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다스리기 3
화가 날 때 자신의 감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이 있다. 시각적 상상을 통해 추상적인 감정의 실체를 볼 수 있다면, 감정을 다스리고 상황을 통제하려는 전두엽이 전면에 나서도록 할 수 있다. 이때 전두엽 앞부분에 위치한 안와전두엽이 큰 역할을 한다. 안와전두엽은 감정이 격해져서 위험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면 감정이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조절하여 원시적 충동을 억제한다.
불같이 화를 내는 사람이라면 화난 정도를 수치로 표현하여 시각화하는 방법이 있다. 남들의 평균 분노 수치를 100이라고 한다면 자신의 점수는 120 또는 그 이상으로 표현한다. 이때 막대그래프를 머릿속에 그리면 더 선명하게 보인다. 다른 사람들보다 20만큼 올라온 내 그래프를 보면 ‘아, 내가 지금 지나치게 화가 난 상태구나’라고 깨닫게 된다. 자 이제 뾰족하게 튀어나온 막대그래프가 낮아지는 모습을 상상한다. 남들만큼 100으로 낮추고 계속해서 80으로 낮아지는 막대그래프를 상상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주도권이 편도체에서 전두엽으로 넘어가면서 감정적 상태를 이성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급 흥분하는 사람들은 폭탄의 심지가 타 들어가는 장면을 상상할 수 있다. 남들보다 심지가 더 빠르게 ‘지지직~’ 타 들어가는 장면을 상상하면 ‘아, 내가 지금 폭발 직전이구나’라고 느끼게 되면서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려는 노력을 한다.
시각화 전략이 유용하기는 하지만, 분노의 폭발 순간에 이런저런 것들을 머릿속에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내 모든 에너지는 순식간에 눈 앞의 대상을 향해 마구 폭격을 가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남아있는 1퍼센트의 자제력을 발휘하여 심지가 순식간에 타들어가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린다면, 분노의 폭발을 마음의 평화로 바꿀 수 있다. 더불어 한층 성숙해진 자신의 모습을 보며 흡족함까지 느낄 수 있다.
자신의 감정을 긍정적인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즐겁고 환한 표정을 지닌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 있다. 상대방의 행복한 표정은 거울신경세포를 자극한다. 거울신경세포는 마치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듯이 상대방의 표정이나 동작을 보는 것만으로도 자기가 하는 것과 동일시한다. 따라서 미소를 짓고 있는 친구를 보고 있으면 나도 같이 다정한 표정을 짓고 긴장이 풀어지며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 반대로 항상 침울하고 비관적이거나 냉소적인 사람과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할 필요도 있다. 같이 있다 보면 어느 순간 나도 프로 불편러나 투덜이 스머프가 될 수 있다.
평상시 미소 짓는 습관도 좋다. 즐겁고 마음이 편할 때는 미소가 저절로 나오고 호흡도 느려진다. 뇌는 행복하다고 느끼면 미소와 편한 호흡으로 반응을 보인다. 놀랍게도 이는 반대 방향으로도 작용한다. 화가 나거나 기분이 상해도 억지로 거짓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호흡하면서 행복한 ‘척’하면, 뇌는 ‘아, 지금 내가 행복하구나’라고 착각하게 되고 몸과 마음은 행복의 순간으로 돌아간다. 나 자신을 위해선 거짓 웃음이 필요하다. 구부정한 어깨를 쫙 펴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깨를 펴고 당당한 자세를 취하는 것만으로도 자신감이 상승한다. 실수로 인해 주눅이 들었다면 더더욱 움츠린 어깨를 펴고 당당한 척할 필요가 있다.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예전과 비슷한 경험을 하는 방법이 있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섣불리 시도하다 가는 더 심한 트라우마에 갇힐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를 시도해보고자 한다면 스스로 마음의 준비가 되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준비가 되었다면 트라우마를 겪었던 상황을 재현해본다. 이때 성공적인 경험을 했다면 극복을 위한 정서적인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정서적 깨달음이란 무의식적 수준에서 이루어진다.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무의식에 ‘이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 안전하고 아무런 해가 없어’라는 메시지를 주게 되면, 예전의 트라우마는 더 이상 공포나 분노의 대상이 아닌 그저 그런 평범한 사건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된 연구가 있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의 도네가와 스스무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수컷 쥐에게 전기자극을 줘서 고통을 느끼게 한 뒤에 빛을 비췄다. 그 후 A와 B구역으로 나뉜 상자에 그 쥐를 넣고 A구역으로 갈 때마다 빛을 비추었더니 전기자극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린 쥐는 A구역에 가지 않고 주로 B구역에 머물렀다. 이틀 뒤 같은 쥐를 암컷 쥐와 함께 두고 12분간 빛을 비췄다. 이후 수컷 쥐를 다시 상장에 넣고 예전처럼 A구역으로 갈 때마다 빛을 비추었지만 쥐는 더 이상 B구역으로 피하지 않았다.
전기 자극의 고통이 암컷 쥐와의 행복한 감정으로 대체되면서 빛에 대한 공포가 사라진 것이다. 이는 기억을 저장하는 해마와 감정을 조절하는 편도체와의 연결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빛에 대한 기억이 고통이라는 감정과 결합되었지만, 암컷과 즐겁게 지낸 경험 이후 빛에 대한 기억이 행복이라는 감정과 연결되었다. 이처럼 트라우마는 의식적인 수준에서 이해되지 않는다. 이는 의식적인 뇌가 어떻게 할 수 없기에 의식 넘어 저 편에 있는 무의식에 진정의 메시지를 전달해줘야 한다.
평상시 호흡도 중요하다. 불안하면 호흡이 거칠어지고, 빨리 말하려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분당 호흡수는 12~16회 정도이지만, 공황발작 시에는 분당 호흡수가 27회 이상이 된다. 이러한 과호흡 상태가 되면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낮아지면서 혈액의 pH가 올라간다. 그러면 신경세포는 더욱 민감해지고 마비감, 손발 저림, 어지럼증, 심장 두근거림과 같은 이상 증상들이 나타난다.
들이마시는 숨은 교감신경이, 내쉬는 숨은 부교감신경이 관장하다. 교감신경은 긴장상태나 스트레스 상황에서 작동하는 신경이고 부교감신경은 편안하고 이완된 상태, 밥 먹고 소화시키면서 트림이 나도록 하는 신경시스템이다. 따라서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려면 부교감신경이 더 많은 일을 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평상시에 내쉬는 숨을 더 길게 하면서 천천히 깊게 호흡한다면 교감 신경이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