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서,
아무래도 공용으로 사용하다 보면 불편함이 있지 않을까 걱정을 하긴 했었다.
그런데 가정집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편하고 아늑하고, 또 오히려 안정감이 들기도 한다.
호스트와 같이 사는 집을 선택하길 정말 잘했단 생각이 든다.
부엌도 마음대로 쓰고 요리도 막 하는 건, 아침시간에 겹쳐서는 사용하기 힘들 것 같은데
(그녀도 출근하고, 아들도 학교에 가기 전에 부엌을 쓰니까)
사용시간을 잘 나눠서 쓸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내가 요리를 하면서 밥을 챙겨 먹는 스타일이 아니기도 하지만......
하루밖에 안되었지만, 진짜 제일 좋은 건 관광지에서 좀 떨어진 집이라서 로컬 st 한 공간이 많다는 거.
그리고 살로메가 로컬 입장에서 좋은 카페, 관광지, 여행 루트를 많이 추천해줬다.
우린 주로 왓츠앱으로 커뮤니케이션하기로 했고,
그녀는 정말 빠르고 친절했고, 영어 또한 유창해서
커뮤니케이션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리스본에서 첫 날인 오늘은 아무런 계획이 없었기에
살로메가 추천해준 곳을 가보기로.
살로메가 추천해준 로컬 카페
집 앞 #bricks 에서 커피와 간단한 아침을 먹으러 왔다.
사실 어젯밤부터 배고파 죽을 것 같았다.
포르투갈은 에스프레소를 많이 마신다고 해서, 나도 시켜보았다.
오마 오마~ 에스프레소 맛있다.
내가 생각했던 탄약 같은 쓴 맛보다도, 농축된 아메리카노 같다고 해야 할까?
에스프레소를 못 먹었던 나에게도 잘 맞았다.
여기서는 에스프레소를 엄청 먹고 갈 것 같다.
그리고 커피가 이렇게 저렴하다니.
에스프레소는 0.6유로
아메리카노는 1유로다..!
여기 은근 사람이 많다.
대부분 동네 사람들로 추정되지만.
관광지의 시끄러운 북적임이 아니기에, 오히려 이런 느낌이 반갑다.
스크램블 에그를 시켜봤다.
짜지도 않고 집에서 한 맛이라 기분이 좋아졌다.
든든하게 배를 채운 후
리스본 거리를 걸어본다.
리스본의 상징, 노랑이 트램 안녕.
일단은, 교통권은 구매하지 않고 계속 걸을 예정이다.
나는 걷는 걸 좋아하니까.
말로만 듣던 아쥴레쥬 장식.
거리를 걸어 다니다 보니
화려하면서도 빈티지한 느낌이 있는 포르투갈의 건물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긴 여행이라 그런지 특별한 계획이 없다.
날씨도 좋으니 오늘은 그냥 걸어서 전체적인 거리를 구경하기로 했다.
숙소에서 쭉쭉 걸어서, 호스트 살로메가 추천해준
리스본엔 전망대가 정말 많다. 주황색 지붕들이 옹기종기.
자전거 투어 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여기까지 올라오는 건 힘들 텐데.
사전 조사대로 구시가지에는 언덕이 정 ~말 많다.
날씨가 여름처럼 더워서 언덕 올라가는데 꽤 힘들었다.
여름에 탔던 얼굴색이 겨우 돌아오는 중인데,
말짱 도루묵.
아마 오늘 정말 엄청 탔을 거다.
끈나시만 입어도 될 정도로 더워서
앞으로 전망대는 저녁에 노을 보거나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후아!
여기사는 사람들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면 , 생활 운동은 꽤 되겠다.
전망대를 구경하고
정처 없이 내려가다가, 카페에서 리스본 거리를 스케치하는 언니를 도촬 했다.
리스본의 골목을 스케치하고 있었을까?
그리고
빨래를 창문 밖에 너는 건 포르투갈 문화일까..?
관광지에 있는 집들도 다 빨래를 밖에 내걸어 놓는다.
미세 먼지가 많은데....
쨍쨍한 햇빛에 말리기 위해서겠지, 여기는 건조기를 안 쓸까?
포르투갈의 유명한 체리주, 진쟈
알쓰이기 때문에 일단 아. 직. 은 낮술을 자제해본다.
내 눈엔 골목골목 매력적인 뷰가 많았다.
정말 티 없이도 파랗고 맑은 하늘이다.
한참을 넋 놓고 걸어 다니다 보니,
그리고 사진을 연신 찍어대서 그런지 핸드폰 배터리가 꺼지려고 한다.
와 보조배터리 안 가져오다니, 여행자의 자세가 안되어있다.
그래서 배는 별로 고프지 않지만
미리 알아본 비건 식당. #eight 이란 곳에 왔다.
난 비건이 아니지만, 그냥 프레쉬한 음식을 좋아하고
최대한 건강한 음식을 먹으려고 하는 편!
카페에서 보이는 뷰
핸드폰과 에너지를 충전해서 다시 거리로 나가본다.
아 오늘 도넛랑 아이스크림도 먹었지요.
