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 점프나 축구의 헤딩도 피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원하는 삶의 방향을 설정하고 그 길을 따라가려는 바람이 있다. 하지만 이를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참을 줄 아는 자제력, 상황에 맞는 판단력과 사고력, 상대방과 공감하고 유대감을 형성하는 사회관계 능력, 어느 정도의 기억력,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는 신체 능력, 건강 등 많은 부분을 관리해야 한다. 여기서 뇌를 제외하고 이야기를 할 수 없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바로 뇌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뇌의 건강에 따라 우리의 인생과 미래가 바뀔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강한 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물이다.
뇌는 어릴수록 환경에 잘 적응하고 변화하기 쉽다. 그렇다고 나이 든 뇌를 가졌다고 지난 시절을 후회하며 보낼 필요는 없다. 뇌 기능이 가장 정점에 달하는 시기는 중년이다. 신경세포를 구성하는 수초의 형성도 50세 전후에 정점에 이른다. 어린 뇌는 성장 가능성이 크고 주변 환경에 잘 반응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중년의 뇌는 그동안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축적된 데이터를 이용한 상황 판단 능력이나 총체적 사고 능력에서 젊은 뇌를 앞선다.
젊은 사람들의 뇌는 좌뇌와 우뇌를 모두 사용하지 않고 한쪽 뇌만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나이 든 사람의 뇌는 양 쪽 뇌를 모두 효율적으로 사용한다. 중년의 뇌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노년기의 뇌 건강도 달라진다. 노년의 삶을 건강하게 보낸다면 그 보다 더한 축복도 없을 것이다. 이 모든 축복을 누리기 위해서 우리는 몇 가지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머리 충격 안 받기>
뇌를 위해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머리 충격 피하기다. 머리가 무언가에 부딪히거나 순간적으로 세게 흔들린다면 뇌도 충격을 받는다. 이러한 일은 교통사고, 낙상, 스포츠 활동 등에서 발생하기 쉽다. 아이를 잡고 격렬하게 몸을 흔들어도 머리가 앞뒤로 세게 흔들리면서 뇌가 손상될 수 있다.
머리 충격은 회전력이나 관성력에 의해 신경 축삭을 손상시키기도 하며 시냅스 연결을 단절시킬 수 있다. 또는 뇌가 물리적으로 두개골 내부에 부딪혀 손상을 받기도 한다. 위치상 머리의 제일 앞부분에 위치한 전전두엽이 충격을 가장 잘 받지만, 부딪힌 부위만 손상을 받는 것은 아니다. 머리 앞 쪽을 부딪힌다면 관성력에 의해 뇌가 앞으로 쏠리면서 뇌의 뒷부분이 진공 상태가 되고, 순간적으로 음압이 발생하면서 외상 반대 부위에도 손상을 일으킨다.
충격을 받지 않았지만 기능적으로 연결된 부위에도 손상이 생길 수 있다. 이를 신경 해리라고 하는데, A 부위에 충격을 받으면 A와 기능적으로 연결된 B 부위에도 문제가 생기는 것을 의미한다. A 공장의 소프트웨어를 받아 B 공장이 제품을 생산한다면 A 공장의 소프트웨어에서 에러가 발생하면 B 공장의 제품에도 하자가 생기는 것과 비슷하다. 대뇌 반구는 반대편 소뇌와 연결되어 많은 양의 정보를 서로 주고받는다. 즉 우측 대뇌는 좌측 소뇌와 연결되어 있다. 좌측 소뇌에 손상이 생기면, 신경 해리로 인해 우측 대뇌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머리 충격은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를 과도하게 분비시킨다. 이는 나트륨을 세포 내로 유입시켜 신경세포 부종을 발생시킨다. 또한 칼슘을 유입시켜 자유 라디칼을 생성하기도 한다. 이렇게 생성된 자유 라디칼은 세포막과 DNA를 손상시켜 결국 세포 죽음을 초래한다. 특히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에는 이러한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의 수용체가 더 많이 분포하기 때문에 손상 후에 기억력이 감퇴하기 쉽다. 또한 주의 집중을 담당하는 도파민 시스템, 각성과 인지에 관여하는 노르에피네프린 시스템에 손상을 주어 지속해서 집중하기 어렵거나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하게 만든다.
