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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아 Aug 04. 2017

얀 반 에이크의 <어린양의 신비>

벨기에 헨트(Gent/Gand)에 있는 Jan van Eyck의 제단화

자동차로 브뤼셀에서 북쪽으로 45분 정도 달려가면 도착하는 헨트(Gent/Gand). 여행자는 이곳에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생바봉 Saint Bavon (Sint Baafsplein) 대성당에 고이 모셔진 얀 반 에이크 Jan van Eyck (1390-1441)의 <어린양의 신비 L’Agneau Mystique> 제단화를 보고 나서 헨트의 역사가 더 눈에 들어왔다. 축제가 끝난 7월 25일의 아름다운 도시는 쓰레기가 뒹굴었고 매일 걸었던 여행 6일 차인 나는 아침부터 지쳤다. 기운이 없는 채 대성당에 들어간 우리는 지하 예배당까지 둘러본 후, 4유로를 내고 <어린양의 신비>를 감상했다. 감동 그 자체였다. 작품의 복원작업은 예수님의 부활과도 같다.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복원되는 제단화는 얀 반 에이크의 형인 위베르 반 에이크 Hubert van Eyck (1370-1426)가 1425년에 그리기 시작한 그림을 형이 죽어 미완성이던 작품을 동생 얀이 1432년 완성한다. 

Hubert et Jan van Eyck,  L'Agneau Mystique, 1432, 제단화 펼침 패널: 3m50 x 4m61,© wikipedia.org

24개의 패널로 구성된 제단화는 앞쪽의 12개의 상단 중앙 패널에 예수님 (또는 성부)께서 왕처럼 묘사되어 있고 양 옆으로 성모 마리아와 세례자 요한의 그림이 있고 또 양 옆으로 노래하는 천사들과 음악을 연주하는 천사들이, 벌거벗은 아담과 이브가 가장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존엄하고 비루한 삶이 이렇게 극적으로 대조되다니. 제단화의 주제인 아래 중앙의 패널엔 제물로 바쳐진 어린양이 천사들로 에워싸인 가운데의 제단 위에서 살아있는 것처럼 당당히 서 있고, 그 위로 그려진 비둘기와 빛은 성령을 상징하며 아래에 보이는 건물은 네덜란드에 위치한 위트레흐트 (Utrecht)의  대성당이며 오른쪽엔 플라망드의 건축물들이 그려져 있다. 오른쪽으로는 예수님의 열두 제자와 교회의 사제들 그룹이 있으며 왼쪽으로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듯한 선지자들의 무리들이 있다. 그 위 왼쪽의 무리들은 수난과 박해를 당했던 성인들이 부활한 듯 있으며 오른쪽에는 성녀들의 무리가 있다. 왼쪽 가장자리의 패널엔 중세시대에 이상화된 그리스도의 기사들이며 이들 가운데 검은 옷을 입은 얼굴이 얀 반 에이크의 자화상이란다. 오른쪽으로는 운둔자들의 무리와 그 옆 패널엔 붉은 망토를 입은 키가 큰 인물이 크리스토프 성인이며 그 뒤를 따르는 무리들이 순례자들이란다.  

Hubert et Jan van Eyck, L'Agneau Mystique, 1432, 제단화 닫힘 패널면, 3m50 x 2m23


<어린양의 신비> 12 패널을 닫으면 위와 같은 열두 패널이 되는데 대성당에 전시된 상태는 위의 열두 패널을 뒤에서 보도록 전시되어 있다. 하단 가장자리 패널에 붉은 옷을 입고 있는 두 인물은 기증자인 요도쿠스 패이즈(Jodocus Vijd)와 리즈베트 보흘 루트 (Lysbette Borluut)이며, 그 가운데의 조각상이 세려자 요한과 복음서를 쓴 예수님의 제자 성 요한으로 영화에서 흑백의 장면이 과거의 시간을 나타내듯 과거와 화가가 그리던 당시를 대조시키고 있으며, 중간 부분의 패널엔 가브리엘 천사가 반대편에 있는 동정녀 마리아에게 수태고지를 예언하고 있으며, 상층 부분의 패녈엔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자카리아 선지자와 미가 선지자가 가장자리 패널에 그려져 있고 가운데 오른쪽에 에리트레아의 무녀와 왼쪽에 쿠마에 무녀가 그려져 있다.

<어린 양의 신비 >  제단화 '리즈베트 보흘루트' 패널 부분 복원 작업의 전 후 비교 설명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다음으로 유명하다는 이 제단화는 ‘예수님의 수난’처럼 엄청난 수난을 겪는다. 1794년 프랑스가 탈취하여 파리로 보내진 후 루브르에 전시되었다가 나폴레옹이 몰락한 후 다시 생 바봉 대성당으로 다시 되돌아왔는데 제단화 앞부분 12파넬의 상단 양 옆의 파넬에 그려진 아담과 이브의 누드화가 성당에 전시되기는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1861년 벨기에 국가에 팔린 후 브뤼셀 왕립 미술관에서 보관한다. 이후 1917년 1차 세계대전 중에 독일 군이 성당에 있던 나머지 제단화를 탈취해가고 프러시아 왕에게 팔려 베를린의 국립미술관 (Gemäldegalerie de Berlin)에 전시되기도 했는데 베르사유 협정으로 돌려줘야 했고 제2차 세계 대전 때 히틀러의 명령에 의해 다시 탈취되었다가 미군이 되찾아 벨기에의 왕에게 돌려주었단다. 하지만 1934년 두 개의 패널을 성당 관리인이었던 아흐센느 괴데르티에Arsène Goedertier가 훔쳐가 하나는 찾았으나 나머지 하나 <동화된 재판관들 Les Juges intègres > 패널을 숨긴 곳을 말하지 않고 숨을 거두어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단다. 못 찾은 패널의 그림은 제프 반데르베켄 Jef Van der Veken (1872-1964)이 1945년에 똑같이 그렸고 이 이야기가 알베르트 카뮈의 소설 <추락 La Chute, 1956>에 나온다고 한다. 읽어봐야겠다.

< 어린양의 신비 > 제단화 전체 24 패널. 왼쪽이 닫힘 패널, 오른쪽이 펼침 패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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