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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검 Sep 16. 2022

검도의 발 운용법

밀어걷기와 스쳐걷기

검도의 기본을 문서로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다. 

많은 선생님들의 고견이나 저서를 인용해서 설명을 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는 검도 초보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지도서가 제한적이다.  검도의 기본기를 다룬 일부 서적이 있긴 하지만 많은 책들이 출판사 편집팀에서 일본 서적을 그대로 한글화 한 경우가 많아 실제 도장에서 배우는 초보자들에게 오히려 혼란을 주기도 한다.


5단에 불과한 생활 검도인이 많은 선생님들 앞에서  검도의 기본을 논한다는 게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도 한다. 그러나 오랜 기간 검도를 하면서 수많은 신입관원과 초보자들을 만나면서 그때마다 아쉬운 마음이 컸다. 도장에서 '구전'으로 배웠던 기본기들, 그리고 대한검도회나 각종 검도 매체, 강습회를 통해 선생님들께 배웠던 내용들이 체계화된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기본적인 사항들을 정리해 보았다. 국내의 주요 강습회나 대한검도 회보에서 선생님들이 말씀하신 내용들을 중심으로 했으나 자료가 충분치 않은 경우에는 전 일본 검도연맹에서 영문판으로 출판한 'Fundamental KENDO'의 초판과 "The Official Guide for Kendo Instruction"을 기본으로 했으며  Masahiri Imafuji가 집필한 Kendo guide for Beginners와 영국인 사범 Andy Fisher의 Youtube 채널인 Kendo Show를 참조했다. Imafuji 선생과 Andy Fisher 사범 모두 유튜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 글로 설명이 부족한 부분은 관련 영상을 활용할 수 있다.


발의 운용 ( あしさばき, ashi-sabaki)


도장에서 처음 배우는 내용이 바로 발의 운용법이다. 

어느 도장이나  검도에서는 밀어걷기가 중요하니 밀어걷기를 많이 연습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고 밀어걷기 외에 이어걷기도 가르치고 있지만  발의 운용법에 대한 명칭이나 개념은 다양하다.  


방규건 선생님은 '아름다운 검도를 위한 발 운용'이라는 글에서 기본이 되는 발의 운용을 보통걷기 あゆみあし, 밀어걷기 おくりあし, 이어 걷기 つぎあし, 벌려 걷기 かいきあし, 뛰어 치기 どび飛みあし 의 다섯 가지로 설명하고 있고  Imafuji 선생의 책에서도 Suri-ashi, Okuri-ashi(밀어걷기), Tsugi-ashi(이어걷기), Ayumi-ashi(보통걷기), Hiraki-ashi의 다섯 가지 발걸음을 설명하고 있다.


보통걷기, 밀어걷기, 이어걷기에서의 주요 개념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동일하다고 볼 수 있고 대부분의 도장에서도 사실 이렇게 세 가지 걸음을 중심으로 보법을 가르치고 있을 것이다.


밀어걷기(おくりあし okuri-ashi)는 모두가 아는 것처럼 오른발을 약간 앞에 두고 왼발이 뒤로 빠져있는 중단 자세에서 오른발이 먼저 나간 뒤 왼발이 즉시 따라오는 걸음을 말한다. 오른발이 먼저 나가기는 하지만 고정되어 있는 왼발로 땅을 밀고 몸의 중심을 움직여 앞으로 나가는 발 운용이기 때문에 밀어걷기라고 부른다. 검도에서 가장 중요한 발걸음이기 때문에 도장에서 제일 먼저 가르치는 발 운용법이다.


<그림> 밀어걷기 (저자 작성)





  





이어걷기는 밀어걷기와 달리 왼발이 먼저 오른발 옆으로 오는 경우를 말한다. 방규건 선생님의 글에서는 '오른발보다 앞으로 나가지 않는 상태에서 오른발에 가장 가까이 따라왔다가 왼발에 중심이동이 순간적으로 이어지며 오른발이 나아가는 자세를 말한다'고 설명되어 있다.  오른발이 고정되어 있고 왼발이 오른발 옆으로 와서 땅을 디딘 다음 오른발이 나가는 것을 말한다. 설명이 다소 어렵긴 하지만 간단히 말하면 중단상태에서 상대가 너무 멀리 있을 때 뒷발인 왼발을 디딘 상태에서 타돌 하기에 거리가 먼 경우 왼발을 끌어당겨 오른발 옆에 놓고 땅을 디디며 오른발을 내면서 타격할 때 쓰는 발 운용법이다. 이때 만약 왼발이 오른발보다 앞으로 나가게 되면 당연히 보통걷기가 되어버린다.



