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이 전세계 음악 산업의 중심이 되어가는 이 시점에, 감히 제이팝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다. 일뽕이나 일빠의 마음이 아니다. 일본 음악은 외국 음악이라는 범주에 넣기에는 특이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도 라디오 방송에서 유일하게 플레이 될 수 없는 게 일본 음악이다. 1999년 조PD의 <Fever>라는 노래가 있었는데 방송에 나올 때 후렴구의 한 단어가 묵음이 되어 흘러나왔다. 나중에 알게 됐는데 그 단어는 '사요나라'였다. '안녕'이라는 작별인사의 단어일 뿐인데. 일본이라면 무조건 반감을 가지던 시절이었다.
당연히 일본의 역사적 만행엔 분노가 차오르고, 이를 이용해 먹는 극우 정치인에 대한 혐오는 분명하다. 다만 일본 음악만큼은 더 이상 배타적으로 밀어낼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든다. 과거 일본 문화 수입을 반대했던 이유는 우리 문화의 수준이 아직 부족하여 일본 문화가 들어올 경우 한국 대중문화의 자생력이 망가질 거라는 이유였다. 지금은 어떠한가. BTS와 트와이스 노래가 NHK 방송에 나오고 젊은 이들이 '진짜'라는 단어를 유행어처럼 쓴다. 열등감으로 시작했던 한국 대중음악이 이제는 일본 음악을 압도한다. 이제는 콤플렉스를 내려놓고 마음 편히 일본 음악에 대해 얘기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일본 대중음악은 한국에 많이 소개되지 않았지만 그로 인해 기묘한 형태로 팬덤을 형성했다. 일본 음악을 듣는다는 것 자체가 부덕한 취향처럼 느껴졌으니까. 노래방에서 일본 노래를 부른다면 주변 친구들의 표정이 굳을 것이다. 그렇지만 일본 음악의 매력은 이런 점에서 발생한다. 얼마 전까지 금기된 문화였다는 점이다. 금지된 취향은 사람을 미치게 만드니까. 그리고 일본 음악이 여타 미국, 영국, 유럽의 음악과는 다르다는 점에 있다. 한국 음악이 a, 미국 음악이 b 라면 일본 음악은 c가 아닌 a'라는 느낌이 든다. 차이라는 건 오히려 비슷한 것들 가운데 더욱 분명해지는 법이기 때문이다. 젓가락을 쓰는 한국과 포크를 쓰는 서양은 좀처럼 짝지을 것 없이 명백하게 다르지만 한국과 일본은 젓가락을 쓰면서도 세로와 가로로 쓴다는 점에서 다른 점이 도드라진다. 그 차이를 발견할 때 즐거움이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비슷하면서도 다른 일본 음악을 들을 때 묘한 흥분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녹황색사회나 오피셜 히게 단디즘 같이 지금 핫한 일본 가수들의 음악을 소개하고 생각할 거리를 떠올려 보는 것도 좋지만 흔하디 흔해서 오히려 좀처럼 관심을 가져본 적 없는 일본 음악들을 짚어보는 것도 좋은 감상이 될 것 같다. 시대의 아웃라이너가 아닌, 오히려 가장 전형적인 음악들에서 한국 음악과 일본 음악의 차이를 명백하게 느끼게 해 줄 테니까. 앞으로 같이 들어보면 좋을 법한 노래들을 소개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