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디터리 Mar 03. 2021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기획 히스토리 2

에세이 편집자 에디터리 - 편집자는 무슨 일 하세요 31

2018년 8월 21일, 전사 기획회의에서 기획안이 통과되었다. 김유라 피디와 7개월간 끊임없이 접촉한 결과였다. 이후 책을 쓰는 과정에 대해서 김유라 피디와 미팅을 했다. 종종 월간지, 웹진 등에 글을 써온 김유라 피디라 걱정은 덜했으나 책은 책이었다. 어디서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김유라 피디의 S.O.S에 해외 일정과 촬영, 편집으로 정신없는 일정 사이사이에 시간이 날 때마다 마주 앉았다. 녹음기를 켜고 미리 준비한 질문들을 인터뷰하듯 던졌고 쓸 만한 이야깃거리들을 건져 올렸다. 그렇게 겨울을 지나는 동안 미처 영상에서 다 말하지 못한 것들을 담은 원고가 쌓이기 시작했다.


여행 사진까지 받아서 페이지 구성을 하고 점점 책의 꼴이 갖춰져 드디어 ‘완성 원고’라고 외칠 즈음, 김유라 피디로부터 연락이 왔다. 원고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보니 여행기로는 재밌지만, 영상을 이미 본 팬들에게는 봤던 영상을 책으로 다시 한 번 보는 의미 외에 뭔가가 더 있어야 할 것 같다는 강력한 의견을 던졌다. 그즈음 소위 ‘팬덤 셀러’라는 책을 처음 만들면서 100만 뷰 영상이 탄생하게 된 메이킹 스토리 등 아이디어를 붙이고 있었지만 “유튜브 영상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내부 동료들의 피드백도 받고 있던 중이었다. ‘영상을 다 본 사람은 이 책을 왜 사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 그리고 그 답은 김유라 피디가 찾았다. 할머니가 그간 거쳐 온 직업이 식당뿐 아니라 꽃 장사, 떡 장사, 파출부 등 안 해온 게 없으니 그 이야기를 할머니에게 듣고 써보겠다고. 그렇게 이 책의 ‘차별점’인 「전반전 : 막례의 인생」이 탄생했다.


그 뒤에 인생의 희노애락이 담긴 그래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켓실 동료의 아이디어는 ‘사진으로 보는 막례 인생 주요 사건’으로 삽입되었고, 편들을 위한 서비스 페이지로 자신의 덕심을 테스트해 보는 ‘박막례 모의고사’도 부록처럼 넣었다(문제를 만들 때부터 추후 유튜브로 정답 방송까지 염두에 둔 작업이었다). 그리고 하늘이 도운 것인지, 교정 작업을 거의 마무리할 때쯤, 구글에 두 번째 방문하러 간 김유라 피디로부터 카톡이 왔다.


“대박이에요. 지금 구글 CEO를 만나러 가고 있어요.”


그 순간의 소름이란!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 에피소드를 써서 넘겨준 덕분에 최종교에서 마지막으로 원고가 추가되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비로소 한 권의 드라마가 완벽하게 마무리되었다.


2019년 5월 1일, 표지 사진을 찍기 위해 마련한 스튜디오에서 처음으로 박막례 할머니를 만났다. 촬영 콘셉트로 “강한 여자 박막례”를 보여주고 싶었다. 담당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리벳공 로지’ 포스터 패러디를 위해 촬영 전날 종일 홍대 빈티지 숍을 돌아다니며 의상과 소품을 준비한 경험도 처음이었다(편집자의 일이란 대체 어디까지란 말인가).


박막례 할머니가 팔뚝을 걷는 순간! 탄성이 나왔다!


타고난 스타인 할머니는 모든 촬영을 순조로이 마쳤고 특히 포즈를 위해 팔뚝을 걷었을 때 드러난 실제 근육은 촬영 현장의 모든 사람들이 환호할 정도로 멋졌다. 이 사진을 비롯한 표지 시안이 나왔을 때, 내부에서는 “너무 센 것 아니냐”는 우려로 의견이 갈리기도 했다. 하지만 박막례 할머니 채널의 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는 김유라 피디와 함께 강력히 밀어붙였다. 책의 제목에도 할머니에게 “죽다”라는 말을 붙이는 것에 대해 “반감이 우려된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유튜브 콘텐츠를 넘어 다음 스텝으로 영상화 콘텐츠 제작을 꿈꾸는 김유라 피디의 큰 그림 앞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2019년 부산국제영화제 북투필름 피칭 작품으로 선정되었고, 상도 수상하고 영화 판권도 팔렸다).


그 뒤로 5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나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회사의 초전략도서로 마케팅 전략이 세워졌고 예약 판매를 오픈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이 따라왔다. 책을 만드는 시간이 (회사의 매출을 위해) 3주밖에 주어지지 않은 탓에 담당 디자이너와 김유라 피디와 함께 3인 4각 달리기를 하듯, 회사에 살듯이 작업했다. 다른 걸 떠나서 편들을 실망시키면 안 된다는 부담이 나를 채찍질했다. 찐(‘진짜’) 편심을 담아 책을 펼친 순간부터 덮을 때까지 박막례 할머니가 주인공인 한 편의 즐거운 예능을 보여주고 싶었다. 다이아 페스티벌에서 만난 ‘랜선 손녀, 손자’들이 할머니의 행복을 빌어주며 함께 울고 웃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이렇게 무리했던 일정은 내 인생에 다신 없을 것이다. 


셀럽 출판이 언제부터 흥행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2007년 처음 출판사에 입사했을 때에도, 영역은 달라도 베스트셀러의 저자들은 언제나 출판사들의 러브콜을 집중해서 받는 셀럽이었으니까. 나는 에세이가 ‘누군가의 삶에 대한 하나의 메이킹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개인의 고유한 경험이 모두의 경험으로 확장되는, 저자와 독자의 접점을 넓혀주는 책을 만들고 있을 뿐이다.


책은 출간 이후 연이어 쇄를 찍어 100일 만에 15쇄 8만 부를 제작했다. 그 사이 박막례 할머니 유튜브 구독자도 100만 명을 넘어선 경사가 있었고, 우리는 편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표지 B컷 포스터를 책 커버로 디자인해 “땡큐 에디션”이란 이름으로 재론칭했다. 금빛 작은 트로피를 장난스레 들고 있는 박막례 할머니의 사진과 할머니의 진심 어린 손편지까지 담은 포스터를 편들은 특별한 선물처럼 기뻐해주었다.


대만에 이어 일본까지 출간되었다. 내가 만든 책은 나보다 더 멀리 오래오래 나아간다.


팔로워 수, 구독자 수가 책의 판매로 무조건, 당연하게 이어지지 않으니 유명 채널만을 쫓는 건 의미 없다. 예기치 못한 유명세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박막례 할머니에게는 자신의 삶을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당당함이 있었다. 김유라 피디는 세상의 관심에 휘둘리지 않고 새로운 경험으로 할머니의 세계를 넓혀주는 초심을 지키며 채널의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저자들의 채널 성장과 발을 맞추며 출간한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는 두 사람의 활약이 계속되는 한 함께 주목받으며 더 널리 뻗어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작가의 이전글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기획 히스토리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