<그림> 이어걷기 (저자 작성)  



문제는 이어걷기를 시도하려고  왼발을 오른발 옆으로 옮기려는 순간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데 있다. 밀어걷기에서는 왼발이 땅에 붙어있고 오른발부터 움직이다 보니 상대가 공격해 들어오거나 할 때 내디뎠던 오른발을 다시 되돌리거나 상대와 함께 치고 나가는 것이 가능한데, 이어걷기에서는 체중을 앞발인 오른발에 실어놓은 상태에서 왼발을 움직여서 체중을 옮기고 다시 오른발로 체중을 옮기다 보니 그 사이 상대의 공격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고 안정적인 타격을 성공하기도 쉽지 않아 진다. 그래서 방규건 선생님은 이어걷기가 상대와의 거리를 훔치는 데 사용될 수 있고 순간적으로 거리를 많이 취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한판의 조건인 날카롭고 강한 타격과 손 매무새를 결정짓는데 무리가 있는 발 운용이라고 설명한다. 


가장 기본이 되는 밀어걷기를 설명하기에 앞서 중요한 개념을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한다.  스리아시(Suri-ashi,  すりあし )라고 불리는 발 운용법이다. 국내에서는 스쳐 걷기, 쓸어걷기라고 불리지만 많은 지도자들이 밀어걷기 속에 포함된 개념으로 보고 따로 구분해 설명하지 않는 듯하다. 그러나 스쳐걷기는 밀어걷기와 이어걷기는 물론 심지어 아유 미아시(あゆみあし, ayumi-ashi)라고 불리는 보통 걸음에 모두 적용되는 개념이며 도장 내에서 행해지는 모든 발 운용은 스쳐걷기를 기본으로 한다. 


스쳐걷기는 간단히 말해서 발바닥으로 도장을 스치면서 걷는 발걸음을 말한다. 이때 발의 뒤꿈치가 땅에 닿으면 발 전체가 스치면서 걷기 힘들기 때문에 발뒤꿈치는 가볍게 살짝 들고 발의 앞부분만을 이용해 바닥에 스치듯 걸어야 한다. 이렇듯 스치듯이 발을 운용하게 되면 발의 중심이 이동하는 어느 순간에도 즉시 발을 멈추어 타격이나 방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대로 스쳐걷기 없이 발을 공중에 띄우고 걷다 보면 발이 공중에 체공하는 순간에 공격과 방어에 취약해진다. 같은 무도 종목인 유도에도 검도처럼 이어걷기, 밀어걷기 등의 발 운용법이 있는데 그 명칭 또한 츠기아시, 오쿠리아시, 아유미아시 처럼 검도와 똑같고 그 기본으로 스리아시를 중요시 한다.


보통걸음의 경우에도 당연히 스쳐걷기로 해야 한다. 이미 많은 검도인들은 심사에서 본을 시연하기 위해 입장할 때 양발의 앞꿈치를 땅에 스치듯이 움직이며 스쳐걷기를 하고 있다. 연격에서 상대의 좌우머리치기를 받아주며 뒤로 갈 때도 보통걸음으로 뒤로 가지만 스쳐걷기기를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처럼 무의식 중에 스쳐걷기를 하고 있고 지도과정에서 앞꿈치를 들면 안 된다는 가르침을 받아가며 수련하고 있기 때문에 따로 스쳐걷기라는 명칭으로 가르치지 않고 있지만 발 운용법의 중요한 개념으로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  


스쳐걷기가 강조되면 밀어걷기에서 나타나는 많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많은 초보들이 중단세에서 밀어걷기를 할 때 발가락을 하늘로 향하게 하고 앞발을 내밀거나 몸의 중심을 뒤뚱 거리면서 움직이는 실수를 하게 되는데 스쳐걷기가 밀어걷기에서 강조되면 자연스럽게 발가락은 땅을 향하게 되고 체중이동 중에도 몸이 뒤뚱거리는 반동을 줄여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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