도넛은 포장해서, 배고플 때 거리에 앉아서 먹어야지.
아이스크림은 민트 초코맛. 진짜 민트 풀 씹어먹는 줄. 향이 엄청 강했고 재료도 신선한 느낌!
여기도 비건 디저트 가게였는데
유럽은 비건 식당이 너무 잘 되어있어서, 종류도 너무 다양하고 맛있는 곳도 너무 많다.
가보고 싶은 곳이 정말 많았다.
포르투갈 전통 음식보다는,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하하
비건 도넛인데, 정말 일반 도넛과 비슷하다.
아니 내 입엔 더 맛있었다.
다만 쌀빵처럼, 빵이 조금 더 쫄깃쫄깃.
여기 언니 아이스크림 푸는 솜씨 보니
우리나라 배스킨라빈스 와서 아르바이트생들한테 한 수 배워가야겠더라.
원래는 쿠키 앤 크림을 먹으려 했는데
코코넛 베이스라서 호불호 갈린다며 테스트 스푼을 주는데 정말 좀 느끼했다.
쌍큼 하게 민트로 고고
사실 여기서 체리주를 마셔보려 하였으나,
날이 너무 더워서, 이거 한 잔 마시면 나는 뿅 가겠구나 싶어서 알코올은 도저히 안 되겠더라.
유명한, 그러나 가지 않는다.
사실 나는 이때부터 기가 빨리기 시작했다.
(포스팅을 쓰다 보니 내가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니긴 했지만)
날이 덥기도 했지만
관광이고 뭐고 유명이고 뭐고, 유명 광장 쪽에 사람이 진짜 너무 많았다.
너무 힘들었다.
빨리 이쪽을 벗어나고 싶을 뿐.
길을 사정없이 헤매다 보니 나타난
그늘 한 점 없고, 햇빛 쨍쨍하나
반짝이는 강물을 바라보며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모두들 한 마음으로 포르투갈의 햇살을 마음껏 만끽하는 중.
햇살 아래 자유로이 드러누워 있는 사람들은 이제 익숙해지는 중이다.
여러분은 지금 정말 평화로운
리스본의 테주강 풍경을 보고 계십니다.
누가 봐도 바다이지만,
리스본에서는 여기까지는 강으로 부른다고 한다.
강을 바라보며 비치의자에 앉아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리스본은 도시 전체적으로 자전거, 퍼스널 모빌리티가 엄청 많이 잘 발달되어있다.
쉽게 말하면 따릉이 같은 자전거 종류가 정말 많았고, 우버의 전기자전거 jump도 실제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생겨나고 있는 씽씽이들도 매우 많았다.
가는 김에 다시는 이 북적이는 시장통에 오지 않을 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
유명한 푸트 마켓이 모여 있는 #타임아웃마켓 에 왔다.
역시나 북적이는 시장판이라 나의 무드는 아니었지만
유명하다는 만테이가리아 에그타르트를 하나 사서 나왔다.
벨렘 에그타르트와 비교하는 사람들이 많길래, 나도 나중을 위해 한 입 냠냠.
그냥저냥 맛있었다. (이때는 몰랐지, 에그타르트가 얼마나 맛있는 것인지를)
그리고 이왕 걸어 다니기 시작한 거
길도 익힐 겸 숙소까지 걸어가 보기로 한다.
걷다 보면 이렇게 예쁜 로컬 스팟을 발견할 수 있으니,
걷지 않을 수가 없다!
숙소까지 걸어가는 길에 여기까지 사진을 찍고 고난이 시작되었다.
보조배터리가 없었어서, 결국 핸드폰이 꺼져버렸다.
충전할 데도 없고 그냥 생각 없이 걷다가 길도 잃고,
혼자 이 낯선 땅에서 난리 생쇼를 했다!
가장 난관이었던 건 내가 숙소 주소도 외우고 있지 않다는 거.
모든 게다 핸드폰에 저장되어있다.
지져스, 스마트폰의 소중함을 또 한 번 느끼게 되었고....
구글맵의 사랑스러움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고.......
계속 뱅뱅뱅뱅 돌면서 숙소를 찾아 헤맸다.
어떻게든 찾겠지 라는 말도 안 되는 오기로
하하하하하하하.
한두 시간 헤매다가 골목이란 골목은 다 돌았더니,
결국엔 숙소 찾았다.
대단한 나란 아이.
그렇지만
오늘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겠다.
저녁시간이 되어 집으로 들어왔지만, 집이 조용하다.
아직 호스트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그녀는 귀엽게 생긴 어린 아들과 함께 사는데
퇴근 후 보통 아들과 헬스장에 갔다 온다고 한다.
그리고 포르투갈은 보통 저녁을 8시부터 먹는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저녁 피크타임인 7시에 식당에 가면 꽤 한산하다.
저녁이 늦게 시작되는 나라 구만.
어쨌든 저쨌든
너무너무 길고 고단한 하루였다.
내일을 위해 따뜻한 차 한잔 마시고 자야겠다.
내일도 포르투갈에서 맞이할 아침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