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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멱 Sep 02. 2019

질주 대신 구강액션 F&F 스핀오프

분노의 질주 : 홉스 앤 쇼(2019)

아무리 맛있는 피자를 만들어도, 아무리 햄버거가 질린데도, 맥도날드가 햄버거를 포기하고 피자를 파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영화 프랜차이즈도 마찬가지다.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은 제작사가 지켜야할 최소한의 규칙이자, 관객과의 약속이며, 프랜차이즈 영화의 숙명이다.


<홉스 앤 쇼>... 아무리 스핀오프라지만 지나치게 많이 '스핀'해 '오프'돼 버렸다.

아니, 아니야. 도끼가 아니라 자동차 휠이라도 들어라 이 놈드라...!

<홉스 앤 쇼>는 전적으로 홉스와 쇼로 시작해서 끝나는 영화다. 6편의 쿠키영상에 처음 등장해 7편의 악역으로, 그리고 8편의 조력자로 활약한 데카드 쇼(제이슨 스타뎀). 5편에서 주인공들을 괴롭히며 처음 등장한 이후 도미닉 패밀리를 돕는 아군으로 시리즈의 주축이 중 하나가 된 루크 홉스(드웨인 존스). 둘의 조합이 썩 괜찮다.

<분노의 질주 : 더 세븐>에서 데카드 쇼와 도미닉 패밀리(+루크 홉스)는 대적 관계로 등장한다.
사이퍼&도미닉 vs 도미닉 패밀리(+루크 홉스, 데카드 쇼_이 때부터 슬금슬금 조짐이 보여?) 구도의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


8편에서부터 찰지고 창의적인 욕을 주고받으면서 구강액션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는 했다. <홉스 앤 쇼>에서 그 포텐이 200퍼센트 폭발한다. 액션 영화가 아니라 코미디 영화가 아닌가, 싶을정도로 구강액션의 웃음의 수준은 상당하다. 이건 감독의 영향이 지대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데이비드 리치 감독의 전작이 <데드풀2>였다(ㅎㄷㄷ... 어쩐지 라이언 레이놀즈가 너무 데드풀스럽더라니...)


라이언 레이놀즈에게 항상 마스크만 씌웠던 게 미안했던 걸까. 사실상 가면 벗은 데드풀로 특별출연하는 라이언 레이놀즈.


확실한 코미디 콘셉트는 박수쳐줄만하다. 절대 어울지 않을 것 같은 루크 홉스와 데카드 쇼가 투닥투닥 콤비를 맞춰가는 데서 나오는 재미가 쏠쏠하다. 두 캐릭터의 아침 루틴, LA와 런던의 날씨, 그리고 그들이 운전하는 자동차까지, 콘셉트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영화의 인트로는 영화 전체의 콘셉트이자 정체성이다. 중간에 해티 쇼(바네사 커비)를 납치하는 브릭스턴(이드리스 엘바)를 뒤쫓는 장면도 홉스와 쇼의 차이를 영리하게 보여주는 장면 중 하나다.



이제 다시 서두에 했던 이야기로 돌아가자.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은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정체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홉스와 쇼의 우당탕탕 구강액션은 앞으로 나올 차기 시리즈의 정체성이 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분노의 질주>의 정체성은 카액션이다. 2003년의 1편부터 이어진 스트리트 카레이싱 액션과 5편부터는 스트리트 레이싱 액션에 하이스트(도둑) 액션이 버무려지면서 지금의 <분노의 질주>가 완성됐다. 카액션과 하이스트액션. <분노의 질주> 시리즈로 나온 영화라면 가져가야 할 최소한의 키워드였다.


촌스러웠던 1편의 포스터에서 점점 발전하는 걸 보니 시간이 많이 흐르긴 했구나(내 나이도...ㅠㅠ)

"자동차 뭐 많이 나오고 그러지 않아?!" 이렇게 생각하는 관객도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건 단순히 스포츠카가 등장하는지의 여부가 아니다(그마저도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그 액션 시퀀스가 이야기의 흐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퀀스인가,하는 점이다. <분노의 질주>에서 스포츠카는 토니 스타크의 아이언맨 수트고, 스티브 로저스의 비브라늄 방패 같은 존재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무기인 셈이다.

잠깐 등장하는 데카드 쇼의 자동차들... 쇼룸에 놔둘 게 아니라 영화에서 쓰라구요..

<홉스 앤 쇼>에 나오는 카액션 시퀀스는 억지로 넣은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없어도 이야기에 지장은 없지만 '그래도 분노의 질주인데 자동차 액션은 조금 넣어줘야지' 싶은 장면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분노의 질주>를 느낄 수 있었던 장면이라고 하면 사모아 섬에서 최후의 결전을 벌일 때 홉스 패밀리가 다양한 자동차를 끌고 와서 브릭스톤의 헬기와 대결하는 장면정도? 딱 그정도 칭찬하고 싶다. 그 외에는, 차라리 새로운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하는 게 더 좋을 수준이다.


재밌게 봤고, 꽤 많이 웃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거는 <홉스 앤 쇼>의 정체성이 되어야지, <분노의 질주>를 볼 때 원하던 건 아니다. 현실로는 눈에 담지도 못할 수억원대의 스포츠카, 가슴을 뜨겁게 달구는 엔진 소리,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무자비하게 파괴해버리는 자본주의 액션(사실 이게 메인이다. 다 뿌서버려!). 이것들이 내가 <분노의 질주>에서 보고 싶었던 거다.

잠수함이랑 맞짱뜨는 배짱정도는 있어야 <분노의 질주>!(스틸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

"스핀오프인데, 본편 시리즈랑 다르게 가도 되는 거 아니냐?!"라고 생각하는 관객도 물론 있을테지만, 아까도 말했듯 시리즈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건 제작사가 관객과 지켜야할 최소한의 룰이다. 그걸 지키고 싶지 않으면 <분노의 질주>라는 타이틀을 아예 버렸어야지.


 2020년에 <분노의질주9>가 나온다고 하고, 루크 홉스와 데카드 쇼는 스핀오프로 빠지는 대신 메인 시리즈에서는 하차한다고 한다. 내년에 나올 본편 시리즈에서는 좀 더 많은 스포츠카를 폭파하는 장면을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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