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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HYU Nov 01. 2023

슬며시 내민 너의 손

붉어진 볼과 촉촉한 나의 눈

그녀가 연락을 해왔다.

그녀와의 약속을 잡았다.

그렇게 그 순간 난 되었다 생각했다.

하루, 이틀, 삼일이 지나면서 점점 불안해져 갔다.


불안함 마음이 나를 계속 따라다녔던 것 같다. 마치 그것과 맞게 해결되지 않는 나의 개인적인 일들과 해결책이라고 내어 놓은 사이드 프로젝트의 솔루션들도 팀원들과의 견해 차이로 진행이 더뎌지기까지 했던 3일이었다. 숨길 수 없었던 그 불안함은 어느새 나에게 혼잣말을 내 뱉게 했고,

"아~ 불안한데~"

라는 말로 쉴 새 없이 말하고 있었다.


3일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다. 두 번째 결혼하는 대학교후배의 결혼식을 다녀왔고, 대전까지 갔다 오는 그 하루에도 많은 에피소드들이 생기면서 다사다난했던 것 같다. 기억나는 건 서울로 올라오기 위해 타야 했던 고속버스를 놓칠뻔한 기억은 아직도 아찔하다. 그날 서울로 못 올라올까 봐 아찔했던 게 아니라 감사하게도 버스시간을 맞추기 위해 네이버지도상 40분의 예상시간을 17분으로 단축해 준 택시기사님의 곡예에 가까운 운전실력에 감탄과 목숨을 잠깐 남들보다 먼저 보낼 뻔했던 이야기는 재미나지만, 불안함을 한껏 증폭시켜 준 에피소드였다.


3일 후, 그 당일날.

조금 이른 시간에 약속장소로 나가 카페에 앉아 먼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4개월 만에 오는 그 약속장소는 헤어지고 난 뒤 한동안은 가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과 다시는 가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 때문에 그 지역을 쳐다보지도 않은 곳이었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서 오니 그녀와의 추억이 새록새록 다시 피어나기 시작하면서 불안함을 떨칠 수 없게 했다. 먼저 와서 대학원 진학을 위한 준비를 해야겠다 마음먹었던 것들이 한 개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머릿속에 그녀는 어떤 말을 할까? 어떻게 내가 대응해야 할까? 여러 선택지들과 경우의 수를 생각하면서 고개를 저으며, 감히 그녀는 내가 예상하지 못하는 행동을 할 거라는 확신으로 끝이 났다.


그녀가 나오는 지하철역으로 터덜터덜 걸어가며, 갑자기 왜 난 가방을 메고 왔는지 옷은 왜 이렇게 캐주얼하게 입고 왔는지 후회하기 시작했다. 너무 학생 같아 보이지 않을까? 조금 더 인텔리하게 보였어야 했나 라는 나 자신의 부정을 한껏 안은채 그렇게 지하철역 입구를 바라보며 그녀가 나오길 기다렸다. 멀찍이 바라보며 그녀가 나오면 멀리서부터 그녀를 바라보며 걸어가야겠다 다짐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나의 시야에 트럭이 들어서며 다짐했던 모든 것들이 어그러지며 그녀를 기다리는 위치를 바꿔야 했던 건 사소한 거지만, 그 순간은 되는 게 하나도 없다는 부정적인 생각만 들게 했다.


그녀가 올라오는 게 보였다.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그녀는 날 알아보지 못했다. 그래서 조용히 뒤따라 갔다. 그리고 어깨를 두드리며,

"왜 못 알아봐?"

물어봤던 것 같다. 그러고 그렇게 우리가 자주 만났던 그 거리를 서로 어색하게 어깨를 부딪히며 걸어갔다.


그렇게 모든 과정을 없애고 단정한 하얀색 재킷을 걸치고, 늘 그렇게 내 앞에 있었던 그 모습으로 어제도 이뻤을 거고, 오늘 그 순간도 이뻤고, 내일도 감히 이쁠 것 같던 그녀가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난 어색함을 숨기기 위해 계속 의미 없는 말들을 주저리 주저리 하며, 그녀가 내민 그 손을 2~3초간 무시했던 것 같다. 객관적으로 짧은 시간이지만, 나에게는 내가 그동안 그녀에게 잘못한 것들이 조금이나마 용서를 받는 느낌이었던 것 같다. 그녀 없는 그 시간 동안 개인적으로 힘든 아직 이루지 못한 많은 것들을 이룬 것 같은 감동적인 보상 같았다.

그렇게 그녀는 나에게 손을 내밀었고, 긴장과 감사함에 촉촉해진 나의 손을 그녀의 손 위에 올렸다.


그녀를 위해 더욱 열심히 살리라. 용서가 아닌, 보상이 아닌, 그저 내가 얼마나 바라왔고, 좋아하는지 보여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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