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크리스마스
평범한 일상이 사라진 두 번째 크리스마스.
그래도 크리스마스는 똑같은 설렘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온다.
거리를 거닐다 보면 늘 각자의 취향으로 칠해져 있던 수많은 노래들이, 이맘때쯤이면 하나의 취향으로 칠해진다.
겨울 냄새와 크리스마스의 설렘을
한층 북돋아주는 노래들로.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아리아나 그란데의 santa tell me
왬의 last christmas
아이유의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등등,,
이런 노래들과 거리에 하나씩 세워지는 크고 작은 초록색의 크리스마스트리,
길을 따라 길게 늘어진 형형 색색의 전구들. 크리스마스가 다가올수록 우리들의 세상은 점 점 낮보다 밤이 밝아지기 시작한다. 주위의 이런 풍경들을 보면 괜스레 벅차오르는 설렘 때문에, 뭐라도 해야 할 것만 같고 해야 할 것들은 손에 잘 안 잡히기도 한다.
무심하게 버스를 기다리다가 크리스마스 날씨를 찾아보기도 하고, 이번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해보기도 한다.
친구들과 크리스마스를 잘 보내기 위한 이런저런 계획도 세우고 가족들과의 저녁식사에서 부모님에게
옛날의 크리스마스 추억을 듣곤 한다.
그리고 저녁 식사가 끝난 거실 tv에선 연말을 장식하는 가요 대축제와 시상식 방송이 더더욱 크리스마스와 한 해의 끝자락을 실감 나게 해 준다. 물론 나는 이제 너무 커버린 나머지, 어릴 적 집에 설치하던 크리스마스트리,
거기에 걸어둔 양말, 선물을 기대하는
그 동심은 사라졌지만, 그 동심은 좀 더 성숙해진 감정으로 변해서 또 다르게 나를 채워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나는 크리스마스가 지나간 12월 26일 참 아쉽고 씁쓸한 감정이 많이 든다. 차라리 크리스마스가 12월 31일이었다면, 우리는 21년의 마지막까지 크리스마스의 설렘에 빠져있다가, 곧바로 아무런 감정의 공백 없이 새해의 또 다른 설렘을 맞이하면서
자연스레 크리스마스를 잊게 될 테니까.
여러 분에게 크리스마스란?
크리스마스가 가지는 종교적 의미 말고도, 각자의 인생에 얽힌 크리스마스가 가지는 의미는 각양각색 일 것이다.
나에게 크리스마스는 돌아오지 않을 한 해를 마지막으로 추억해주는 시간이다.
다음 해는 우리에게 찾아올 예정이지만, 우리가 이번 해랑 만날 수 있는 건 정말 며칠 남짓이다. 그런 만큼,
나는 수많은 추억이 깃든 떠나가는 이번 해에게 최선을 다해주려는 것이다.
비록 번져가는 코로나로 인해서 강제적으로 외로운 크리스마스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이 또한 코로나가 사라진 언젠가의 크리스마스에서의 회상할 추억이라고 생각하며 나의 달력에 있는 D-DAY를 또 한 번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