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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범 Jul 25. 2020

37 좌뇌와 우뇌. 세 번째 이야기

좌뇌는 지어내서라도 상황을 설명하려 한다.

좌뇌는 선형적이고 논리적이기 때문에 조직화에 능하고 순차적 사고를 한다. 그래서 앞과 뒤를 연결 지으려고 노력한다. 부분과 부분의 연속적인 매듭은 시간이라는 개념을 형성하여, 하나의 사건은 시간적 순서로 구성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속옷을 입은 후에 바지를 입으며, 치약을 짠 후에 칫솔질을 하고, 여름날에 번쩍이는 번개와 천둥소리를 들으면 곧 소나기가 내릴 거라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러한 좌뇌의 노력은 항상 진실이나 사실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다. 어쩔 때는 거짓말이나 사실이 아닌 것을 보태서 지어내기도 하고, 심지어 새로운 시나리오를 집어넣기도 한다. 사실 좌뇌는 정확성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근거를 대고 이유를 덧붙여 부분과 부분을 이어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것이 주요 관심사이다. 마치 번개와 천둥소리 없이 갑자기 소나기가 오는 것을 보고, ‘번개가 치고 천둥소리가 나니 소나기가 오는구나’하고 꾸며내는 것과 같다.


케빈 넬슨이 소개한 한 여성 환자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연구자들은 그 환자의 우뇌에 누드사진을 보여주니 그녀는 킬킬거리며 웃었다. 이에 연구자들이 왜 웃었는지를 물어보자 언어 능력이 있는 좌뇌가 “우습게 생긴 기계라서요”라고 대답했다. 웃는 감정은 좌뇌와 우뇌가 공유했지만, 우뇌가 본 것을 좌뇌는 모르기에 거짓 대답을 한 것이다. 이처럼 좌뇌는 지어내서라도 상황을 설명하여 앞과 뒤를 나름 논리적으로 구성하려 한다.


좌뇌는 논리적 추론에 들어맞는 안정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앞 뒤가 맞지 않는 것은 무시하거나, 왜곡해 변형시킨다. 이는 우리의 생존을 위한 원초적 방어기제이며, 실질적으로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 이를 통해 논리적 순차적 사고를 할 수 있으며, 패턴을 형성하여 최소한의 집중으로 상황을 파악하도록 해준다. 덕분에 사냥을 나갈 때마다 매번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틀에 갇힌 고정된 사고방식은 또 다른 위험이 될 수 있다. ‘A는 B이고 B는 C니까, A는 C구나’하는 사고방식은 편견을 갖게 만들고, 예외를 허락하지 않아서 진실을 외면하게 만든다. 이러한 생각은 결국 ‘그래서 여자는 안 돼’ 또는 ‘그래서 남자는 안 돼’ 같은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게 한다. 황폐해진 생각에 스스로 갇힌 이러한 폐해는 생각보다 광범위해서 우리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준다.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견해가 편견에 갇히면 우리의 삶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사진: Photo by Eugene Trigub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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