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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솜 Jan 28. 2022

이 기획안은 회사에 보고하기 아까웠습니다

창업을 결심하게 된 TMI 2탄 - 결정적인 편

창업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회사에 제출하려고 했던 한 기획안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담당하고 있던 브랜드를 잘 운영하려면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생각했고, 어느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다양한 아이디어를 끄적이며 기획안을 만들고 있던 일요일 오후였습니다.


당시 백종원님이 출연한 '맛남의 광장'이라는 프로그램을 재밌게 보며, 못난이 농산물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때였습니다.


버려지는 못난이 농산물로 화장품을 만들면 어떨까?

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못난이 농산물 @Pinterest


비슷한 컨셉의 브랜드는 어떤 것이 있는지, 실제 버려지는 못난이 농산물들은 어떤 게 있는지 그리고 그 농산물을 화장품으로 만들었을 때 어떤 효능을 소비자에게 줄 수 있을지. 카페 문을 닫을 시간이 된 줄도 모르고 신이 나서 기획안을 완성시켰습니다.


내일 말씀드려볼까?


그런데 막상 기획안을 완성시키고 나니 이 기획안은 회사에 보고하기 아까웠습니다.


직접 해볼까?


사실 이루고 싶은 일과 관심사는 명확했지만, 그 방법으로 창업을 생각했던 적은 없었기 때문에 그 순간 '직접 해볼까?'라는 마음이 들었던 것이 돌이켜보면 참 신기합니다.


저는 창업을 위한 단계별 계획에 돌입했습니다. (ENFJ의 파워 J 모먼트)


먼저,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그럴싸하게 만들었던 그 기획안을 가지고, 회사에 보고하는 대신 이런 이야기에 가장 관심이 많고 귀 기울여 들어줄 친구를 불러 보고했습니다. (그 친구는 훗날 우리 회사의 핵심 멤버 마케터 '준가'가 됩니다.)


그 다음 주는 조금 더 다른 시각을 들어보기 위해 이쪽 일에 관심이 없을 만한 다른 친구들을 모아놓고 보고의 장을 열었습니다. 그 다음 주는 대학 다닐 때 늘 잘 따르고 존경했던 선배님들 그리고 마지막은 제 인생 최종 결제라인인 대망의 부모님 보고!


아이디어는 좋고, 열정은 끓었으나 무작정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때 알게 된 것이 다양한 창업 지원 사업들!


여러 보고의 장을 통해 받게 된 피드백을 거친 사업계획서로 정부 지원사업을 넣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20 예비창업패키지 최종 면접 기회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최종 결과는 탈락.


그 이후에도 여러 번의 지원사업에 도전했으나 여러 번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제대로 몰입해서 결과를 만들어 보아야 할 때라는 것을. 퇴사 전 앞으로 도전할 수 있는 정부지원사업들과 창업을 위한 계획들을 점검했습니다.


6개월! 나에게 딱 6개월을 주고
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아보자


그리고 정말 운명처럼 퇴사 바로 다음 날! 친구에게 카톡을 하나 받았습니다. 우연히 지나가다 봤다며 서울시 넥스트로컬 공고 포스터를 보내주었습니다. 그 카톡 덕분에 지금의 우리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다시 한번 그 친구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입니다! (쭝 고마워ㅎ)


딱 봐도 지나가는 길에 급하게 찍은 사진 느낌


그렇게 퇴사 다음 날부터 바로 준비하게 된 서울시 2020 넥스트로컬! 결과는 최종 선정! 그리고 사업화 과정까지 따내어 2020년 9월 본격적으로 창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약속했던 6개월 보다 약 2개월 앞당겨서 이루어 낸 결과였습니다.


서른에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했다 하면 많은 분들이 저에게 과감하고 도전적인 사람 같다고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저는 돌다리를 백만 번 정도 두드리고 건너는 사람입니다.


무모한 도전은 하지 않습니다.
도전을 위해 철저하게 계획을 짭니다.

사업을 하다 보니 때로는 과감한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도 있지만, 사실 과감하다고 보이는 의사결정 뒤에는 수많은 레퍼런스 조사, 다양한 분들의 조언, 장시간에 걸친 회의가 바탕이 됩니다. 


사업을 살짝 맛보니 무모함만이 사업의 맛은 아닌 것 같습니다. 계획하고 실행해 나가는 힘, 그게 정말 사업의 맛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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