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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후감

『현대철학의 거장들』 (박찬국) 을 읽고

by 행복한 시지프

나는 학교 수업을 통해, 근대철학을 공부하며, 데카르트 부터 헤겔까지 학습해보았다. 한 시대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전 시대 철학을 뒤엎어가는 철학의 사조가 흥미로웠다. 1700년대에 들어오면서, 철학적 논의에서 신이 자리를 내어주었고, 철학을 향한 나의 흥미는 더 올랐다. 나는 이렇게 철학은 꾸준히 발전해왔다고 생각했다. 철학이 발전한다는 것은, 세상을 더 잘 이해하게 됨을 의미한다. 비판적 사고를 통해, 과거의 주장은 논리적으로 옳지 않음을 주장해왔다. 과학의 발전과 함께 비판적 사고를 위한 논리가 추가되면서 자연스레 철학은 발전해왔다. 이 상황에서 과연 현대적인 과학 지식을 가진 철학자들은 어떤 주장을 할까 궁금했다. 진화론을 아는 철학자는 삶의 이유를 무엇으로 바라볼까. 과연 자유의지가 있다고 생각할까? 인류의 역사를 아는 철학자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어떻게 바라볼까.



이렇게 이 책을 들게 되었다. 『현대철학의 거장들』 은 현대철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인물 8인을 소개한다. 어떠한 시대 환경에서 어떠한 주장을 했는지 깊이 있게 고찰한다. 한 책에서 8명으로, 적지 않은 수의 철학자를 소개함에도 불구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내놓는다. 이전에 읽었던 『현대철학 로드맵』 책에서는 한 책에서 50여명의 철학자를 소개하느라, 한명 한명을 스포트라이트 하지 않아서, 흥미가 없었다. 현대철학을 전반적으로 개괄하고 싶었고, 그러면서도 깊이 있게 들여다 보고 싶었다. 이런 니즈를 충족하기에 충분한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철학자는 맑스, 키르케고르, 니체, 하이데거, 하버마스, 푸코, 비트겐슈타인, 포퍼이다. 사회주의, 실존주의, 구조주의, 언어철학, 과학철학 등을 표방하는 철학자를 소개한다. 각 철학자 별로 챕터가 있는데, 모든 챕터의 1장은 “왜 A 가 문제가 되는가” 이다. 철학자의 주장을 단편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시대 배경 속에서 등장하였고, 어떤 철학에 반기를 들었는지 맥락을 설명한다. 맑스의 사회주의 주장을 단편적으로 바라본다면, 틀린 주장을 한다고 단편적으로 해석해버릴 수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인간을 소외시킨 맥락을 고려한 채로 맑스의 등장을 바라본다면, 단지 잘못된 주장으로 치부해버릴 수 없다. 비판적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오류 없는 철학은 없다. 철학의 가치는 어떤 의문을 제기했는가에 있다. 그러려면 그 시대상을 이해해야만 한다. 이 책은 그러한 지점을 잘 짚어주어서 문제인식과 철학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새로 알게 되었고, 인상 깊었던 철학은 바로 구조주의 철학이다. 나는 지금까지 실존주의 철학을 즐거이 학습해왔다. 실존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는 철학적 사조이다. 인간은 그저 세상에 던져진 존재에 불과하고, 주어진 삶의 목적은 없다. 자기만의 의미를 부여하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강조한다. 20대 초반부터 나에게 심금을 울렸던 철학이다. 지금 돌아보면, 어떤 젊은이든 매료되기 쉬운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소년성이 두드러지는 철학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실존주의와 대립한 구조주의 철학을 알게 되었다. 1960년대에 실존주의 대표 철학자 사르트르와 구조주의 철학자 알튀세르가 논쟁을 펼쳤다. 사르트르는 개인의 실존과 자유를 강조한 반면, 알튀세르는 인간은 구조와 이데올로기 속에서 구속됨을 강조했다. 인간이 자유롭다는 것은 착각이고, 어떤 구조 속에서 양산된 생각을 가지고 행동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21세기에 특히 성공이라는 키워드가 유행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왜 물질적 성공을 바라는가? 자본주의 이데올로기 속에서 피어난 열망과 두려움이 발현된 것이다. 이러한 분석은 나에게 너무나 흥미로웠다. 나는 빨간약 먹길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알지 못 하는 것, 내가 선택한 것의 배후에 있는 것들을 이해하는 것이 즐겁다. 내가/타인이 왜 이런 행동을 하고 되었는지, 구조적으로, 환경적으로, 진화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즐겁다. 앞으로 구조주의를 더 공부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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