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를 체험하다
영화 홍보차 또 다시 한국을 찾아준 톰 크루즈. “관객들이 영화를 체험할 수 있으면 좋겠다.” 반 백을 훌쩍 넘긴 불혹의 액션 스타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예능프로의 MC들과 함께 희희락락 농담하며 장난끼 넘치던 표정은 온데간데 없었다. 첫 시리즈에서부터 제작에 직접 참여하며 모든 스턴트를 혼자 담당하길 벌써 여섯번 째였다. 이번에도 관객들은 톰 크루즈의 불가능한 임무를 함께 체험할 수 있었을까.
배우는 스스로가 하나의 상품이다. 몸뚱아리 하나로 평생 먹고 살아야 하는 배우가 위험천만한 스턴트를 대역 없이 한다는 것은 웬만큼의 용기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모든 것이 스튜디오에서 제작되는 작금의 헐리우드에서 누군가는 분명 그것을 만용이라 부르리라. 실제로 톰 크루즈는 런던의 추격씬을 찍으면서 건물 사이를 점프하는 장면을 찍다가 다리가 부러진 적이 있다. 상태가 꽤나 심각했기 때문에 제작 기간이 통채로 뒤로 밀린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 위험을 무릎쓰면서까지 위험하게 영화를 찍는 이유가 무엇일까? 인터뷰에서 말한대로다.
‘대리만족’은 어쩌면 영화의 핵심이다. 사람의 인생이란 것이, 생각보다 지루할 때가 많지만 우리는 언제나 스펙타클한 삶을 꿈꾼다. 주인공이 되어 초능력을 쓰고 위험천만한 모험을 하면서 악당을 물리치고 세계 평화를 지키는 일. 현실에서는 불가능하고(심지어는 실제로 일어나길 원하지도 않는) 일을 영화가 대신 보여주고, 배우가 대신 몸으로 뛴다. 장면 연출의 현실성이 대리만족의 만족도와 상관관계가 있음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리라. “CG를 쓰면 장면이 애니메이션 같아지고, 관객은 그것을 반드시 알아차린다.” 톰 크루즈의 한마디에 모든 의미가 함축돼 있다.
시리즈의 여섯 번째 작품은 <미션 임파서블 : 폴아웃> 역시 전작의 체험을 그대로 이어간다. 수십번의 스카이다이빙, 도심 추격씬, 그리고 설산의 헬리콥터 추격씬은 불타는 무더위에 고통받는 관객들에게 짜릿한 전율을 선사한다. 톰 크루즈의 액션이 유독 다른 액션 영화에 비해 숨조차 쉴 수 없는 긴장감을 선사하는 이유는? 위험천만한 장면을 아무런 대역 없이 배우가 실제로 촬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설령 사전 지식이 없더라도 그 장면이 이미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톰 크루즈는 이번 영화 촬영을 위해서 헬리콥터 비행 자격증까지 땄다고 한다. 위험한 액션 장면 뿐만이 아니다. 와이드뷰로 잡히는 거대한 도시 앞에서 부리나케 뛰는 배우의 작은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미션 임파서블의 체험은 액션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파리, 런던, 마지막으로 카슈미르로 이어지는 영화는 진정한 로케 촬영이란 무엇인지 보여준다. 파리의 에펠 탑과 그랑 팔레 궁전, 런던의 고층 빌딩 전경과 테이트 모던, 그리고 카슈미르의 웅장한 자연 풍경까지, 영화는 촬영지를 단순히 아무개 골목1 쯤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필요에 따라 줌인을 하기도 하지만, 에단 헌트와 함께 관객이 있는 이곳이 바로 파리이고, 런던이고, 카슈미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영화는 도시의 랜드마크를 보여주기 위한 와이드샷을 아끼지 않는다. 배우의 움직임은 오히려 작아지지만, 거대한 도시와 자연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장면에서 현장감은 오히려 배가된다.
이제는 대체불가 시리즈가 돼 버린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와 에단 헌트. 하지만 톰 크루즈도 이제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인데, 언제까지 미션 임파서블을 찍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이번에 촬영하면서 부상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더 철렁했던 이유도 톰 배우의 나이와 관련 없지 않다. 우리 모두 영화를 보면서 기약하도록 하자. 영화가 더 흥행해서, 톰이 돈을 더 많이 벌어서, 운동을 더 열심히 해서, 계속해서 IMF 팀을 볼 수 있도록. 이번에 한국에서 관객수가 400만을 돌파해 북미를 제외하고 전세계 흥행 1위라고 한다. 차기작이 나온다면 언젠가 한국 로케 촬영도 가능하지 않을까,헛된 희망을 품어본다<>