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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범 Jul 04. 2020

34 여자의 뇌, 남자의 뇌. 세 번째 이야기

아! 스트레스받아

수렵 시대 남녀의 각기 다른 상황은 스트레스 관리 방식에도 영향을 주었다. 스트레스 반응은 위기 상황에서 맞서 싸우던지 도망가는 행동을 취하는 ‘투쟁-도피’ 방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는 주로 남성에게 해당된다. 수렵시대에 사냥을 떠난 남성이라고 다시 상상해보자. 숲 속을 헤집고 다니다가 저 멀리서 나를 향해 달려오는 맹수를 보았다. 이때는 맹수와 맞서 싸워 고기를 얻던지 아니면 도망가는 방법밖에 없다.


하지만 여성은 상황이 달랐다. 여성은 옆에 지켜야 할 자식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도망갈 수가 없다. 그렇다고 공격성이나 힘이 남성만큼 세지 않기에 홀로 맞서 싸우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아이를 보살피고 동료와 어울리는 방법이었다. 이는 남성의 투쟁-도피 방식과는 다르다. 여성은 자식을 돌보고 동료와 친밀한 관계를 맺는 방식으로 스트레스 상황을 대처했다. 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옆의 동료와 함께 힘을 합쳐 나가며 대응했다.


이때 옥시토신이 분비된다. 사랑의 호르몬이라고도 하는 이 호르몬은 자녀 양육이나 동료와 사회적 관계를 맺기 위한 정서적 유대감이나 친밀감 형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옥시토신은 아이를 각인시키고 강한 유대감을 느끼게 하여 모성 행동을 촉진하고 수유하는 동안 모유를 분비시키며 동료와 어울리게 한다. 남성도 옥시토신을 분비하지만 여성의 옥시토신 수용체는 남성보다 더욱 민감하기 때문에 이 호르몬에 더욱 잘 반응한다.


오늘날에도 이러한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카페를 가보면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직장 스트레스나 개인적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일명 ‘수다 떨기’인데, 보통은 남성들보다 여성들이 많아 보인다. 이는 남녀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서로 다르기에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갑질’을 통해 약자를 괴롭히거나 기물을 파손하는 행위보다는 훨씬 바람직하고 사회친화적인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다.  


성호르몬은 남녀에서 큰 차이가 있다. 뇌는 여성 뇌를 기본 형태로 가지고 있지만, 태어날 때는 성별에 맞는 뇌의 특징을 가지고 나온다. 임신 이후 6~7주가 되면 여성 혹은 남성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다. 이때 남성에게는 남성호르몬이 분비된다. 이 중에서 특히 테스토스테론을 만드는 세포가 발달한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남녀 호르몬의 종류와 양은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여자 아이는 8세 정도가 되면 여성호르몬의 양의 늘어나면서 신체는 더 완만해지고 12세 전후에 초경이 시작된다. 여성의 2차 성징을 촉진시키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은 음식물의 지방을 신체 내에 재분배하는 과정을 통해 가슴이 커지고 골반이 넓어지도록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여성은 1:1 정도의 지방과 단백질 비율을 지니게 된다.


남성은 남성 호르몬에 의해 뇌의 형태가 변하기 시작하고, 청소년기에 최고조에 이른다. 그러면서 목소리가 굵어지고 콧수염이 나기 시작한다. 남성의 2차 성징을 촉진시키는 테스토스테론은 근육과 뼈의 성장에 중요한 칼슘과 인 같은 영양소의 저장 용량을 증가시키고 지방에 대한 단백질의 비율을 2~3배 높인다. 뇌에 남성 호르몬이 작용하면 공격성이 증가하고, 여성 호르몬은 덜 공격적으로 만든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에서 여성보다 20배 더 많이 분비되기 때문에 남성의 공격성과 성욕이 더 강하다. 여성도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으면 성욕이 증가하고 임신할 확률도 높아진다.


배속 태아의 뇌가 발달단계에서 많은 양의 남성호르몬에 노출될수록 더욱 남성적으로 되고 적은 양에 노출될수록 덜 남성적으로 되며, 여성도 남성호르몬에 많이 노출될수록 남성적이 되고 적게 노출될수록 더 여성적으로 된다고 보기도 한다. 그래서 성호르몬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부위에, 적절한 양으로 뇌에 분비돼야 사고방식, 성 역할 등에서 남녀의 차이가 생긴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도 있다.


남녀는 다른 뇌를 가지고 있기에 결혼 생활에서도 차이가 생길 수 있다. 톱니바퀴가 서로 정확히 맞물려서 돌아가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만은 않다. 여성적 뇌는 배우자에 인내하며 소통하려는 경향이 있는 반면에 남성적 뇌는 배우자 이외의 다른 이성에 눈길을 주기도 한다. 육아를 양육하는 방식도 차이가 난다. 여성적 뇌는 아이와 애착 관계를 형성하여 의사소통을 하려고 하는 반면에 남성적 뇌는 지시하고 통제하려고 한다. 여성적 뇌는 관계지향적이지만, 남성적 뇌는 목표지향적이다.


남녀의 차이를 소재로 하는 연극, 소설, 영화 등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서로의 차이가 꽤나 있어 보인다. 남녀의 같지 않은 시각과 사고방식은 우리를 소리 내어 크게 웃게도 만들고, 대성통곡할 정도로 울게도 만든다. 이는 인간이라면 어쩔 수없이 맞닥트려야 하는 숙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점은 남녀의 차이가 아니다.


지금은 사냥감을 찾아 배를 채우고 후손 남기기가 전부인 시대가 아니다. 우리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무수히 많은 개인적, 가정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환경적 고민거리들과 씨름하게 된다. 누군가는 좀 더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위해, 누군가는 이상적인 삶을 위해, 누군가는 꼭 이루고 싶은 목표를 위해 각자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간에 각자의 삶은 타인과 서로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다.


이 안에서 사회적 관계를 맺고 생활해 나가기 위해서는 남녀에게는 분명 서로에게 배워야 할 점이 있다. 이제는 남성만의 혹은 여성만의 영역이 무너지고 있으며, 여성성이나 남성성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사회가 되었다. 이러한 시기야말로 극복해야 할 부분은 서로의 강점을 활용하여 극복하고, 인정할 부분은 서로 인정하고, 약점인 부분은 서로가 감싸준다면 더 밝고 한 단계 성숙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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