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멱 Aug 10. 2018

교토05. 찬란한 금빛 향연, 킨카쿠지(금각사)

둘째 날

언젠가 금빛으로 찬란히 빛나는 연못 위의 누각을 본 적이 있었다. 그저 이쁜 장면에 꽂혀 여행하던 시절의 내게 금각사의 사진 한 장은 언젠가 꼭 교토에 가봐야겠다,마음 먹게 한 장면이었다. 사찰의 목조 건물이 금빛으로 빛나다니,실제로 보면 어떨까,많이 상상했다. 그렇게 드디어 만난 킨카쿠지. 5년 전 겨울의 금각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정도로 감동적이었다. 두 번째 교토 여행 중에서 유일하게 두 번 다시 오게 된 것도 동행에게 그와 같은 장면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닌나지에서 버스를 타고 10여분. 킨카쿠지(금각사) 입구 앞은 이미 인산인해다. 여행 가이드의 지시로 이동하는 투어 무리, 수학여행으로 선생님을 따라 두 열로 이동하는 어린 아이들, 그리고 그 틈에 낀 개개인의 배낭여행객들이 만드는 인간의 물결은 또한 금각사의 풍경이다. 워낙 오고가는 인파가 많다보니 이차선의 작은 도로인데도 교통을 정리하는 이들이 있다.

사찰의 정식 명칭은 로쿠온지(녹원사). 킨카쿠지(금각사)는 금각으로 유명해진 로쿠온지의 별칭이다.    로쿠온지는 원래 무로마치 막부의 3대 쇼군이었던 아시카가 요시미츠의 별장이었다. 요시미츠의 유언에 따라 선종 사찰로 창건된 것이 지금의 로쿠온지다.

3층의 금각은 각 층이 서로 다른 건축양식을 띠고 있다. 1층은 헤이안 시대 중 후지와라기, 2층은 가마쿠라 막부기, 3층은 당나라 양식이다. 2, 3층은 외면에 옻칠을 한 뒤에 금박을 입혔다. 거울 연못 위에서 찬란히 빛나며 기타야마 문화의 상징으로 수세기를 버텨온 금각. 1950년, 오닌의 난과 세계2차대전의 전화에도 살아남아 요시미츠의 별장 단지 시절의 유일한 건축물은 한 미친 승려의 방화로 순식간에 전소됐다. 지금의 금각은 5년 뒤인 1955년에 최초의 모습으로 복원된 결과다. 지금도 금각은 교토 시민의 세금으로 매년 새롭게 금칠을 하는 등 교토의 민관이 함께 성심성의껏 가꾸고 있는 소중한 문화재 중 하나다.

로쿠온지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입장료(500엔)이 있는데, 사찰 내부를 볼 수는 없고 금각이 있는 지천회유식 정원 일대만 둘러볼 수 있다. 부적처럼 생긴 일종의 입장권을 받고 정원으로 나가면 넓은 연못인 교코지(거울 연못) 가에 서있는 황금빛 누각을 만난다. 금각의 모습은 여전했지만, 겨울의 차가운 느낌이 만연했던 그 때와 뜨거운 태양 밑에 녹음이 푸르른 이번은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기억이 흐릿해져 사진에만 의존하게 됐던 것인지, 꽤나 멀리 작게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금각의 인상은 다소 선명하고 가까웠다. 오래된 연인을 오랜만에 다시 본 듯한 익숙함과 생소함 사이에서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금각의 포토스팟은 입구 쪽에서 가깝게, 금각을 멀리서 조망하는 부분이다. 안내하는 분들도 그곳으로 자연스럽게 인도하니, 그 지역에만 인파가 계속해서 몰려 바글바글하다. 멋진 누각 앞에서 멋진 사진 한 장 건지려는 여행객들 덕에 누각의 우아한 자태를 조용히 감상하는 것은 누리기 어려운 사치다. 잔잔한 연못 위에 마치 그 자체로 거대한 불상처럼 온화한 미소가 돋보이는 금각의 자태는 그 건너에서 와글와글 셔터를 눌러대는 여행단의 모습과 대조적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순서를 기다리면서 사진을 몇 장 찍고 다시 걸었다. 내 마음을 사로잡은 장면은 금각의 뒷모습이었다. 멀리서 보는 것은 앞으로 연못, 뒤로는 산을 배경으로 전체적으로 멋진 산수화 같은 느낌을 받는다. 다만 금각 자체보다는 전체적인 정원의 아름다움에 감탄한다. 길을 돌아 금각의 뒤로 가서야 비로소 누각 자체의 아름다움에 집중한다. 연못을 향해 살짝 튀어나온 테라스의 모습은 마치 아름다운 여인이 부끄럽게 물을 손을 담그는 듯 하다. 약간 잔바람이 있어 거울처럼 비친 금각의 잔영을 사진에 담지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 5년 전에는 보지 못한 새로운 모습을 봤다는 것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산책길은 언덕 위로 올라 다시 사찰의 출구로 사람들을 이끈다. 원래의 산책길은 기타야마(북산)을 통해서 닌나지와 료안지로 모두 이어졌다고 한다. 산책로 옆으로는 옛날 석양이 지는 금각의 모습을 바라보며 차를 마셨다는 셋카타이도 있지만 내부에서 금각을 볼 수 없으니 큰 의미는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교토04. 법황의 꿈이 서린 곳, 닌나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