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대 Dec 23. 2017

Rage Against The Machine

자본주의적 좌파 밴드

RATM은 자신들의 데뷔 앨범 재킷 사진으로 1963년 남베트남 초대 대통령 고 딘 디엠의 불교 탄압에 맞선 틱쾅둑 스님의 분신 자살 모습을 썼다.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이하 RATM)의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을 처음 접했던 기억은 지금도 또렷하다. 1963년 6월11일, 남베트남의 초대 대통령 고 딘 디엠의 불교 탄압에 맞선 틱쾅둑 스님. 마치 전태일처럼, 제자들이 가솔린을 뿌린 곳에 가부좌를 튼 그의 분신 자살 모습을 커버로 선택한 RATM의 음악은 그 자체 분노(rage)와 혁신이었다. 수전 손택의 <사진에 관하여>를 읽기 전, 사진이라는 매체가 가진 힘과 의미를 나는 이 앨범을 마주해 제대로 배웠다. 그날 흑백 처리 된 사진 속 화염은, 나에게 작지 않은 질문과 적지 않은 의문을 남겼었다.


그렇게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사진 한 장은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을 한 밴드의 음악을 대변했다. 크고 힘찬 미디엄 템포로 앨범을 여는 ‘Bombtrack’은 분명 퍼블릭 에너미와 레드 제플린, 비스티 보이스와 블랙 사바스의 합궁이었다. 틱쾅둑 스님의 더운 침묵을 닮은 랩퍼 잭 드 라 로차의 사나운 언어는 토니 아이오미와 잼 마스터 제이를 와미/와우 페달로 접목한 톰 모렐로의 기타 위에서 무당처럼 뛰었다. 이른바 랩 메탈(Rap Metal)의 시작이다.


'Killing in the Name'은 랩과 하드록, Funk를 고루 녹인 90년대 명곡이다. 과거 H.O.T.의 '열맞춰'가 이 곡을 베꼈다는 의혹을 산 적이 있다.


랩과 록의 접목은 런 디엠씨가 이미 오래전 들려준 것이었지만 RATM의 음악은 그것관 달랐다. 런 디엠씨의 선례가 2차원이었다면 이들의 시도는 4차원이었달까. 펑크(Funk)와 하드록이 섹시하게 뒤척이는 ‘Killing in the Name’, 팀 코머포드(Timmy C.)의 베이스 슬래핑을 둘러싼 ‘Take the Power Back’의 그루브 세계는 음악 팬들이 이 때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영역이었다. 파격과 전복이었다. 건들거리다 한 순간에 태워버리는 ‘Bullet in the Head’의 반전, 연주가 아닌 조작을 지향하는 톰 모렐로의 리프를 인트로에 새긴 ‘Know Your Enemy'(이 곡에는 툴(Tool)의 프론트맨 제임스 메이너드 키난과 제인스 애딕션의 퍼쿠셔니스트 스테판 퍼킨스가 함께 등장한다)의 박력은 여태껏 평론가들이 찢거나 그은 보편적 장르 구분들에 강한 물음표를 던졌다. 진정한 크로스오버와 음악적 자유, 그리고 신념과 선언이 RATM의 데뷔작에는 있었던 것이다.


‘Wake Up’과 ‘Freedom’은 그래서 이 앨범 아니, 이들 음악의 주제일지 모른다. 선동과 자유는 시스템 오브 어 다운과 더불어 미국에서 가장 악명 높은 극좌 밴드인 RATM의 존재 이유요, 전제된 가치일 것이기 때문이다. 깨어나 너의 자유를 쟁취해. 삶의 바탕이 되어야 할 자유를 누리는 일이 사치가 되어버린 이 부조리한 세상에서 저들의 주제는 어쩌면 나와 당신이 돌이켜봐야할 주제, 숙제일지도 모르겠다.

이전 05화 Talking Book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