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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라 Nov 06. 2023

낭만 물류 센터

3. 출고에서 경험한 나의 일들 : 출고 포장 개요

고백하건대, 나는 좀 취향이 이상한 것 같다.

일명 '상자 만들기의 재미'랄까. 종이 박스를 접는 게 난 왜 이렇게 재미있는지 모르겠다. 이런 나 자신이 좀 걱정스럽긴 한데, 진짜 이상하게 나는 하다 보면 재미있다. 아무래도 막일이 체질인 것 같아 걱정이다.


출고 포장은 싱귤(싱귤레이션, 매뉴얼 백)과 오토백으로 나뉜다. 싱귤은 팩 스테이션에서 테이프, 종이박스, 비닐백, TPB 등으로 직접 손으로 포장을 하고 오토백은 오토백이라는 기계로 비닐백 포장을 한다.


만약 출고에 갔는데 포장이 걸린다면 보통 먼저 싱귤부터 배운다. 말 그대로 포장이다. 택배를 받아보면 오는 택배 상자, 그건 다 싱귤 포장이다. 출근을 하면 관리자님들에게 아침마다 가서 사원증을 찍는데, 그때마다 관리자님들이 어디  업무(집품인지 포장인지)를 할지, 어디서 할지(집품이면 층별, 포장이면 싱귤인지 오토백인지)를 알려준다. 알려주는 번호의 팩 스테이션(포장대)를 가보면 종이 택배 상자들과 PB라고 불리는 다양한 크기의 비닐백들, TPB라고 불리는 좀 더 튼튼한 투명 비닐백들, 테이프 커터기와 박스 테이프, 에어캡(일명 뽁뽁이)들이 있다. 없다면 박스들이 쌓여있는 곳에 가서 가져와 채워놓으면 된다. 관리자님들의 교육을 듣고 체조를 하고 나면 자기 포장대로 가서 그때부터 말 그대로 그냥 열심히 포장을 하면 된다. 다만 포장은 집품보다는 아~주 미세하게 조금 더 머리를 써야 한다. 그래봤자 사실 익숙해지면 그냥 저절로 손이 가서 다 된다. 사원증으로 컴퓨터에 로그인을 하면 토트를 찍으라고 뜬다. 그러면 간접사원(워터)님들이 가져다주시는 카트의 토트 바코드를 찍으면 된다. 그리고 카트에 담긴 상품의 바코드를 찍으면 운송장이 프린터기에서 나오고 무엇으로 포장을 하라고 뜬다. 정해진 포장재로 상품을 포장하고 운송장 바코드를 찍으면 한 상품의 포장이 끝난다. 그럼 상품에 운송장을 붙여 곁에 있는 레일(컨베이어 벨트)에 실어 보내면 끝이다.


싱귤에서 종종 운송장을 안 붙이고 상품을 레일에 태우거나, 송장을 스캔을 안 하고 레일을 태우는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일하다 보면 옆을 막 뛰어가서 레일에 실었던 상품을 가져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경우다. 가져와서 도로 붙이거나 스캔하고 레일을 태우면 된다. 싱귤에서 일하는데 레일 따라 뒤까지 안 뛰어가 본 사람은 거의 없을 거다. 다들 한 번쯤은 뛴다. 나도 그랬고. 다만 하다 보면 점차 익숙해져서 이런 실수들은 점차 줄어든다.


나랑 친한 동생은 이상하게도 몇 달을 해도 뛰곤 했다. 하루에 많게는 7번, 적어도 2번은 꼭 뛴다. 뛰어가서 상자를 잡고 멋쩍게 웃으며 걸어올 때면 포장을 하던 사람들과 나도 웃으며,

"이 달려라 소녀야! 너 바보지! 너 또 뛰어?!"

하며 서로 장난치며 놀린다.

"왜에에~ 언니는 오토백 크로스, 나는 싱귤 송장 미스캔, 우리 바보 콤비다 언니~"

그 동생의 말에 나도 웃는다.


혹시 상품이 이미 너무 멀리 가버려 잡을 수가 없으면 멋쩍게 웃으며 PS사원님에게 간다. PS사원님들은 상품을 놓친 경우부터 토트 오류나 송프기(송장 프린터기) 고장까지 일반 사원들의 문제들을 도와주는 분들이다. 대부분 PS사원님들은 사원들의 실수에도 정말 친절하게 도움을 주고 문제를 해결해 준다. 매번 볼 때마다 보살들인가 싶다. 똑똑하고 착한 사람 아니면 PS는 못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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