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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웃는 아이의 눈빛

by 기린
"눈물 가득한 아프리카 아이의 눈빛보다
환하게 행복하게 웃는 아이의 눈빛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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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아프리카 전시회 한 참가자가 남겨주신 짧은 글을 보며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는 밤입니다. 오늘이 지나기전에 이 하나의 문장이 저에게 불러일으킨 감동을 잘 정리해서 글로 남기고자 몇 자 적게 되었습니다.


대학을 졸업 할 즈음 인생과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그 때, 저는 처음으로 아프리카를 만났습니다. 그런데 탄자니아에서 제가 만난 아프리카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알고 보았던 것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그런데 신기했던 것은 밖으로 만나는 새로운 세상과 동시에 그 장면 장면이 내면의 제 자신을 만나고 새롭게 발견하는 시간이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새롭게 만나게 되는 나의 모습 역시 살아오면서 알고 있었던 것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탄자니아에서 18개월의 시간 동안 저는 짧은 25년의 삶의 어느 순간보다 행복한 시절을 보냈고, 셀 수 없이 중요한 인생의 교훈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무엇이 저를 그렇게 행복하게 만들었을까요? 그 이유를 일일이 다 열거할 수는 없지만 다시 곰곰히 떠올려보아도 분명한 것은, 낯설지만 동시에 새로웠던 그 곳에서의 시간이 보다 본질적인 것을 깨닫고 발견하는 인생의 귀한 때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다시 돌아온 한국은 여전히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색안경을 끼고 아프리카(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조금 더 단순하고 순수했던 현지에 동화되는 시간을 보내었던 저는 과거의 나와 새롭게 발견한 나 사이에서 어떤 모습이 진짜 나인가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18개월에 시간에 비해 20년이 넘게 살아왔던 한국에서의 익숙한 관습과 인식이 너무도 견고해서 제가 발견한 진실과 본질이 오히려 희미하게 느껴졌고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알맞은 자리를 찾는 것은 참으로 어려웠습니다.



너무나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 도움이 필요한 절망적인 땅.


사람들의 작은 관심들은 이렇게 왜곡되어 있었고, 그 중심에는 "무관심"이라는 단어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저를 바라보는 눈, 또 서로를 바라보는 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너무 바쁜 사회에서 소외 당하거나, 소외시키기 쉬웠고

사람들의 관계는 "무관심" 속에서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보여주고, 보고 싶은 모습만 보아도 충분한 듯 보였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한번도 아프리카(내 자신)을 깊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나 시간이 없었던 것이죠.




아프리카와 관련 된 일을 계속 해오면서 많은 분들이 "왜 아프리카 냐고?" 종종 묻곤 합니다.


한 관람객이 남겨주신 글을 보면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것은 겉으로는 아프리카이지만 속으로는 일종의 "자기 증명"을 위한 고민과 도전의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치열하게 고민했던, 그래서 조금 덜 망설이고 도전할 수 있었던 젊음의 시간에 보고 느낀 것, 마음으로 만났던 사람들과 내 자신.


그 안에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던 기울어져 있는 세상이 가지고 있는 부조리와 불공평함에 대해서 (그 당시에는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지만) 아마 온 몸으로 저항하고 증명해보고 싶었던 젊은 날의 치기이자 만용이었겠지요.


그 고민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것은 아프리카를 발견하고 알아나가는 과정이 제 자신을 발견해가는 과정과 동일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는 질문이 아니기에 7년이 넘는 시간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은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하는 진실보다는 달콤하고 자극적인 것으로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을 강조하여 보여줍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눈속임을 알면서도 때로는 정말 몰라서 잘 속으며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또한 그런 세상에 반사되고 투영되어 비치는 우리 스스로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요?

어떻게 보여지고 있고 또 스스로를 얼마나 잘 보고 있을까요?


운 좋게 저는 아프리카에서 보다 있는 그대로의 세상과 제 자신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때부터 시작된 이 긴 여정과 질문 그리고 증명의 과정은 저에게는 하나의 사명이자 숙명이 되었습니다.


아프리카라는 너무나 큰 화두를 들여다 보면 볼 수록 알게되는 이 부조리와 불평등의 눈속임을 넘어 진실이 있는 삶은 어디에 있을까를 찾는 과정인 것입니다.


결국 조금 더 더불어 함께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어디선가 마음으로 보고 느낀 그 작은 단서, 누가 설명하거나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저절로 알 수 있었던 진실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붙잡아 삶으로 살아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됩니다.


세상이 보여주는 대로 보고 알려주는 대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보아야 할 것을 보고 그곳에서 깨달은 진실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


처음에는 이것이 세상에 증명하는 과정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날 수 록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자 스스로의 믿음을 이루고 증명해며 살아가는 삶의 과정 그 자체임을 깨닫습니다.



분주한 삶 속에서, 어려움들이 찾아올 때 그것을 핑계 삼아 포기하는 것은 참 쉽습니다.


하지만 오늘 이 글을 적으며

혼란스럽고 어지러운 삶 속에서 찾은 이 작은 단서를 붙잡으며

본질을 더 올바르게 볼 수 있는 마음의 눈과 끈기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저처럼 아프리카가 아니더라도,

여러분들도 각자가 가지고 있는 그 "무엇"인가를 위해

그 믿음을 지키고 살 수 있는 용기가 있으시기를 응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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