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이 책은 구조주의 철학자 4인,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을 쉽게 설명하는 책이다.
1. 철학에서 구조주의를 배우면서, 나는 구조주의적 사고가 강하다는 것을 알았다. 구조주의는 인간을 바라볼 때, 주체 자리에 구조를 세우는 것이다. 즉, 인간의 주체가 본디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구조 속에서 구조가 양산해내는 방향대로 형성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구조는 환경이라는 개념보다 훨씬 큰 개념이다. 무의식에 가까운 것들을 아울러 부르는 것 같다. 언어, 친족구조, 이데올로기 등의 예시가 나온다
2. 구조주의의 아버지는 언어학자 소쉬르이다. 사회 구조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는데, 갑자기 언어학자가 나와서 그 연결성을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소쉬르의 언어관을 읽다보면, 왜 언어가 구조를 말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소쉬르 이전의 전통적 언어관은, 세상에 사물이 먼저 존재 하고, 거기에 1:1 대응하는 이름을 붙이며 언어가 만들어진다고 보았다. 소쉬르는 이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름이 있어야 존재가 생기는 것이다. 영어는 양(sheep)과 양고기(mutton)를 구분하지만, 프랑스어는 양과 양고기를 모두 mouton 으로 사용한다. 프랑스인들에겐 양과 양고기가 하나의 관념인 것이다. 이처럼 언어활동이란 하늘의 별을 보며 별자리를 정하는 것과 같다. 하늘에 별이 수놓아져 있고, 이렇게 연결하면 사자인 것이고, 저렇게 연결하면 새인 것이다. 그리고 다른 언어의 사용은 다른 관념을 낳는다. 이를테면 남성우월적인 언어가 스며들어 있다면, 자연스레 그런 식의 관념을 가지게 된다.
3. 소쉬르의 언어이론에 공감하며, 구조주의 4총사가 나타난다.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이다. 공교롭게도 4명 모두 자신이 구조주의자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만큼 각자의 주장이 다양하다. 구조라는 말이 워낙에 넓은 의미로 사용되다 보니, 철학적으로는 묶이더라도 구조주의 철학자를 1:1 비교하며 읽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 그렇지만 그들의 철학이 현대철학의 근간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구조주의부터 출발해야, 탈구조주의, 포스트모더니즘 등 현대적 사조를 이해할 수 있다. 흥미롭게 읽은 바르트와 레비스트로스의 철학을 소개해보겠다.
4. 바르트의 에크리튀르. 에크리튀르는 어법이라고 번역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말투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교사의 말투, 아저씨 말투, 현학적 말투 등이 예이다. 바르트는 어떤 에크리튀르를 익히는 순간 자신은 그것으로 생각하고 그것으로 말하게 된다고 한다. 어찌보면 너무나 상식적인 이야기이다. 존댓말을 기반으로한 에크리튀르를 익힌다면, 상대를 더 존중하게 되고, 반말을 기반으로 한 에크리튀르를 익힌다면 상대를 더 하대하게 된다. 그러므로 바르트는 가치중립적으로 보이는 에크리튀르를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교묘하게 이데올로기를 심어두는 단어나, 교묘하게 남성우월적인 단어가 지배한다면, 그 사회는 그런 방향을 승인하고 찬미하게 된다.
5. 레비스트로스의 친족관계. 레비스트로스는 문명이 없는 원시사회를 조사하며, 친족구조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 친족구조는 2가지 기준으로 분류된다. 1) 아버지와 아들은 친밀하지만, 조카와 외삼촌은 소원하다. 또는 그 반대. 2) 남편과 아내는 친밀하지만, 아내와 그 남매는 소원하다. 또는 그 반대. 그래서 총 4가지의 친족관계를 가진다고 보았다. 우리는 어떤 인간적 감정이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으로 관계를 맺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는 일정한 사회구조 속에서의 역할 연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미 친족구조에 의해서 표준적인 감정이 부여되는 것이다.
6. 소쉬르, 바르트와 레비스트로스의 이론처럼, 우리는 주체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어떤 구조 속에 지배받고 있다. 그들도 인간이 온전히 수동적이라고 말하진 않는다. 최소한 주체의 위치를 한 단계 끌어내리고 싶은 것이다. 이것에 무척 공감했다. 인간은 생각보다 나약해서,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도 모른 채로, 어딘가에 이끌려서 행동하곤 한다. 그러니까 집단적 행동이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나 다른 인간들이 동일한 방향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놀라곤 한다. 스스로도 그 구조 속에 들어가있음을 깨닫곤 한다. 여전히 무의식의 영역에 있는 것이 많다. 구조주의 철학을 조금 이해함으로써, 인간과 세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