전두엽은 뇌의 CEO라고 불린다. 그만큼 중요한 판단과 결정들이 이루어지며 감정 통제와 같은 삶의 핵심적 일들을 관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부위의 경미한 손상도 사람의 성격, 사고, 행동, 감정 표출 심지어 종교관이나 가치관까지 바꿀 수 있다. 가만히 있지 못하고 불안하고 초조한 모습으로 변할 수 있으며, 억제력을 잃고 공격적인 태도로 바뀔 수 있다. 이 외에도 우울증, 수면장애 등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전전두엽의 안 쪽에 위치한 전방 대상회 피질에 충격을 받으면 하고자 하는 일을 실행에 옮기는 데 있어 어려움을 느껴 일을 쉽게 시작하지 못한다.
머리 충격을 피하기 위해서는 예방이 최우선이다. 정신과 의사이자 뇌과학자인 다니엘 에이멘은 가벼운 머리 충격도 뇌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교통사고는 물론이고 번지 점프나 축구의 헤딩처럼 머리에 충격을 받을 수 있는 어떤 행위도 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전거 타기나 야구 같은 신체 활동을 할 때에도 헬멧을 착용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에이멘의 주장은 그의 병원을 방문한 모든 환자들의 뇌를 영상 검사하여 얻은 결론이기 때문에 꽤나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영국 리버풀 호프대학 제이크 애슈턴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축구 선수들을 대상으로 축구 헤딩 동작을 20번 한 직후 인지능력 테스트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80퍼센트의 선수가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고, 작업기억이 최대 20퍼센트 감소한 사실을 확인했다. 영국 스털링 대학 연구팀의 2016년 연구도 코너킥 속도로 날아오는 공을 20회 헤딩한 후 기억력이 41~67퍼센트 감소했다가 24시간 후에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다는 결과를 보여줬다.
<적정 시간의 수면>
수면은 뇌 건강을 위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수면의 질과 양 모두 중요하다. 수면은 깊은 수면과 렘수면이라 불리는 얕은 수면으로 이루어진다. 충분히 자지 않으면 시냅스 강화, 신경 세포 내 단백질 합성, 신경 세포의 수초 형성과정에 많은 악영향을 받는다.
수면 동안 기억을 강화하는 작업이 뇌에서 이루어지는데, 자는 동안에는 새로운 정보가 입력되지 않아서 기존의 정보를 정리 유지하기에 유리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불안정한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변환된다. 어떤 과학자들은 명시적 기억은 깊은 수면을, 절차적 기억은 얕은 수면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말하기도 한다. 2013년 미국 로체스터의대 네더가아드 교수팀은 수면 동안 뇌척수액의 움직임이 활발해져 뇌 안의 노폐물 청소가 용이해진다는 사실을 쥐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수면 부족은 여러 가지 문제들을 일으킨다. 잠이 부족한 쥐들은 충분한 잠을 잔 쥐들에 비해 상처 회복이 느리고 수명도 짧으며 해마에서 신경세포의 성장이 억제되었다. 6시간 이하의 수면은 측두엽으로 가는 혈액 양을 현저히 감소시켰고, 5시간 이하 수면을 취한 사람은 5시간 이상 수면을 한 사람에 비해 인지기능에서 현저하게 떨어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스웨덴 웁살라 의과대학의 조나단 세데르나스가 주도한 연구에 따르면, 젊은 사람조차도 단 하루만 밤을 새워도 타우 단백질 수치가 증가한다. 타우 단백질은 신경 세포 얽힘에 관여해 알츠하이머 질환의 중요 요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숙면을 취한 경우에는 혈액 내 타우 단백질이 평균 2퍼센트 증가했지만, 밤샘 이후에는 그 수치가 평균 17퍼센트까지 증가했다. 타우 단백질은 알츠하이머 증상이 나타나기 수십 년 전부터 축적되기 시작한다. 물론 하루 밤샘만으로 알츠하이머 발병 확률이 높아졌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뇌 건강에 경고등을 키는 요인이 된다. 하버드 수면 의학 교수 찰스 차이슬러는 일주일 동안 하루 4~5시간만 자면 혈중 알코올 농도 0.1퍼센트와 맞먹는 신체장애가 발생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만큼 수면 부족이 주는 악영향은 생각 이상으로 크다.
