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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Mar 11. 2024

봄을 깨우는 꿈 같은 노래

'Dreams' The Cranberries


2016년 12월 25일, 조지 마이클이 세상을 떠났을 때 나는 "팝이 죽었다"고 썼다. 그것은 영국의 팝이었다. 그리고 2018년 1월 15일, 또 하나의 팝이 세상을 떠났다. 이번에는 '아일랜드의 팝'이었다. 바로 크랜베리스의 싱어송라이터 돌로레스 오리오던 얘기다.


나에게 크랜베리스는 'Dreams'와 'Ode To My Family', 그리고 'Zombie'로 처음 왔다. 앞선 두 곡은 분위기에서 똑같이 봄에 어울리는 노래였고 'Zombie'는 소재(아일랜드 공화국군(IRA)이 1993년 감행한 영국 워링턴 폭탄 테러)가 소재인 만큼 저 두 노래들과는 상극에 있는 곡이었다. 봄을 목전에 두고 있는 지금 내가 다루려는 곡은 그런 'Zombie'도,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쓴 'Ode To My Family'도 아닌 'Dreams'다. 봄의 설렘을 한껏 품고 있는, 밴드의 데뷔곡이기도 한 'Dreams'는 내가 크랜베리스라는 팀을 좋아하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Dreams'는 돌로레스가 아일랜드에서 만난 첫사랑을 생각하며 쓴 노래다. 말 그대로 "사랑을 처음 느낀 감정에 관한 노래"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사운드는 밝고 희망적이며 멜로디는 그만큼 여리고 예쁘다. 혹자는 그런 'Dreams'를 가리켜 "자신을 정신없이 행복하게 만드는 특별한 사람을 만나는 일에 관해 노래하는 매우 희망적인 곡"이라고 평가했다. 그 행복과 희망은 도입부에서부터 빠르게 전염된다. 바로 화창한 신시사이저와 영롱한 기타 아르페지오를 통해서다. <빌보드>에 이 노래가 왜 위대한지 10가지 이유를 들어 주장한 앤드류 언터버거에 따르면 그 신시사이저는 "'Dreams'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피"다. 그리고 그 피를 돌게 하는 "드럼과 베이스의 펌핑은 느리고 꾸준하면서 고집스러운 맥박"이라고 앤드류는 썼는데, 이는 잠들어 있는 스네어의 백비트가 이후 록킹한 전개를 펼치기 위해 감행한 의도적 소강 상태에 가깝다.


물론 장르에서 얼터너티브 록과 드림 팝 사이에서 정의된 이 노래의 백미는 따로 있다. 첫 번째 후렴(후렴이라기 보단 프리코러스에 더 가까운) 뒤 최면적인 요들링으로 우리를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핸들링 해가는 돌로레스의 창법이다. 김윤아(자우림)와 주다인(주주클럽)이 틀림없이 영향 받았을 이 이국적인 보컬의 세계는 크랜베리스를 여타 영미권 록 밴드(심지어 같은 나라의 유투(U2)와도)들과 확실하게 구분지어주는 소리의 국경선이다. 언젠가 'Dreams'를 커버한 아일랜드 포크 듀오 세인트 시스터(Saint Sister)의 젬마 도허티는 이 소절에서 보컬이 당연히 두 사람인줄 알았다고 하는데, 듣고 있으면 그 말 뜻을 바로 알 수 있다.


'Dreams'가 봄에 어울린다고 느낀 건 분명 돌로레스의 '천상의 보컬'과 티끌 하나도 용납 않는 초록빛 사운드가 결정적이었지만 또 하나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내 삶은 변하고 있어"라는 첫 소절 노랫말 때문이기도 했다. 대지의 신 가이아를 음악으로 들려준 것이라면 그 장엄함이 표현될까. 만물이 깨어나는 계절인 봄에 'Dreams'는 제목 그대로 자연이 품은 꿈의 순간을 우리에게 선물한다. 물론 그 노래를 부른 사람은 개인 문제로 오랜 기간 우울증을 앓다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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