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대 Mar 31. 2024

TWS가 모든 소녀들의 '현실남친'으로 떠오른 이유


투어스(TWS)는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가 세븐틴 이후 무려 9년 만에 선보이는 보이그룹이라는 것과 모회사인 하이브가 내보낸 2024년 첫 주자라는 이중 부담을 안고 출발했다. 물론 부담감이란 곧 기대감의 반대급부이기에 이들의 부담은 압박 대신 설렘을 전제하고 있었다. 그리고 뚜껑을 열어본 투어스는 과연 긴 시간 준비한 그룹다웠다. 등장 타이밍, 퍼포먼스 실력, 음악 완성도 거의 모든 면에서 그들을 둘러싼 조건들은 완벽했다.     


투어스는 BTS와 TXT의 관계처럼 ‘세븐틴의 동생’으로 소개됐다(혹자는 두 팀의 관계를 왕과 왕자로 보기도 했다). 다만 ‘Fire’보단 ‘Rock With You’에 가까운 감성을 앞세웠다는 데서 투어스는 형의 그늘을 남몰래 벗어난다. 투어스는 돌려 말하지 않는다. 그 흔한 세계관 따위에도 관심이 없다. 그들은 맑고 깨끗하고 밝은 ‘청량’의 이미지를 앞세워 철저하게 현실에 머문다. 무릇 청량함이란 세대와 성별, 국적을 묻지 않고 모두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가치다. 구사하는 쪽에선 정공법이며 받아들이는 쪽은 그 직선적 접근에 정직을 느낀다. ‘모든 순간을 함께 하자(Twenty Four Seven With Us)’는 뜻을 가진 팀 이름을 투어스는 그래서 단 한순간도 낭비하지 않는다. 그들은 바로 지금 너의 곁에서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소중한 친구’가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세상에 나온 보이밴드다.  




투어스는 자신들의 음악을 ‘보이후드 팝(Boyhood Pop)’으로 자체 정의 내렸다. 물론 저 말은 장르라기 보단 스타일을 묘사한 것에 가깝다. 일상의 ‘환상적이고 감각적인 팝’으로 바꿔 말할 수 있는 저 전대미문의 장르명은 또한 이들이 지향하는 주요 팬 층(10대 소녀)을 꼭 집어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종합해 보면 ‘10대 소녀들의 모든 순간을 함께 하며 그네들의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소중한 친구’가 되려는 게 투어스의 궁극적 목표인 셈이다. 그래서일까. 이들의 뮤직비디오는 절대 교복과 교실, 체육관을 벗어나지 않는다. 노랫말로 ‘처음’과 ‘고백’, ‘함께 하는 미래’의 뉘앙스를 끊임없이 환기시키는 모습이 바라만 보는 스타 대신 ‘손에 잡히는 별’이 되겠다는 저들의 의지로 읽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런 투어스의 ‘곁에 있겠다’는 의지와 ‘청량함’이라는 정체성은 음악에도 숨김없이 반영됐다. 흠잡을 데 없는 하이브리드 팝 앨범 ‘Sparkling Blue’는 온통 밝고 투명하며 하나같이 에너지가 넘친다. 스타카토 리듬으로 깎은 듯한 신스 리프가 인상적인 데뷔곡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는 ‘스파클링 블루’라는 앨범 제목에 완벽히 부합하는 시원한 그루브와 눈부신 사운드를 들려줬고 역시 도입부부터 곡 전체를 센스 있는 신스로 뒤덮은 ‘first hooky’는 이 때묻지 않은 느낌이 곧 투어스 자체라는 걸 한 번 더 강조한다. 또한 가장 안정된 진행과 따뜻한 버스/코러스 멜로디를 가진 ‘unplugged boy’는 원작자로서 앨범 아트워크에도 참여한 90년대 만화계의 스타 작가 천계영의 존재에서 감지되듯 “누군가에겐 신선하고 누군가에겐 향수를 불러일으킬” 뉴트로 전략의 한 자락처럼 보이기도 했다.     




어디 하나 빠지는 데가 없는 세 곡 외 남은 두 곡까지 투어스는 필러 트랙으로 소비할 생각이 없었다. 휘파람 끝에 듣는 즉시 몸을 흔들게 만드는 ‘BFF’의 비트감(특히 뒤에서 코러스를 감싸는 브라스는 일품이다)을 지나 인트로에 인용한 슈만으로 교양을 획득하고 변신을 거듭하는 곡 구성으로 트렌드를 챙기며, 격렬한 퍼포먼스로 박력을 전하는 ‘Oh Mymy : 7s’는 사실상 투어스 데뷔작의 정점이었다. 산뜻한 베이스 리프와 반전하는 킬링 파트를 가진 코러스 입구의 벅찬 빌드업. 이 모든 게 받아들이는데 “7초면 충분한” 중독성을 머금어 미니 앨범을 닫았다.     



이처럼 6인조 보이밴드 투어스는 음악만 놓고 봐도 이미 될성부른 나무다. 데뷔한 지 갓 두 달을 넘긴 이 무서운 신인은 스킵당할 바엔 싣지 않겠다는 다부진 각오가 전해지는 곡들로 무장한 데뷔작을 들고 이미 저만치 가 있는 느낌이다. 미숙한 성숙미라는 기분 좋은 모순이 그들의 후광이 되어 반짝인다. 그리고 연말 ‘신인상’의 향방이 그 후광 쪽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0년대를 열어젖힌 슈퍼 싱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