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화 평화마을 칼럼-2
동의보감은 앞부분에 근본적인 것을 이야기하고, 뒤로 갈수록 가지를 펼쳐서 응용과 말단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앞부분이 무병장수와 마음가짐, 생활방식에 대한 것이라면, 뒷부분은 질병의 증상과 치료에 대한 내용입니다. 신형편에서는 마음을 크게 먹고, 제한적인 결심을 극복하여 작은 나를 뛰어넘어 한 차원 높은 삶을 살 것을 제안합니다, 그리고 정 기 신 혈을 보존해서 꿈과 목소리 언어 그리고 진액과 담음이 마땅한 상태에 있는 것을 설명합니다. 건강한 몸의 오장육부와 자궁은 어떻게 작동하며, 대소변, 장내 미생물 및 기생충의 의미에 대해서 서술하는 것으로 내경 편을 마무리 짓습니다. 이후로는 외형 편이 이어지며 머리, 얼굴, 눈, 귀, 코…. 이런 순으로 몸을 살펴봅니다.
격언은 지혜를 담은 간결한 글을 말하고, 요결은 말 그대로 요긴한 비결입니다. 동의보감의 앞부분에는 격언과 요결이 많은데 도가사상의 영향을 많이 받아 주로 생명력을 기르고 수련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들입니다. 과거에는 공부를 할 때 주로 소리 내어 글을 큰 소리로 읽고 외우는 방법을 사용했는데, 단순 암기가 아니라 30번 100번 300번 읽어서 글의 소리와 의미를 내 몸으로 집어넣는 것을 공부라 생각했습니다. 이 공부는 몸속에 기억이 되어 있다가 상황이 닥쳤을 때 말과 행동으로 힘을 발휘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말과 글은 사람의 경험을 포장하고 연결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 공부 방법은 사람의 근본을 변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보통 같은 패턴 속에서 비슷한 경험을 반복하며 살아가지만 어떤 계기로 생각의 필터가 교체되고 의미의 연결이 달라지면 다른 삶을 사는 것도 가능한데, 그 필터와 연결이 어려움을 헤쳐 나갈 지혜의 언어라면 그 사람은 건강해지고 더욱 성숙합니다.
늘 자리 옆에 붙여놓고 가까이하는 문장을 좌우명이라고 하고, 매일 마다 읽는 조금 더 긴 글을 매일 송이라고 합니다. 좌우명과 매일 송의 내용은 자신의 다짐이나, 중요한 가치, 힘이 나는 상황이나 이야기도 가능합니다. 좀 더 확장하면 음악도 가능한데, 자신을 가장 빛나게 하고 자기답게 만드는 노래를 정하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비슷한 방법입니다. 동의보감에 앞부분에 나오는 격언이 훌륭하지만 시대와 정서에 맞지 않는 것도 있는데 이럴 때는 자신만의 좌우명과 매일 송 또는 주제가(오프닝송) 만들어 보는 것도 좋습니다. 건강한 신체와 삶은 병원과 의사도 중요하지만 어떤 생각과 문장을 가슴에 품고, 누구와 함께 어떤 노래를 부르며 살아갈 것인가가 정말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