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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ngzzi Feb 15. 2019

크론병 투병기(2):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다!

안녕하세요! 횽찌북을 작업 중인 횽니입니다!

제가 그리고 쓰는 이 심리 그림 에세이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 또 작게 응원을 보내주시는 분들께 너무너무 감사하고 그 마음이 애틋하고 해서,
늦은 밤이지만 두 번째 작업물을 올려보려고 합니다!

지난번에는 처음 진단받았을 시점의 좌절감과 불안감을 주요 소재로 했다면 -

이번에는, 제가 비단 희귀병 진단에서만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기 위해 또 무너지지 않기 위해, 부여잡았던 그 마음들과 그 마음의 계기들을 조금 소개해보려고 해요!


저의 이 글이, 기록이, 그림이,
반드시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는 것들이기를 바라며 - 저의 두 번째 작업물을 올려보겠습니다!ㅎㅎ



진단을 받고 난 직후, 아무래도 저의 삶은 엉망이 아닐 수가 없었습니다.
물밀 듯이 저의 삶에 밀려들어오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저를 에워쌌습니다.

제가 스트레스를 푸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먹고 싶은 음식을 먹는 것(그 당시에는 햄버거 세트를 그렇게 자주 먹었었답니다!)이었는데, 안 그래도 힘이 들고 우울하고 불안한 나에게 - 그런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다니 정말로 세상이 원망스러웠습니다.

학교를 가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러다 보니 친구도 만나지 못했고,
학교 대신 병원에 주기적으로 가서 스테로이드제 약물을 주사로 맞는 일만을 계속했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은 하지 못한 채로 -
해야 하는 것들, 그것도 고통스러운 일들만 가득 찬 저의 일상을 제가 어떻게 사랑할 수가 있을까요.

너무너무, 너무너무 많이 힘들었습니다.

언제 다시 따돌림을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
따돌림으로 인해 내 상황이 이렇게 비참해졌다, 복수하고 싶다, 라는 마음으로 인해 올라오던 분노,
따돌림당하지 않기 위해서 미친 듯이 애써야 한다는 저의 강박,
크게 세 가지 감정이 저를 에워쌌고 -


이 외에도 좌절감, 무기력, 우울감이 늘 저와 함께였습니다.


이런 삶이라면, 정말이지 죽어버리고 싶었습니다.

죽으면, 내가 죽으면 나를 괴롭힌 그 아이들이 후회할까 봐. 사회적으로 그 아이들의 죄를 단죄하게 하고 싶어서.
나를 찾아줬으면 하고 내가 바라는 사람들이 - 살아생전 나에게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나를 찾아줄까 봐.


그런 마음에 죽음이 제게 가까워졌으면 하고 바랐습니다.

하지만, 죽음에 대해서 생각할 때마다, 죽으면 얼마나 아플까 하는 생각에 두려웠습니다.

그리고, 죽음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제게 떠오르는 얼굴 - 저의 가족.
가족의 얼굴이 계속 제 눈앞에서 아른거렸습니다.

그 누구보다, 제가 따돌림당하던 그 시절을 온 마음과 몸으로 함께 아파해주셨던 저희 엄마의 얼굴이 제게는 도저히 지워질 수 없는 잔상이었고, 엄마에게는 더 이상 아픔을 주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죽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고민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내가 따돌림당한 기억이 아프고 힘들어서 희귀병까지 걸렸는데,
여기서 내가 죽어버리면 너무 억울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기서 멈추지는 않아야겠더라고요. 제가 살아야겠더라고요.

그때 제 나이가 고작 13살이었습니다. (막 14살이 되던 시점이었지요.)

여기서 포기하기에는 저는 너무나도 어리고 또 어린 존재였습니다.

매일매일 하루 온종일을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다가, 어느 날 문득 엄마가 사두셨던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 한 권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 어느 것에도 저의 정신을 온전히 쏟고 있지 못하다가 , 오랜만에 책과 낱말의 저의 정신을 오롯이 쏟아보니 -
단어 하나, 문장 하나가 저의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그대로 들어와 이 마음에 박히는 느낌이었달까요?

아픔으로 비어버리게 된 구멍들을 그 단어와 문장들이 메워주는 느낌이었고,
저는 눈물로(공감의 눈물, 혹은 감동의 눈물, 또는 위로의 눈물) 시집을 완독했습니다.

그리고 그때 알았습니다.
제가 아파도, 몸이 망가져도, 모든 것을 잃지는 않았다는 것을요.
제게는 아직 마음이 남아있고, 저는 마음이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것을요.

비록 엉망이 되어버린 것 같은 제 자신이 여전히 밉고 싫었지만,
그러면서도 제 자신은 - 여전히 사랑받을 존재가 맞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참 크고 소중한, 어쩌면 제 인생의 전환점과 같은 깨달음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제가 저의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점점 더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후 치료를 위해 병원을 다시 방문했습니다.

이전까지의 저는, 제 자신이 가장 아프고 제 자신이 가장 불쌍하고 고통스러운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병원에는 저보다 더 어리지만 저보다 더 아픈 친구들이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잔상은,

저와 같은 병실에서 치료를 받던 6살 정도 되는 친구 하나가 밤이면 밤마다 폐에 물이 차서,
한밤중에 치료실로 가서 폐에 물을 빼는 시술을 받았었고, 그러면서 그 친구가 너무나 아파했던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에 대해서가 아니라 저보다 더 아픈 이들에 대해서 마음이 아프다고 느꼈습니다.

지금 이 상황이 나의 현실이 너무너무 고통스럽다는 것, 그것은 너무나도 명백한 사실이지만,

그래도 나보다 더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

그렇다면 나는 비단 이 상황을 피하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 감사하다는 마음을 가지고 힘을 내어야겠다는 것.

저는 그런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작은 일에도 감사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오늘 작은 일에 감사하고 나면 - 내일은 더 크고 기쁜 일이 생길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감사하는 버릇 들이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나서부터, 드디어,
제 병을 극복해나갈 방법이 제게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두웠던 저의 세상에 조금씩 빛이 들어온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습니다.


오늘의 작업물, 잘 읽으셨는지요?

지난번 작업물보다 오늘의 것을 작성할 때 더 애착을 쏟고 더 진심을 담게 된 것 같습니다.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된 참으로 중요한 순간들이, 오늘 저의 작업물에 담겨있기 때문이에요.

세상 모든 환아들이, 더 안전하고 행복하게 꿈을 꾸고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꼭, 꼭, 내일은 더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
절대로,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공감과 댓글은, 제가 용기 내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데 큰 힘이 됩니다!

저의 힘과 용기가 되어주세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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