수면 부족은 감정적 측면에서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수면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정상인에 비해 우울증으로 고통받을 확률이 4배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수면 부족은 비만과도 연관된다. 6시간 이하의 수면은 당분 섭취에 대한 욕구를 증가시켜, 과체중을 만들 수 있다. 이와 유사하게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사람은 고탄수화물 음식을 33~45퍼센트 더 많이 섭취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생물학적 요구량의 최소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적어도 5시간 이상의 수면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최소 기준이며 건강한 뇌와 신체를 위해서는 성인의 경우에는 하루 7시간 이상 자야 한다. 이는 포도당 수치를 일정하게 유지하여 자제력과 억제력을 향상한다. 자제력이 향상되면 생활 전반을 통제할 수 있게 되고, 곧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진다. 2015년 독일 플렌스브루크 대학 연구진이 5년간 23,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삶의 최대 만족도를 얻기 위해서는 8시간의 수면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경우, 권장 수면 시간을 채우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8만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2017년도에 발표한 수면 시간 조사를 보면 고등학생의 50퍼센트 정도가 6시간 이하로 잔다고 응답했다. 서글퍼지는 순간이다. 여기서 우리 기성세대가 아이들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무엇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성인의 경우도 7~8시간의 수면을 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2016년에 한 침대회사가 실시한 한국, 호주, 중국, 영국, 남아프리카 공화국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스스로 생각하는 수면 부족 시간에 대한 설문 조사를 했다. 이에 우리나라 남성의 경우 1시간 42분, 여성의 경우 1시간 23분의 수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는 조사 대상 5개국 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이다.
전 세계 매장을 둔 스타벅스의 마감 시간을 비교한 조사도 있다. 파리는 평균적으로 8시 52분에 문을 닫고, 베를린은 9시를 조금 넘겨서, 베이징은 9시 반, 도쿄는 10시 정도에 문을 닫는다. 당신의 예상대로 우리나라 서울은 제일 늦은 시간인 10시 36분에 문을 닫는다. 이는 우리나라 국민의 취침 시간이 그만큼 늦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요즘 같은 스트레스가 많은 사회에서 숙면을 취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이를 위해 영양제나 약물, 심지어 숙면을 도와주는 앱도 있다. 체온도 숙면을 위한 한 요소이다. 밤에 잠들기 전에 체온이 서서히 낮아지고 아침에 일어나기 전에 체온이 올라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체온 패턴이다. 따라서 밤에 자기 전에 체온을 낮게 유지해야 숙면에 좋다. 샤워 후에는 체온이 감소하기 때문에 자기 전에 샤워를 하는 방법도 그중 하나이다.
한 가지 유의할 것은 지나치게 많은 잠도 경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연구팀이 2,470명을 10년간 추적 조사한 연구 결과를 보면, 9시간 이상 자거나 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이 불규칙하면 뇌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증가했다. 과도한 잠은 신체 리듬과 생활 리듬을 깨고 건강을 해치게 된다. 하루 6시간 미만으로 자거나 9시간 이상 자면 뇌기능이 감소할 수 있다.
적절한 양의 수면은 뇌가 건강을 유지하도록 하며 신체 회복을 돕고 삶을 활기차게 만든다. 잠이 부족하다면 뇌와 신체 건강 모두 좋을 수 없다. 만약 수면 시간이 부족하다면 낮잠도 이를 보완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다. 15분의 낮잠이 밤잠 1시간 30분과 맞먹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연구자도 있다.
미국 국립수면재단이 2015년에 발표한 나이에 따른 권장 수면 시간은 다음과 같다.
1~2세: 11~14시간
3~5세: 10~13시간
6~13세: 9~11시간
14~17세: 8~10시간
18~25세: 7~9시간
26~64세: 7~9시간
65세 이상: 7~8시간
커버 사진: Photo by Cavid Clode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