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헬로파머 Sep 11. 2019

도시에서 명절을 보낼 너에게 추천하는 영화

사람들이 떠올리는 추석 귀향의 이미지는 황금빛으로 물든 논에 달이 차오른 모습이지만, 의외로 도시가 고향인 아파트 키드도 많다. 친척들이 모두 도시에 살아서, 고향에 내려가지 않아서, 다양한 이유로 도시에서 명절을 보내도 좋다. 우리에겐 농촌 풍경을 생생하게 보여줄 영화가 있다.   






담대하고 끈기있게 살아남는(!) 산촌 생활기 





대학 입시에 낙방한 히라노 유키. 좌절하고 방황한 유키는 우연히 임업 연수생을 모집한다는 홍보 전단을 보자마자 전단의 모델이 예쁘다는 이유로 산림 관리 연수 프로그램에 지원한다. 하지만 얼마 버티지 못하고 포기하려고 할 때, 우연히 전단에서 봤던 모델 나오키를 만나면서 1년의 연수 기간을 버티게 된다. 시험도 떨어지고 애인한테도 차이고 촌생활도 초보라 매일 혼나는게 다반사지만 1년의 시간동안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을 공동체에 젖어들며 점차 산 사나이로 변해간다. 


계획도 없이 마음에 끌리는 대로 즉흥적으로 저지르는 일은 아마도 대책없고 한심한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버텨낸 유키는 결국 더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정말 임업이 좋은 건지, 마을이 좋은 건지, 아니면 사람 하나 마음에 든 건지는 모르겠지만 마을에 동화되는 청년의 모습은 왜인지 같은 세대로 사는 입장에서 더욱 공감이 되고 몰입할 수 밖에.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망해도 괜찮고, 계획이 없어도 괜찮다는 위로를 받았다. 대신 괜찮을 수 있다는 데에는 담대함과 끈기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나를 비롯한 청년들이 갈수록 어렵고 힘든 시대를 산다고 한다. 내 친구들이 <우드잡>을 통해 많은 것을 느껴보고, 명절 동안 편안하게 웃으면서 힐링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참고로 <우드잡>은 미우라 시온의 소설 <가무사리 숲의 느긋한 나날>을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다. 소설은 2007년~2008년 잡지를 통해 연재되었고 영화로 만들어지기 전에는 라디오 드라마로 각색될 정도로 사랑받았던 이야기다.


-by 케빈  






전형적인 농촌 로맨스, 그럼에도 다시 보고 싶은 영화 




순전히 마리옹 코티아르에 대한 팬심으로 보게 된 영화다. 마리옹 코티아르의 초기 작을 볼 수 있는 기회이자, 러셀 크로우 주연에 감독이 리들리 스콧이라는 것도 이 영화를 보기엔 충분한 이유가 된다. 기대하지 않았던 프랑스의 청정 농촌지역으로 유명한 프로방스가 펼쳐지는 것도 이 영화를 추천하는 강력한 이유다.


영화의 제목인 ‘A Good Year(좋은 해)’는 품질이 뛰어난 포도가 생산돼 좋은 와인이 만들어지는 해를 뜻한다. 이 제목은 러셀 크로우가 부유하고 방탕한 도시생활을 접고 순수한데다 섹시하기까지한 마리옹 코티아르를 만나 개과천선했다는 중의적 표현이기도 하다. 잠시 손발이 오그라들었겠지만 2006년에 개봉한 로맨스 영화에 젠더 감수성을 들이밀며 화내기도 애매하다. 장년세대가 만든 영화인 만큼 농촌을 바라보는 그 세대의 환상이 가득차있는데다, 스토리도 예측 가능한 뻔한 로맨스지만 그럼에도 방 안에서 농촌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좋은 영화가 될지도 모른다. 와이너리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장면마다 아름답고 궁금한 포도와 와인맛에 빠져들게 만든다. 영화가 선사하는 영상과 음악은 때때로 와인을 마실 때 마다 이 영화를 떠올리게 만든다.


‘킬링타임은 역시 로맨스지!’ 하는 사람, 스토리보다 영상미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 보면 좋겠고, 프로방스에 꼭 가보고 싶은데 아직 못 가본 나도 때때로 풍경을 감상하려 리플레이하게 되는 영화다. 


-by 유펑  





그 시절, 그 풍경을 다시 보고 싶다면 





철구, 지독한 가난으로 안 해 본 일이 없는 남자. 자신을 아는 이 하나 없는 낯선 시골 여관방에서 목을 매달고 죽으려 하다가 창문 너머로 보인 장의사 간판에 홀린 듯 이끌려 찾아왔다.

대식, 어릴 때부터 머리 쓰는 일을 지독하게 싫어한 남자. 하염없이 한량으로 살아가는 그를 보다 못한 아버지가 장의일이라고 배우라며 이웃 장의사집으로 쫓겨나 듯 들어왔다.

재현, 서울에서 빚을 지고 낙향한 장의사 집 손자. 시체만 보면 기절하는 탓에 절대 장의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버티지만, 할아버지의 완강함에 이도저도 못하고 궁상만 떨고 있다. 


각 자의 이유로 장의사에 모인 세 남자. 사람이 적은 사람 죽는 일도 드문 시골동네에서 일이 없어 동네 백수와 같은 생활을 하는 세 남자는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중이다. 철구는 장의 일로 돈을 벌고 싶어하고, 대식은 처녀나 죽었으면 좋겠다며 잿밥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재현은 빨리 장의사를 팔아 오락실을 차리고 싶어한다. 


동상이몽이던 세 사람에게 한 밤중에 전화가 오고, 첫 장의 일을 경험해보면서 좌충우돌 실수를 연발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할아버지의 장의수업이 시작되는데... 


영화 ‘행복한 장의사’는 각기 다른 꿍꿍이를 지닌 세 남자가 장의 일을 배우면서 삶과 죽음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이다. 영화 줄거리에서 나오는 배경은 전라도의 어느 시골동네지만, 실제 촬영장소는 논산시 연산면이라고 한다. 


영화는 90년대 말 시골읍내의 풍경을 담아내고 있다. 낮은 건물들이 거리를 이루고 있는 읍내거리, 사람이 직접 동전을 거슬러 주던 오락실, 쌀집 자전거로 양 옆에 푸른 논을 두고 달리는 신작로. 슈퍼마켓 평상에서 함께 먹는 통 아이스크림(영화에서는 300원이라고 나오지만, 실제로는 당시 물가로 3,000원이었다.) 80년대 생들이 기억하는 어린 시절 시골 할머니 댁이 있던 동네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어린 시절 마냥 즐거웠던 명절의 향수를 느끼고 싶은 분들이라면 ‘행복한 장의사’를 통해서 그 때로 돌아가보는 것은 어떨까


-by 귤




© 헬로파머 http://hellofarmer.kr

    메인사진 pxhere 




매거진의 이전글 전환을 꿈꾸는 너에게 추천하는 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